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무릎 꿇리는 악성댓글은 사라지고 있을까
연세대 바른ICT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최대 35조원에 이른다. 막연하게만 문제로 인식됐던 악성댓글이 실제로도 우리 사회와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는 셈이다. 지난 수년 간 연예인 등 공인들이 악성 댓글에 상처 받고 우울감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온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소셜 계정 접속 기반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를 운영하는 시지온은 우리나라 댓글 문화의 건강한 성장과 이용문화 정착을 위해 힘쓰는 기업이다. 2011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댓글 이용자들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인터넷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다양한 이벤트와 캠페인을 통해 건전한 댓글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넘게 댓글 생태계를 관찰해온 김미균 시지온 대표는 우리나라 댓글 문화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일부 퇴보하고 일부 전진했지만 우리 댓글문화는 성장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의미있는 댓글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영혼까지 무릎 꿇게 하는 악성댓글의 비중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 또 지난 2020년 네이버, 다음(카카오)이 악성댓글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연예 스포츠 뉴스 댓글 기능을 없앴지만, 그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고 평가했다. 포털 뉴스 댓글에서만 보이지 않을 뿐, 언론사 댓글창과 커뮤니티 등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에 김미균 대표는 관련 기관들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만큼,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소통이 개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또 김 대표는 악성댓글 예방법은 이와 연관된 콘텐츠가 다각도로 방영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예를 들어 그 동안 악성댓글 피해자에 조명이 된 콘텐츠만 많았다면, 반대로 악성댓글 작성자를 조명하는 콘텐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미균 대표는 악성 댓글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혼자서 해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주변과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대처할 것을 권했다. 시지온도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안내했다. 끝으로 지난 4일 시작된 '따뜻한 말 한마디'(따말) 선플 캠페인에 시지온이 함께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 대표는 “말 한마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얼어붙은 차가운 우리 사회에 따뜻한 말이 계속 퍼져나가도록 힘을 보탤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도 전했다. 캠페인이 더 널리 알려지고 확산되기를 바랐다. 따말 캠페인은 이 시대 어려움과 고민이 많은 CEO·소상공인 등 사장님을 응원하는 뉴스 댓글을 남기고 인증하면, 우수작에 아이폰14·에어팟맥스·애플워치8 등을 선물하는 행사다. 이달 18일까지 진행된다. [다음은 김미균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지난 약 10년 간 우리나라의 댓글 문화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요. 대중들의 댓글에 대한 인식이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혹은 어떤 면에서 퇴보하는 측면도 있었을까요. "댓글 문화는 일부 퇴보하고 일부 전진하면서 성장은 하지 못했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악성댓글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수위도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의미있는 베스트 댓글들도 다수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댓글의 비중이 늘어나도 악성댓글의 비중이 줄어들지 않는 한 성숙해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걱정인 것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도 때에 맞춰서 성숙해져야 하는데 그 때를 놓치고 건강한 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Q. 포털에서 연예/스포츠 댓글이 사라진 뒤 달라진 것들이 있을까요. 악플이 줄었다거나, 아니면 결국 다른 부작용을 낳았거나 말입니다. 실효성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덕분에 라이브리는 연예/스포츠 언론사에서 작성되는 댓글을 더 많이 관리해야 했습니다. 라이브리를 사용하는 관련 매체의 수도 증가하게 됐고요. 악성댓글은 포털에서만 사라졌을 뿐 영향력이 있는 매체, 다른 웹/앱으로 옮겨가 작성됐습니다. 다만 매체들이 직접 운영하는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 댓글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법일까요. "피해를 입으면 먼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목적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을 상게 하는 것이기에 이럴수록 감정을 차분하게 가져야 합니다. 또한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서 상처입은 마음을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법적인 조치 등은 그 다음에 따라와야 전문적 조치가 가능해집니다." Q. 건강한 댓글 문화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요. 국가, 정부, 교육기관, 포털, 언론사 등등 각 영역을 나눠 설명해 주세요. "관련 기관들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교육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서 개인의 존재를 확인하게 됩니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 공격적이고 개인의 자존감을 떨어드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제대로 된 인격 형성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실시간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의 온라인 소통은 오프라인 소통보다도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이 문제들에 기관들이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시지온은 지난해 배달라이더 대상 따말 캠페인에도 참여를 하셨는데, 캠페인을 진행해보니 사회적 편견에 놓이거나 선입견을 가진 대상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꽤나 차가운 것 같았습니다. 지난해 따말 캠페인에 대한 평가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또 이번 따말 캠페인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와 캠페인을 통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필요한 메시지는 여러번 반복적으로 전달되어야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말 캠페인은 기획이 조금씩 바뀌고 또 더 탄탄하게 진행되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의 가치를 잘 전달하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변화는 조금씩의 관심부터 시작입니다. 따말 캠페인이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Q.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악플 예방법은 결국 무엇일까요. “미디어에서 관련 콘텐츠를 다각도로 방영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 유명 영화 감독님이 악성댓글 피해자가 아니라 악성댓글 작성자를 조명하는 콘텐츠가 제작돼 배포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 또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비판의 수위를 넘어서는 악성댓글을 작성하시는 분들도 일부 망가진 생각과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치료가 필요한 존재일 수 있습니다.” Q. 프로 악플러, 댓글부대, 또 댓글로 상처입은 네티즌이나 공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마시고 주변과 문제를 공유하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회사도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악성댓글로 피해를 받는 것 자체가 본인의 정체성을 해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상담을 받고 법적 조치를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고 대중들도 이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위축되지 마시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Q. 끝으로 독자들에게, 대중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디넷 독자 여러분들, 지디넷이 지속적으로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감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캠페인을 알리고 참여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본인부터 정상적인 댓글을 작성하는 작은 실천을 해봐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주변에게도 권해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