보조금 줄여도 더 잘 팔려...중국産 전기버스 韓 시장 급속 잠식
최근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면서 국산 전기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업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국산 전기버스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성능도 어느 정도 보장돼 환경부가 관련 보조금을 줄였지만 오히려 판매량이 늘고 있다. 12일 자동차업계와 국토부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버스의 점유율은 2019년 23.9%에서 지난해 41.8%까지 총 17.9%p 상승했다. 국산 전기버스와의 격차도 52.2%p에서 16.4%p로 줄어들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장점은 국산 전기버스보다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국산 전기버스만큼의 성능과 내부 인테리어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중국 전기버스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이 처음 전기버스를 만들 때 실내 소재 등을 우리나라 것으로 사용해 국내 전기버스의 미흡한 점을 다 반영하고 개선해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특히 중국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가격도 저렴하니 많이 넣어 멀리 갈 수 있게 해놓은 점 등이 중국 전기버스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국산 전기버스가 위협을 받게 된 상황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조사한 1분기 상용 전기버스 판매량에 따르면 127대를 판매한 현대차 일렉시티 다음으로 판매량이 높은 전기버스는 중국 업체인 하이거가 판매하는 하이퍼스(63대)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위기감에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조정하는 등 국산 전기버스에 조금 더 혜택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기존 전기버스 등 전기승합차 보조금 상한선은 대형 7천만원과 중형 5천만원이다. 환경부는 올해 이 금액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밀도에 따라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중국산 전기버스 업체들은 국내 업체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를 사용해 중국산 전기버스에 지원금을 줄이겠다는 게 골자였다. 실제로도 업계가 분석한 지원금 지급 내용에 따르면 국내 전기버스가 최대 1억원 이상 받을때, 중국 전기버스는 지원금 규모가 5천만원도 못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에 받던 금액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금액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금 축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까지 전기버스 판매량을 보면 국산 전기버스가 255대 팔린 가운데, 중국산 전기버스는 196대가 팔려 전기버스 시장 지배력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산 전기버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지자체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주시는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전주시는 몇 차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도 '2023년 서울시내 전기버스 도입사업'에 전기 저상버스를 공급할 전기버스 제조사 6개사를 선정했는데, 이 6개사 중 3개사가 중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사는 현대차(일렉시티), 우진산전(아폴로1100), 범한자동차(E-STAR11), GS글로벌(BYD-eBUS12), 피라인모터스(하이거-하이퍼스1611), 이온모터스(킹롱-시티라이트9미터) 등이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은 연간 약 1만여대 수준이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밝히면서 업계는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중국의 전기특장차, 전기화물차 등이 국내 진출을 밝히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버스 산업 운행 특성을 반영, 전기버스 보급정책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수소버스로의 점진적 전환 등 세분된 친환경 버스 보급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기차 보조금이 국민 세금인 만큼 보다 세분된 정책으로 보조금을 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출이 중심인 한국의 특성상 일방적으로 한 국가에 차별을 둬서는 안되고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중국산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지원금을 국내 수소버스로 돌리는 등 개선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이 수출 기반 국가인 만큼 자국주의정책을 펼치는 국가처럼 할수는 없고 지금 있는 정책을 다듬어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