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세균 죽이는 '자가 발전' 칫솔 나왔다
일반 칫솔은 물리적인 마찰을 이용해 치아와 잇몸에 쌓인 플라크를 제거한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하게 양치를 해도 일부 세균은 입안에 남아 다시 플라크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중국 연구진이 양치할 때 발생하는 마찰력을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자가 발전 칫솔을 개발했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뉴아틀라스 등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됐다. 개발된 칫솔이 생성한 전기는 플라크 형성을 촉진하는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에 사용된 칫솔모는 구부러질 때 전기를 발생시키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비닐리덴 플루오라이드(PVDF)'로 제작됐다. 이처럼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물질을 압전 재료라고 한다. 양치하는 동안 칫솔모가 구부러지면 전하가 발생하고, 이 전하가 타액과 물속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종(ROS)이 생성되는데, 활성산소종은 반응성이 매우 높은 분자로 세균 세포를 손상시키는 작용을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칫솔모는 양치질을 하지 않을 때도 표면에 미세한 전하를 유지한다. 덕분에 칫솔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세균이 칫솔모 표면에 달라붙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충치 주요 원인 균 절반 이상 사멸·플라그 99% 이상 제거 테스트 결과 전기 자극을 발생시키는 칫솔모는 충치의 주요 원인균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를 절반 이상 사멸시켰다. 반면 일반 나일론 칫솔모는 사멸률 9%에 그쳤다. 잇몸 질환과 관련된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균의 경우 전기 자극 칫솔모를 사용했을 때 최대 78% 감소했다. 일반 나일론 칫솔모의 감소율은 8% 미만이었다. 연구진이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항산화제를 첨가하자 새로운 칫솔의 항균 효과가 대부분 사라졌다. 이는 활성산소종이 칫솔의 세균 억제 효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칫솔모는 플라그 제거 효과도 뛰어났다. 연구진은 소의 치아 법랑질 조각에 사람의 치태를 배양한 후 3분 동안 칫솔질을 했는데 개발된 압전 칫솔모는 사람 치태의 99% 이상을 제거했지만, 나일론 칫솔모는 80%만 제거했다. 연구진은 실제 사람의 구강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3개월간 진행된 임상 평가에는 115명의 자원자가 참여했으며, 참가자들에게는 동일한 양치질 지침이 제공됐다. 연구진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구강 내 미생물 구성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기존 칫솔을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여러 병원성 세균의 상대적 비율이 감소했으며, 치태와 잇몸 건강 지표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뉴캐슬대 구강 미생물학자 니콜라스 야쿠보비치는 해당 연구에 대해 “칫솔 표면 자체가 능동적으로 작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흥미롭다”며, “기계적 세척 효과를 실제로 향상시키는 새 접근법이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장기적인 구강 건강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해 세균의 상대적 비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구강 내 전체 세균 수가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플라그가 줄거나 잇몸 출혈이 감소했다고 해서 향후 충치 발생률이 낮아지거나 치주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이러한 효과를 확인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기존의 실험실 중심 연구에서 나아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자가 발전과 항균 기능을 갖춘 이 칫솔이 일반적인 양치질과 구강 세정 과정에 더해져 구강 건강 관리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건강한 식단과 함께 사용하면 치아와 잇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