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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저널리즘일까…"극화·허위정보 대응할 규제 공백 메워야"

“이제는 유튜브가 저널리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존 규제는 여전히 전통 매체 중심에 머물러 있다. 전통 언론 중심의 규제 체계가 변화해야 할 때이다.” 한국언론학회는 9일 광화문에서 '경계를 넘어선 저널리즘: 사회 통합과 초극화의 사이에서'라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의 부상으로 변화한 정보 유통 구조 속에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학술적·정책적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마련됐다. 정치적으로 극화된 유튜브 채널들은 전통 언론과는 다른 양상으로 의제를 구성하고 확산시키고 있는데, 현행 규제 체계는 여전히 전통 언론 또는 포털 중심의 프레임에 머물러 있어 1인 미디어와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갖는 정보 확산의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제도적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언론학회 배진아 회장은 개회사에서 “과거에는 신문, 방송, 포털 등의 미디어가 공론장의 중심 축이었는데, 이제는 유튜브가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규제는 전통 매체의 틀에 얽매여 있어, 이제 유튜브가 저널리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이나연 연세대학교 교수는 “현상적으로는 유튜브도 저널리즘 안에 들어와 있다”고 하며, “유튜브 저널리즘이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서 어떠한 결론이든 도달해야 할 때”라고 저널리즘의 경계에 대한 논의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에서는 최진호 경상국립대 교수가 '극우 유튜브 채널과 언론의 의제 비교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 교수는 비상계엄 시기 극우 유튜브 채널들이 정치적 허위정보를 적극 확산시킨 점을 지적하며, 언론 기사 2만여 건과 유튜브 영상 391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극우 유튜브 채널은 비상계엄 정당화, 부정선거론 등 비난과 분노를 부추기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전통 언론은 사건을 종합적으로 다뤘다”며 “정치 유튜브 채널을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편입할 수 있을지, 그리고 허위정보 규제의 필요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박영흠 성신여대 교수는 유튜브와 언론사 간의 적대적 정파성 차이에 대한 후속 연구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정낙원 서울여대 교수는 유튜브의 구조적 문제로 음모론·허위정보의 확산, 혐오 조장 등 부정적 효과를 지적하며 “유튜브는 허위정보가 곰팡이처럼 자라나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박아란 고려대 교수가 '디지털 플랫폼과 표현의 자유 한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유튜브는 이제 한국인의 절반이 뉴스 소비의 주요 창구로 삼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언론사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 공백이 있다”며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공공복리 침해를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유튜브 등 플랫폼 규제는 일괄적 접근보다 콘텐츠 중심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윤모 연세대 교수와 표시영 강원대 교수는 토론에서 법적·제도적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상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 등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며 심층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표 교수는 “자율규제가 기본이지만 사회적 해악이 큰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유튜브 콘텐츠의 유형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규제의 방법에 대해 박아란 교수는 “규제의 초점을 플랫폼에 맞출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맞춰야 할 것”이라며, “플랫폼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이 아니라 유해 콘텐츠에 정교하게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한편, 네이버의 경우 직접 직접 취재해 보도하는 전통적 의미의 언론은 아니지만 기존 언론사들의 뉴스를 매개하는 플랫폼사업자(법적 용어로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 돼 있다. 네이버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 해당법에서 규정하고있는 법규들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중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는 법규,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언론사에 대한 법규 등 관련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무를 준수하고 있다. 포털사이트는 2009년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라는 새로운 정의와 함께 언론중재법 적용 받는 상황이다. 정정·반론 보도 대상이며, 언론사들이 심층 취재한 양질의 팩트체크 기사를 모아서 보는 페이지 역시 개편하며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5.05.09 16:25안희정 기자

별이 사라진 시대…31세 애플 전문기자는 어떻게 별이 됐나

2009년 12월 24일 애플 전문매체 맥루머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애플이 아이슬레이트(islate.com)란 도메인을 인수했다는 기사였다. 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맥루머스는 이 사실을 토대로 “애플이 태블릿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블릿 이름은 '아이슬레이트'가 될 것이란 주장도 담고 있었다. 한 달이 채 안돼 맥루머스 보도는 사실로 밝혀졌다. 이듬해인 2010년 1월 맥월드 행사에서 스티브 잡스가 직접 '아이패드'를 들고 나와 소개했다. 당시 맥루머스 기사 끝부분에는 "아이슬레이트를 어떻게 봐야 할 지 정확하게 설명해준 마크 거먼에게 감사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마크 거먼(Mark Gurman)이 IT 저널리즘에 본격 발을 딛는 순간이었다. 당시 거먼은 나이 15세에 불과한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맥루머스의 '아이패드 특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거먼은 이후 또 다른 애플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에 몸을 담는다. 나인투파이브맥에 합류한 거먼은 연이어 특종을 쏟아냈다. 시리, 페이스타임, 레티나 맥북프로 출시를 처음 알린 것도 10대 기자 거먼이었다. 나인투파이브맥에서 기자 생활 시작…대학 졸업하면서 블룸버그로 옮겨 고등학교를 졸업한 거먼은 미시건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생활과 테크 블로거를 병행하면서도 특종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미시건대학 신입생이던 2013년 애플이 128GB 아이패드를 내놓는다는 특종을 했다. 이 특종 보도는 이후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매체들이 받아 썼다. 테크 블로거로 활동하던 거먼의 이런 활동에 유력 매체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경제전문잡지 포천은 30세 이하 30대 인물에 거먼의 이름을 올려놨다. 또 타임의 25대 블로거, 와이어드가 선정한 소비자 가전 분야에 저명인사 16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마크 거먼은 2016년 미시건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또 다시 뉴스메이커가 됐다. 그 해 10월 블룸버그로 자리를 옮긴 것.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최초 보도한 이 소식은 여러 유력 매체들이 연이어 받아썼다. 특정 기자의 이직 소식을 여러 매체들이 주요 뉴스로 소개할 정도로 그는 이미 스타 IT 저널리스트로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 블룸버그에 합류한 거먼은 애플 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른 매체들도 다루고 있다. 또 매주 일요일에는 '파워온(Power On)'이란 주간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있다. '파워온'은 월 구독료 11.99달러인 유료 뉴스레터다. 거먼이 발행하는 '파워온'은 일반 구독자 뿐 아니라 기자들에게도 필독 뉴스레터 중 하나로 꼽힌다. 주초 나오는 애플 관련 소식 중엔 '파워온'을 인용한 보도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을 정도다. 폭 넓은 테크 지식+방대한 취재망=최고 애플 전문기자로 각광 마크 거먼은 올해로 기자 경력 16년째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나이 31세에 불과한 청년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제 막 초년 기자 티를 벗을까 말까 한 나이다. 지금 저널리즘 현장에는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기자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과연 기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냐는 불안감 섞인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시대에 어린 나이부터 테크 전문 기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마크 거먼의 활약 비결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거먼은 지난 해 사이버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초기에 쓴 많은 기사들은 공개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자료들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이슬레이트' 도메인에서 아이패드 출시를 밝혀낸 첫 특종이 대표적이다. 그는 또 iOS 소스코드 분석을 통해서도 많은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런 분석이 가능했던 건 거먼의 'IT 덕후' 기질 덕분이었다. 거먼은 사이버뉴스와 인터뷰에서 “2004년 아이팟 미니'를 처음 본 이후 애플 기술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애플이 2004년 앱스토어를 선보인 이후 앱 개발자로 많은 경험을 쌓은 것도 특종 보도를 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하지만 테크 블로거에서 저널리스트로 도약하기 위해선 '기술 덕후' 기질 만으론 부족하다. 관련 취재원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필수 요소로 꼽힌다. 거먼 역시 차츰 애플 내부와 공급망 취재 쪽으로 발을 넓혀갔다. 애플 카 프로제트 취소나 비전 프로 관련 특종들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런데 애플을 취재하는 기자가 한 두 명이 아니다. 그들 모두 애플 내부와 공급망 취재원 확보에 공을 쏟는다. 그게 기자들 경쟁력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거먼이 유독 오랜 기간 꾸준하게 애플 관련 특종을 쏟아내는 비결은 뭘까? 사이버뉴스는 “거먼이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이 믿을만한 취재원을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코딩을 비롯한 IT 기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재원의 입을 여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한 부분도 있다. 전문적인 기술 지식으로 무장한 거먼은 기업과 공급망 취재라는 전통적인 저널리즘 능력을 구비하면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몇 안되는 '스타 IT 기자'로 떠오른 셈이다. IT 저널리즘의 별이었던 모스버그와 스위셔…그들의 빈 자리는 누가 메울까 미국 IT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스타 기자는 월터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였다. 특히 월터 모스버그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같은 무대에 앉혀 놓고 좌담회를 진행할 정도로 IT 저널리즘 영역에선 전설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모스버그가 은퇴하고, 카라 스위셔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IT 저널리즘 영역에서도 '별들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들이 활약하던 시대를 떠올릴 때마다 연상되는 문구가 있다. 헝가리 출신의 뛰어난 이론가 게오르크 루카치가 쓴 '소설의 이론' 첫 문장이다. “별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인 시대, 별빛이 그 길들을 훤히 밝혀주는 시대는 복되도다.” 모스버그와 스위셔가 한창 활약하던 시대는 IT 저널리즘 영역에서 '별빛이 그 길들을 훤히 밝혀주는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서서히 기억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지금, 과연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마크 거먼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애플 제품 특종과 폭로 쪽에 치우쳐 있는 거먼에게 모스버그 같은 아우라를 기대하는 건 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먼 특유의 뛰어난 분석 능력과 취재력은 IT 저널리즘의 소중한 보배인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젠 어떤 영역이던 '별들의 시대'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과한 처사일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마크 거먼이 쏟아내는 뛰어난 기사들을 감상하는 수밖에. 어쩌면 그가 좀 더 연륜이 쌓이면 21세기형 '별들의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할 지도 모를 일이니.

2025.04.18 17:19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김수현·김새론, 선화공주, 그리고 가짜뉴스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정을 통해 두고/ 서동 도련님(薯童房)을 /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신라 수도 서라벌에서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네마다 아이들이 몰려 다니며 공주의 '부적절한 행위(?)'를 노래했다. 내용이 충격적인 만큼, 전파 속도도 빨랐다. 삼삼오오 '선화공주의 한밤중 애정행각'을 노래하면서 웃어댔다. 결국 이 노래는 진평왕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 분노한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귀양 보내버린다. 자다가 날벼락 맞은 공주는 울면서 서라벌을 떠난다. 허위 선전선동의 모든 조건 담고 있는 서동요 설화 그 때 선화공주 앞에 서동이 나타난다. 막막했던 선화공주는 결국 서동이와 결혼을 한다. 이후 백제로 건너간 서동은 30대 왕에 취임한다. 삼국유사 백제편에 나오는 '서동요' 설화다. 우리는 '서동요 설화'를 서동과 선화 공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배웠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저 설화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와 '악성 지라시'의 종합판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서동요'는 공주가 밤마다 남몰래 정을 통한다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모함을 담고 있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최초 유포자' 서동이 부정한 의도를 갖고 만든 노래다. 그리곤 서라벌의 아이들에게 저 노래를 가르쳤다. '전염성 강한' 메시지를 담은 이 노래는 당시 가장 전파력 강한 소셜 미디어인 '아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서라벌 전역에 퍼져버렸다. '선화공주의 부적절한 행위'란 가짜뉴스는 순식간에 기정사실로 바뀌었다. 별다른 통신 수단이 없었던 신라시대에 동네 곳곳을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의 입소문은 가장 강력한 소셜 미디어였다. 서동요가 유포된 서라벌은 모바일 기기와 SNS가 지배하는 21세기 우리 사회와 놀랄만큼 닮았다. 제2, 제3의 서동요가 울려퍼지고 있는 우리 사회 최근 우리 사회에는 제2, 제3의 '서동요'가 끊임 없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들의 무분별한 인용 보도까지 가세하면서 미확인 소문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달부터 쏟아지고 있는 김수현-김새론 관련 '소문'들이다. 김새론 씨의 비극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관련 보도는, 최근 들어선 김수현 씨를 대상으로 한 온갖 추문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최근엔 모 대기업 고위 경영자의 갑작스런 별세에 관한 '받은 글'들이 유포돼 논란이 됐다. 정체 불명의 이 '받은 글'이 마치 사실인양 카카오톡 같은 SNS로 빠르게 확산됐다. 고인과 주변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다시 '서동요' 얘기로 돌아가보자. 처음 시작한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서동이었다. 그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노래로 아이들을 유혹했다. 제대로 된 판단 능력 없는 아이들은 얼마나 나쁜 노래인지 제대로 판단하지도 못한 채 앵무새처럼 그 정보를 전파했다. '서동요 사건'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악의적으로 허위정보를 만든 서동이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노래를 흥얼대며, 마구 유포한 '서라벌 사람들' 역시 희대의 사기극의 공범이었다. 아버지인 진평왕 역시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했다. 그는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노래'를 그냥 믿어 버렸다. '비판적 읽기'란 뉴스 수용의 기본을 망각한 채, 자기 딸을 '부정한 여인'으로 단죄해버렸다. 21세기판 서동요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21세기판 서동요 사건'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지라시에 실린 근거 없는 정보를 마구 돌려보며 낄낄대는 모습은, 신라시대 서라벌 골목의 철부지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봐야 할 뉴스' 보다는 '보고 싶은 뉴스'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평범한 내용보다는 '충격적인 내용'에 더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더 끌리고, 듣기 솔깃한 내용일수록 더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게 '21세기판 서동요'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진정한 '뉴스 리터러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2025.03.27 17:34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美 IT 미디어 '테크크런치' 또 팔렸다

미국의 대표적인 테크전문 뉴스 사이트 테크크런치가 팔렸다. 야후는 테크크런치를 미디어 투자 회사인 리전트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악시오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체적인 매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리전트는 테크크런치 인수를 발표하면서 “전세계 테크 기업들에 대한 속보 뉴스와 분석 기사, 오피니언 등을 우리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된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테크크런치의 새로운 주인이 된 리전트는 그 동안 기술 관련 매체 확보에 공을 들여 왔다. 최근에는 PC월드, 맥월드, 인포월드, 테크어드바이저 등을 갖고 있는 파운드리(Foundry)를 인수하기도 했다. 2005년 마이클 애링턴 등이 만든 테크크런치는 미국의 대표적인 IT 미디어다. 테크크런치가 주최하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로 꼽힌다. 실리콘밸리 대표 IT 미디어…몇 차례 주인 바뀌는 수난 겪기도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IT 미디어로 자리 잡은 테크크런치는 2007년엔 크런치베이스라는 데이터 전문 사이트를 선보이면서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크런치베이스는 2015년까지 운영됐다. 하지만 명성 만큼 비즈니스 기반은 탄탄하지는 못해 수 차례 매각되는 운명을 겪었다. 테크크런치의 주인이 처음 바뀐 것은 2010년이었다. 당시 AOL이 2천500만 달러에 테크크런치를 인수했다. 2015년 버라이즌이 AOL과 야후를 인수하면서 테크크런치는 버라이즌 미디어 산하로 들어가게 됐다. 이 체제는 2021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버라이즌은 2021년 테크크런치를 비롯해 AOL, 야후 등 미디어 사업 부문을 사모펀드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매각했다. 이후 아폴로는 미디어사업을 새로운 회사인 야후 산하 조직으로 통합했다. 테크크런치는 지난 해 구독 전문 서비스인 '테크크런치 플러스'를 접으면서 인력 감축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후가 야후 스포츠, 야후 파이낸스, 야후 뉴스 등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테크크런치를 또 다시 매각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야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리전트, 테크크런치 등과 계속 협력하면서 장기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3.22 08:43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AI 혼자 만든 신문 나왔다…'인간 기자' 필요 없다?

"인공지능(AI)은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각광받으면서 언론계의 해묵은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완전 대체론자'부터 '여전히 시기상조'를 주장하는 사람까지 의견이 다양하다. 그럼에도 "그래도 기자의 영역은 적지 않다"는 절충론이 대세다. 이런 논쟁은 '기자 쓰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자들이 쓰는 기사 중 상당수가 발표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이란 비판 섞인 진단도 함께 담겨 있다. 반면 '발로 뛰는 취재'는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기사를 취사 선택하고 편집하는 행위' 역시 AI가 넘보기 힘든 영역이란 의견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주요 기사를 선택한 뒤 제목 달고 편집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업무란 의미다. 4쪽 분량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 동시에 선보여 최근 이탈리아 일간지가 AI만으로 만든 신문을 내놓으면서 이런 믿음에 대해 살짝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일간지 '일 포글리오(Il Foglio)'다. 일 포글리오는 18일(현지시간) '인간 기자' 개입 없이 인공지능(AI)만으로 만든 신문을 선보였다. 기사 본문 뿐 아니라 제목, 인용, 기사 앞부분 요약까지 모두 AI로 작성했다. 이날 일 포글리오는 종이신문과 함께 '일 포글리오 AI'란 인터넷신문까지 함께 내놨다. AI가 만든 종이신문은 가판대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클라우디오 세라사 일 포글리오 편집장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AI만으로 만든 신문을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세계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 기자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세라사 편집장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AI 도구에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을 읽는 역할만 했다”고 밝혔다. 4쪽 분량인 '일 포글리오 AI' 종이신문은 각 면을 다채로운 기사들로 꾸몄다. 1면에는 이탈리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 라는 생소한 사회학 용어도 등장한다. 캔슬컬처란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가치, 이념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 유명인사를 집중 공격해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사는 이탈리아 트럼프 지지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언행엔 '캔슬컬처'를 작동하시키면서도, 정작 트럼프가 비슷한 행동을 했을 때는 열광한다는 꼬집었다. 1면에는 또 '푸틴의 10가지 배신'이란 칼럼도 게재했다. 2면에는 이탈리아 경제 동향 관련 기사, 소득세 개혁 조치가 소득 재분배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등의 기사들이 실려 있다. 소득재분배 기사는 국가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신뢰도를 높였다. 4면은 오피니언면으로 꾸몄다. 이 면에는 AI가 생성한 독자 편지가 실려 있다. 그 중에선 “미래에 AI가 인간을 필요 없는 존재로 밀어낼 가능성이 있는가?”란 질문을 던진 편지도 있었다. 이에 대해 AI 편집자는 "AI는 대단한 혁신이긴 하지만 커피를 제대로 주문할 줄은 모른다”고 답변하고 있다. 기사는 간단 명료한 문장으로 구성…취재원에게 직접 들은 멘트는 없어 가디언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기사들은 문장 구조가 잘 짜여 있으며, 간단하고 명확할 뿐 아니라 문법적인 오류도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어떤 기사도 (인간) 취재원의 말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세라사 편집장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AI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시험 무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기술이 일간지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기사 쓰는 일'이 상당 부분 대체될 것이란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일 포글리오 AI'의 기사들이 '문법적인 오류' 없이, '직접적이고 명확한'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만 봐도 이런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사 쓰는 것'이 (종이/인터넷) 신문 제작의 전부는 아니다. 기획하고 편집하며, 전체 지면 배치하는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데스크라 불리는 편집 간부들이다. 이번 실험은 기사 작성 뿐 아니라, 기획과 편집 업무 전반을 AI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다. 물론 이번 실험은 대면 취재 기사가 없고, 여러 자료를 분석한 기사나 칼럼들로만 구성됐다는 등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포글리오 AI'는 머지 않아 생성형 AI만으로 만든 신문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2025.03.19 14:19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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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리더스] 워크데이 "사람만 평가하는 시대 끝…AI 협업 역량도 봐야"

AI 대모의 오디세이…페이페이 리가 그릴 ‘새로운 세계’

삼성 6개사, 美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에 1조 3600억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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