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兆 자동차 반도체 시장 잡아라
반도체 회사들이 향후 10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가 보급돼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늘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차세대 정보기술(IT)을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자장치(전장)용 '엑시노스 오토'를 개발해 독일 아우디·폭스바겐 등에 납품했다. 2021년에는 국내에서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 현대자동차, 한국자동차연구원·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 간 연대·협력을 강화하는 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도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으로 미국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위탁생산한다. 세계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차량용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플래시 메모리 '셈퍼(SEMPER) X1'을 선보였다. 라이너스 웡 인피니언 이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LPDDR 플래시 메모리를 공개한다”며 “저전력과 고성능이 특징인 LPDDR에 전원이 끊겨도 정보를 보존하는 플래시 메모리를 더했다”고 말했다. 인피니언은 시제품을 내놓은 상태다. 내년 상용화가 목표다. 네덜란드 NXP반도체는 중국 전기자동차 기업 니오에 4차원(4D) 이미징 레이더를 공급한다. 최신 4D 이미징 레이더는 차량이 300m 거리에 있는 다른 차량과 보행자까지 감지해 2+단계 이상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고 NXP는 소개했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전기자동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절연 게이트 드라이버 신제품 'UCC5880-Q1'을 최근 선보였다. 마크 응 TI 전기차·파워트레인 총괄은 “UCC5880-Q1을 쓰면 전기차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해 7마일(약 11㎞)까지 더 갈 수 있다”며 “일주일에 3차례 충전한다면 연간 1천마일(약 1천600㎞) 이상 주행거리를 더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분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미국 온세미는 탄화규소(SiC·실리콘카바이드) 신제품 '1200V 엘리트SiC M3S 기기'를 내놨다. SiC 전력 반도체는 전기 형태를 변환할 때 스위치 역할을 하는데 전력 변환 손실을 실리콘(Si) 반도체와 비교해 90%까지 줄인다고 평가된다.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고 배터리를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5년 동안 약 2배 가량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1년 500억 달러(약 67조원)이던 세계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2025년 840억 달러(약 112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