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인증 간소화했더니 자진보고 '0건'
전자제품의 전파 인증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자기적합확인 제도가 시행 2년이 넘도록 부적합 자진보고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시험만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은 1만 2000건을 넘어섰지만, 사후관리 인력과 예산은 거의 늘지 않아 제도 운영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개정 전파법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 기업이 제품의 부적합 사실을 스스로 신고한 사례는 없었다. 같은 기간 정부의 사후 점검에서는 2025년 이후 530건의 부적합 기자재가 확인됐다. 기업의 자율적인 결함 보고를 의무화했지만 실제 적발은 정부 점검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적합확인은 전자파 위험도가 낮은 기자재에 대해 정부 등록 절차 없이 업체 자체 시험으로 적합성을 확인하도록 허용한 제도다. 다만 제조 판매업체가 제품의 기준 위반이나 결함을 인지하면 5일 안에 정부에 알리고 시정 또는 수거 조치를 해야 한다. 제도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 자기적합확인 방식으로 시장에 공급된 제품은 1만 2273건이다. 이 가운데 USB 또는 건전지를 사용하는 생활가전이 33.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는 자기적합확인 제품을 대상으로 3783건의 사후관리를 실시해 130건의 부적합 사례를 적발했다. 연도별 적발 건수는 2024년 1건, 2025년 51건, 올해 9월까지 78건으로 증가했다. 과기정통부는 제도 도입 이후 점검을 강화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부적합 기자재 가운데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의 비중도 커졌다. 2022년 72.3%에서 2025년 82.3%로 높아졌으며, 올해 9월까지 적발된 242건 중 해외 제조 제품은 220건으로 90.9%에 달했다. 관리 대상이 늘어나는 동안 정부의 점검 인력은 2022년 16명에서 올해 17명으로 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련 예산도 2022년 6억 8500만원에서 2025년 6억 7800만원으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한준호 의원은 “기업의 인증 부담을 덜어주는 규제 완화는 필요한 변화였지만, 그만큼 시장에 나온 제품을 제대로 살피는 사후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