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자율주행 레이싱 대회 1위는 건국대…"단순함이 무기"
현대자동차그룹이 2년마다 주최하는 자율주행챌린지가 약 14개월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렸다.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각 대학교 팀이 참여해 치열한 경선 끝에 본선에 진출한 3개 대학팀(건국대학교·KAIST·인하대학교)이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를 달렸다. 이번 대회는 세계 최초로 서킷에서 진행됐다. 실제 레이싱 대회 규정을 똑같이 적용해 각 차는 예선전을 통해 랩타임이 빠른 순서대로 참가 차량의 출발선상 위치를 배정하게 했다. 우승팀에게는 상금 1억원과 현대차 채용특전이 제공되고 미국으로 견학도 떠난다. 10일 오후 2시쯤, 용인 스피드웨이에 마련된 자율주행 레이싱 대회장은 약 14개월간의 결과물을 선보일 대학생들의 열정으로 가득 찼다. 영상 5~6도에 거센 바람으로 추운 겨울임을 실감하는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현대차 아이오닉5를 개조한 자율주행차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날 피트인에서 만난 건국대 오토KU-R팀은 점심이 조금 지난 12시 30분부터 차량 점검을 하고 있었다. 건국대학교(오토KU-R) 나유승 팀장은 “실제 레이싱 서킷에서는 가상과 달리 한순간에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게 어려웠다”며 “일반적으로 150~160㎞ 밟을 일이 없어 속도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오토KU-R팀은 서킷을 달리면서 차가 한계까지 속도를 올리는 것을 가장 큰 숙제로 여겼다. 팀에서 센서 부분을 맡았던 석지원씨는 “타이어와 제어기를 차량에 맞게 설정하는 과정에서 테스트를 많이 해 왔다”며 “생각보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프로세스대로 진행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국대 오토KU-R팀은 예선전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 덕에 가장 첫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했는데, 우승까지 거머쥔 것이다. 오토KU-R팀은 “다른 팀에 비해 차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고 단순화했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에러를 판단하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우승 비결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서킷에서는 본선에 올라온 3개 대학팀의 차량이 동시에 출발해 네 번째 랩까지는 시속 100㎞로, 이후 랩부터는 아이오닉5의 최고 속도인 시속 180㎞ 이상으로 달렸다. 가장 먼저 출발한 건국대 차는 시작부터 빠르게 달려 가장 늦게 출발한 인하대 차량 꽁무니를 잡았다. 인하대 차량을 만난 건국대 차량은 안정적으로 추월했고 인하대 차량은 주행 중 코스를 이탈해 실격 처리됐다. 석지원씨는 “인하대 차량과 마주칠 가능성을 많이 두고 있어 이걸 어떻게 안정적으로 추월해서 카이스트와 간격이 줄어들거나 사고 가능성을 많이 걱정했었다”며 “다행히 첫 추월은 실패했지만 큰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추월을 잘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건국대는 카이스트와 한바퀴 이상 차이를 내며 27분2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카이스트팀는 29분31초를 기록했다. 1위를 차지한 건국대팀에게는 상금 1억원과 함께 미국 견학 기회가 제공됐으며, 2등팀은 상금 3천만원과 싱가포르 견학 기회가 주어졌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건국대팀은 대회가 끝난 뒤 "공식적으로 연구실에서 처음 도전을 이렇게 해봤는데 그동안 저희가 연구해 왔던 것들이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잘 연구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며 "이번 경기를 통해 더 많은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