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미디어콘텐츠 발굴에 매진하는 이유는?
국내 게임업계가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게임사가 늘고 있다. 특히 자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의 2차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투자로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하는 경우도 생겨나는 모양새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뛰어든 곳은 컴투스다. 컴투스는 지난해 인수한 위지윅스튜디오를 통해 신규 IP 발굴에 힘쓰고 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영화 '승리호'의 CG 및 VFX 작업에 참여한 제작사로 래몽래인, 얼반웍스, 골드프레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메리크리스마스, MAA, 위즈온센 등 콘텐츠·매니지먼트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컴투스는 올해 계열사가 제작한 블랙의 신부, 신병 등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래몽레인이 제작에 참여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올해 비지상파 전체 시청률 1위,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컴투스는 또한 지난해 11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엔터테인먼트에도 69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로 SM의 4대 주주가 된 컴투스그룹은 게임을 중심으로 드라마, 영화, 웹툰, 공연 등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확장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판 디즈니'를 꿈꾸는 넥슨도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루소 형제가 설립한 독립 영화 제작 스튜디오 아그보(AGBO)스튜디오에 총 5억 달러(약 6천380억 원)를 투자했다. 이 투자로 AGBO의 총지분 49.21%를 확보한 넥슨은 단일 투자자 기준 최대 주주가 됐다. AGBO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 어벤져스 시리즈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을 연출했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지스타 프리뷰 무대에서는 장항준 감독의 신작 영화 리바운드 제작 참여 소식도 전했다. 리바운드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농구를 향한 열정으로 꿈에 도전하는 부산 중앙고 농구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미래에 게임사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IP가 있어야 한다"며 "IP는 단순 게임 타이틀로 정의하기보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정의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게임, 웹툰, 영상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진화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리바운드' 투자도 이 같은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지난해 12월 연예기획사 에이스팩토리 지분 51%를 약 389억 원에 취득했다. 에이스팩토리는 영화·드라마 제작사이자 연예기획사로 드라마 비밀의숲과 인사이더 등을 제작했다. 넷마블에프앤씨는 에이스팩토리와 디지털 휴먼 및 콘텐츠 사업, IP 사업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에이스팩토리와의 전략적인 협업을 기반으로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 개발 중인 디지털 휴먼의 드라마 출연, VFX 사업 협업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체 트리오스코프에 전략적 투자를 감행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트리오스코프는 컴퓨터그래픽 및 멀티미디어 기술에 특화된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자체 제작 스튜디오와 함께 트리오스코프 플랫폼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이 업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리버레이터: 500일의 오디세이'를 제작 및 연출해 주목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게임사들이 외주를 통해 자사 IP를 콘텐츠화했다면, 지금은 직접 엔터·제작 회사를 인수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며 "더욱 빠르게 노하우를 내재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가 제작한 드라마나 영화가 성공하게 되면 이를 향후에 게임 IP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게임 산업과 미디어콘텐츠 산업 모두 IP를 사용하는 부분에서 일맥상통하기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