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겪은 메모리, 내년 턴어라운드 기대 커졌다
지난 2년간 혹독한 한파를 겪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내년부터 반등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메모리 과잉 재고가 해소되면서 올해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내년에는 IT 및 세트 수요가 개선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 가동률 또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이 적자를 이겨내고 내년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는 2021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 공급부족을 겪다가 2022년 공급이 풀리면서 '과잉 재고'가 발생하면서 극심한 침체기가 이어져 왔다. 특히 메모리의 3대 수요처라 할 수 있는 PC와 스마트폰, 서버 출하량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메모리 업계는 업황 개선을 위해 2022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대규모 감산'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메모리 1위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누적으로 반도체 사업(메모리, 시스템반도체)에서 영업손실 12조6천900억원(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천600억원, 3분기 3조7천500억원)으로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8조763억원(1분기 3조4천23억원, 2분기 2조8천821억원, 3분기 1조7천919억원)을 기록하며 메모리 불황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내년 메모리 시장은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달 28일 반도체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11.8% 성장한 5천883억 달러(약 762억 달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반도체 규모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로 전년보다 10.3% 감소한 5천150억 달러(약 667조원)가 추산된다. 특히 내년에 전세계 메모리 매출은 올해보다 40% 이상 증가한 1천200억 달러(약 168조원)를 기록하면서 2022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35.2% 감소하며 14년 만에 큰 침체기를 겪어왔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계속 떨어졌던 메모리 가격은 4분기 들어서면서 오름세로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10월 15.38% 인상한데 이어 11월에도 전월 보다 3.33% 올랐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는 10월 1.59%, 11월 5.41% 연속으로 인상됐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을 말하며, 반도체 수요 공급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최근 AI 서버 투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로 반등하기 시작했다”라며 올해 4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로 전환된 후, 내년에 전년보다 57% 증가한 1천377억 달러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분기별 시장 규모는 올해 4분기 264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하고, 내년 1분기에는 289억 달러로 전년보다 63% 증가, 내년 3분기에는 375억 달러로 전년보다 6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가격 인상에 힘입어 11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도 마이너스 흐름을 끊고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달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IT 업황(PC·모바일·서버) 내 재고조정 과정에서 메모리 가격이 상승했고,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반도체 수요가 소폭의 회복 흐름을 보였다고 밝혔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메모리 전망이 나온다. 박유학 키움증권은 지난 29일 “오랜 기간 반도체 업황을 괴롭혀 왔던 과잉 재고는 올 연말을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이며, 대규모 감산 이후 '공급자 우위'로 돌아선 메모리 반도체는 '과잉 재고의 소진과 함께 가격의 상승 탄력이 강해지는' 업황이 펼쳐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고객사 스마트폰 업계의 재고는 이미 건전한 수준에 도달했고, PC와 서버의 경우 내년 상반기 중에 정상화될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공급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보유 재고도 올 연말·연초 동안에 급격히 감소해 내년 2~3분기까지 정상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보다 상황이 개선되는 것일 뿐 큰 성장까지 기대하기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9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세트 수요가 크게 반등한다고 낙관하기 쉽지 않다”라며 “내년 PC, 스마트폰이 3% 내외의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서버 수요도 소폭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D램과 낸드의 비트 수요 증가율은 각각 +19%, +22%로 올해 비트 수요 증가율 +6%, +8% 대비 확연히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4분기 영업손실을 2천944억 원으로 축소하고 내년 1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도 4분기 영업손실 1조4천억원으로 줄어들고 내년 1분기 영업이익 3천억원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