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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일상 사이, 자동차보험의 빈틈

'모빌리티 판 읽기'는 모빌리티 시장의 흐름을 사회·경제·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변화의 본질과 앞으로의 방향을 짚는 분석 시리즈입니다. 주차를 하고 돌아오니 문짝에 못 보던 흠집이 나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앞차가 튀긴 돌이 앞유리에 작은 스톤칩을 남긴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 순간 운전자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보험을 부르자니 자기부담금이 나가고 이력이 남아 다음 해 보험료가 오를까 걱정이고, 그냥 두자니 내 돈으로 수리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실제로 자차 보험을 쓰면 최소 자기부담금이 20만 원가량 발생하고, 손해액이 물적사고 할증기준을 넘어서면 이후 3년간 보험료 인상이 따라온다. 그래서 문콕이나 스톤칩처럼 수리비가 애매한 손상일수록 운전자는 보험과 자비 사이에서 저울질을 반복한다. 자동차보험에 매년 적지 않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정작 가장 자주 마주치는 손상 앞에서는 보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자동차 한 대를 소유한다는 것은 이동수단을 얻는 동시에 크고 작은 위험을 떠안는 일이다. 그 위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충돌이나 인명 피해처럼 큰 손실을 일으키는 사고, 사고 처리 이후에도 남는 자기부담금과 수리 기간 등의 부담, 그리고 문콕·스톤칩·휠 손상처럼 일상에서 반복되는 경미한 손상이다. 기존 자동차보험은 첫 번째 위험에 강하다. 큰 사고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고 이후의 잔여 부담과 일상적인 차량 손상까지 촘촘하게 관리하도록 설계된 제도는 아니다. 매년 보험료를 내면서도 자주 마주치는 손상은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많은 운전자가 답답함을 느낀다. 보험에 가입하고도 해소되지 않는 '생활 리스크'가 오랜 골칫거리로 남아 있는 이유다. 차는 진화했지만, 보험은 여전한 현실 지금의 자동차는 과거와 다르다.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와 각종 센서가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차량은 운행 정보와 상태를 스스로 기록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고를 예방하는 능력은 높아졌지만 보험사의 부담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배터리와 센서, 전자부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작은 충돌도 높은 수리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에서는 사고 건수뿐 아니라 사고 한 건당 손해액인 '사고 심도'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도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험료 인하 효과의 누적과 함께 부품비·수리비 등 손해배상 비용의 상승을 지목했다. 특히 사고심도 상승은 물적담보를 중심으로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9%로 전년 동기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손익도 184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사고 건수는 줄었지만 병원 치료비와 정비공임 등 보상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여기에 전기차와 수입차, 고가 차량이 늘고 법인·리스·렌트 차량의 관리 수요까지 커지면서 보험사가 고려해야 할 위험의 범위도 한층 넓고 복잡해지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가 빠르게 달라지는 동안 보험의 작동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차량이 매일 데이터를 만들고 스스로 상태를 알리는 시대에도 자동차보험은 여전히 사고가 발생한 뒤 손실을 보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간극을 메울 것으로 기대했던 인슈어테크도 지금까지는 보험료 비교와 상품 추천, 비대면 가입 등 유통 과정의 디지털화에 집중해 왔다. 소비자가 보험을 더 쉽게 찾고 가입할 수 있게 만든 성과는 분명하지만, 기존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가입하는 방식을 디지털로 바꾼 데 가까운 서비스도 적지 않다. 운전 데이터 역시 주행거리나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는 용도로 주로 활용돼 왔다. 차량을 언제 구매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운행하는지, 어떤 손상을 반복해서 겪는지, 사고 이후 어떤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지까지 연결해 관리하는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이제 인슈어테크의 경쟁은 '더 싼 보험'을 찾는 데서 '운전자의 위험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보험료 비교는 운전자별 위험 분석으로, 가격 할인은 실제 부담 비용 절감으로, 사고 후 보상은 사고 예방과 사후관리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세계 시장도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의 보험 텔레매틱스 가입 계약은 2024년 말 기준 유럽 약 1380만 건, 북미 약 2020만 건으로 추산된다. 두 시장을 합친 가입 계약은 연평균 성장세를 이어가 2029년까지 5190만 건에 이를 전망이다. 주행거리와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사고 감지와 보상, 위험 예방 등으로 차량데이터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보험이 놓친 자리를 메우는 움직임 이같은 변화 속에서 자동차보험 바깥에 남아 있던 작은 위험을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이 큰 손실을 막는 안전망이라면, 보험과 정비·차량관리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보완 서비스가 함께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봇 모빌리티가 최근 선보인 '차봇케어'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부품케어와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 지원을 결합해 문콕과 스톤칩, 휠 스크래치, 타이어 파손, 스마트키 분실처럼 일상에서 반복되는 차량 손상과 사고 처리 이후의 자기부담금까지 관리한다. 운전자가 작은 흠집 하나를 앞에 두고 보험 처리와 자비 수리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던 상황을 하나의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런 서비스가 보험사가 아닌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보험계약과 사고·보상 데이터를 보유한다. 반면 차봇과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은 운전자가 자동차를 사고, 타고, 관리하고, 다시 판매하는 생애주기 전반에서 고객을 만난다. 보험 가입 시점에만 고객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차량 구매 이전부터 보유와 관리, 교체에 이르는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핵심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데서 거래를 끝내지 않는 데 있다. 차량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생활 손상과 수리비 부담까지 함께 관리한다면, 구매와 보호가 결합된 보다 완결된 커머스 경험이 가능해진다. 차를 잘 사는 것뿐 아니라 산 뒤의 불확실성까지 줄여야 자동차 구매 경험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작은 손상을 제때 관리하는 일은 차량의 외관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적된 손상과 수리 지연을 줄여 차량 상태를 보전하고, 향후 재판매 과정에서 자산 가치를 지키는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의 동의를 바탕으로 케어와 정비 이력이 데이터로 축적된다면 차량의 관리 상태를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중고차 거래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기반도 마련된다. 다만 데이터가 많다고 더 나은 보험과 거래 환경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데이터를 왜 수집하고 어디에 활용하는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하며, 개인화가 고위험 운전자의 배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도 필요하다. 구매와 관리, 재판매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가 쌓여야 비로소 리스크를 줄이는 거래 생태계도 작동할 수 있다. 보험의 본질은 사고를 계산하는 데만 있지 않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불안을 함께 나누고, 고객이 실제로 짊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있다. 자동차가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한 지금, 보험과 모빌리티 서비스도 사고 이후의 보상을 넘어 운전자의 일상과 차량 생애주기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모빌리티 인슈어테크의 경쟁은 보험료를 얼마나 저렴하게 비교해 주느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위험을 먼저 발견하고, 필요한 보호와 금융 서비스를 언제 연결하며, 고객이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차를 판매하고 보험에 가입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구매 이후의 유지와 재판매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모빌리티 커머스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2026.09.26 09:30이성미 컬럼니스트

AI 시대, 독서 필요할까…밀리의서재 "읽기 가치 더 중요해질 것"

“인공지능(AI)이 발전할수록 읽기의 가치는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답을 만들지만, 독서는 질문을 만듭니다.” 정재욱 kt 밀리의서재 대표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난 10년간 독서 경험의 변화를 짚고, 향후 변화할 독서의 모습을 제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읽는 미래: AI 시대 한가운데서 비추는 읽기의 청사진'을 주제로 개최됐으며, AI의 확산 속에서 읽기와 사고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해 준비됐다. 우선, 정 대표는 지난 10년간의 독서가 소유에서 접속으로, 검색에서 발견으로, 하나의 포맷에서 다양한 포맷으로, 혼자에서 함께하는 독서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성인 전자책 독서율과 한국 성인별 독서율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전자책 독서율은 2015년 10.2%에서 10년 만에 17.8%로 7.6%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대별로 보면 20대에서는 전자책의 선호도가 59.4%로 종이책(45.1%)을 앞질렀다. 또 한국 성인 포맷별 독서율은 2015년 종이책 86.5%, 전자책 13.5%에서 지난해 종이책 56.4%, 전자책 34.8%, 오디오북 8.8%로, 독서의 형태가 다양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맷이 다양해질수록 1인당 도서 열람 수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래 독서 키워드는 '무경계·이해·대화·연결·협력' 정 대표는 AI 시대에 달라질 읽기의 미래 모습으로 '경계 없는 독서', '나를 이해하는 독서', '대화하는 독서', '서로 연결되는 독서', '함께 만들어가는 독서'라는 5개의 키워드를 꼽았다. 경계 없는 독서는 독서가 다양한 기기와 환경으로 확장돼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나를 이해하는 독서는 자신의 독서 취향과 관심 변화를 AI가 이해하고 새로운 책을 발견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대화하는 독서는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책에 대한 질문과 관점 탐색으로 생각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연결되는 독서와 함께 만들어가는 독서는 각각 같은 책과 취향을 계기로 생각을 나누고, 작가와 출판사, 플랫폼 및 독자가 연결되며 콘텐츠와 독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정 대표는 “이 5개의 미래는 각각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며 “모든 주체가 서로 연결되고 성장할 때 우리가 상상하는 읽는 미래도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과 AI 차별점은 '언어'…"인지력 계속 유지해야"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AI 시대에 읽기의 가치를 조명하는 강연들도 이어졌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으로 생존하는 방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는 AI와 차별화되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으로 언어를 들었다. 그는 인류에게 문자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인간의 기억력을 강화해줄 것이라는 관측과 오히려 망각에 빠질 수 있다는 논쟁이 공존했다며, AI를 둘러싼 현재 상황과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배우는 활동의 핵심에는 읽기가 있다며 생각의 깊이 면에서는 읽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책을 읽으라는 조언에 유튜브를 보면 된다고 답하는 현황을 꼬집으며 “읽기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읽을 능력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현재 읽기에 기반한 문명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며 AI의 발전으로 미래세대에게는 인간의 문자력, 언어력이 잃어버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가 인류의 기억과 지식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AI만으로는 안 된다”며 “AI를 활용할 수 있는 나의 실력인 인지력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힘들더라도 계속 훈련을 해야 한다. 개인의 뇌 말고도 조직의 뇌도 썩지 않게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2026.09.03 14:14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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