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공식 사퇴...KT CEO 시나리오는
KT가 27일 윤경림 사장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사퇴를 공식화했다. 윤 사장을 CEO로 선임하려는 정기 주주총회를 나흘 앞둔 시점이다. 구현모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주총 이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으로 새로운 CEO가 선출해야 한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고, KT 측은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KT의 새 지배구조 논의가 회사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KT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윤 사장의 대표 선임 안건은 주총에서 다루지 않기로 변경 공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주총에서는 윤 후보자가 추천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폐기된다. 재무제표 승인과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3명의 재선임 안건만 다루게 된다. 구현모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새로운 대표이사도 공석이 되고, 구 대표와 윤 사장으로 구성된 사내이사도 모두 공석이 된다. KT 정관 제29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유고 시 사내이사가 직무를 수행하게 되고,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이 유고 시 사내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대표 대행 체제를 꾸린다. 이 경우 대표 직무 대리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된다. 또 상법 제386조에 따르면 임기 만료로 퇴임한 대표이사는 새로 선임된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대표이사로서 권리 의무가 있다. 이 경우에는 새로운 CEO가 선출될 때까지 현직 대표인 구현모 사장이 CEO 대행 책임을 맡아야 한다. 다만, 박종욱 사장의 경우 지난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기업가치의 훼손이나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다면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윤 사장을 대표 후보로 앞세우기 직전 공모에서 최종 후보로 추천된 구현모 사장에 대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직무대행 대상자 모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 뜻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KT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법원이 주요 주주 청구에 의해 일시이사(일시대표이사 또는 임시대표이사) 직무를 행할 자를 선임할 수 있는데 주요 주주가 공식 CEO를 선임하기 전까지 임시 CEO를 내세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CEO 후보 재공모 이전 이사회 구성부터 나흘 앞둔 주총에 새로운 CEO 후보를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총소집결의와 공고가 주총 예정일 2주 전에 이뤄져야 하고, 이와 별개로 현실적으로 이 기간 안에 새 CEO 후보자 응모를 받아 심사할 수도 없다. 결국 정기 주총 이후 꾸려진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3차 재공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대표 공모 이전에 이사회 재구성도 거쳐야 하는데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KT 이사회는 차기 CEO 공모 이전에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됐는데, CEO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정치적인 외압 등의 논란으로 사외이사 2인이 중도에 하차했다. 현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3인은 이번 주총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과 여은정 이사, 표현명 이사가 이번 주총으로 임기가 끝나면서 1년 재선임 안건이 주총에 올랐는데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달리 ISS는 이들의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여당과 대통령실 등 정권에서 최근 CEO 선임 절차를 두고 현 이사회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또 윤 사장의 대표 후보 사퇴까지 이르자 KT노동조합도 현 이사회의 전원 사퇴와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총에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하지 못하면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3인만 남게 된다. 이런 구조의 이사회에서 내부 위원회인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등이 가동돼 CEO 선임 절차를 다시 밟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게 KT 안팎의 분위기다. 결국 주총 이후 이사회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가동이 향후 KT의 경영정상화 첫 단계 절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한 이사회 구성안이 그려지고, 임시 주총을 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빨라야 4월 중 차기 CEO 3차 재공모 이뤄질 듯 이사회 재구성이 빠르게 이뤄지고 나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기 대표 공모를 서두를 전망이다. KT 대표이사 자리를 두고 약 반년에 걸쳐 세 번째 경선을 펼치게 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이르면 5월에나 KT의 새 CEO가 선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이상의 경영 공백은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같은 일정을 역으로 고려해보면 4월 중에 이사진 구성을 마치고 임시 주총을 열어 이사진 선임을 결정하고, 새롭게 충원된 이사진들이 CEO 재공모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이후 사내 후보자 재검토와 사외 후보자 응모를 받아 1차 심사를 진행하고, 이전 심사 방식을 따른다면 이사회가 최종 후보자를 고르기 위해 면접 심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는 식의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CEO 후보자 응모 접수에 일주일, 면접 대상자를 추리고 최종 후보자를 가리는 심사에 열흘 정도가 소요된다고 계산할 수 있다. 이후 최종 CEO 후보자를 선정한 뒤 임시 주총을 재차 소집해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KT의 경영 공백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다. 그제서야 KT는 지난해 말에 진행하지 못했던 조직개편과 상무 이상의 임원인사를 새 CEO 주도로 이뤄내고, 새로운 경영계획을 확정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