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왜 ARM과 손잡았나
인텔이 2021년 3월 IDM(종합반도체회사) 2.0 전략 일환으로 출범시킨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이하 IFS)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IFS가 2024년 이후 본격 가동할 인텔 18A 공정의 주요한 파트너사로 ARM이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IFS와 ARM 양사는 12일(영국 현지시간) "모바일 기기용 SoC(시스템 반도체)를 시작으로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항공·우주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년간에 걸쳐 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IFS는 오는 2024년부터 인텔 20A(2나노급), 인텔 18A(1.8나노급) 등을 가동하며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기존 파운드리 업체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이번 양사 협업에 따라 IFS는 3나노급 이하 공정에서 앞으로 수 년간 잠재적인 고객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 IFS, IDM 2.0 전략 일환으로 2021년 3월 출범 IFS는 2021년 취임한 팻 겔싱어 CEO의 IDM 2.0 전략에 따라 3월 출범했다. IDM 2.0 전략은 프로세서 등 핵심 제품을 내부에서 생산하는 한편 그래픽칩셋 등 주변 제품 생산에는 외부 파운드리도 활용한다는 것이다. IFS는 IDM 2.0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인텔 자체 설계 반도체(프로세서 등)를 생산하는 한편 인텔의 제조 역량을 이용해 타사 반도체도 함께 생산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러나 IFS가 현재까지 확보한 대형 고객사는 여전히 한 손에 꼽을 정도다. 2021년 7월 '인텔 액셀러레이티드' 행사 당시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퀄컴이 인텔 20A 공정을 활용해 제품 중 일부를 IFS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ISC-V(리스크 파이브)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각종 반도체를 설계하는 미국 스타트업 싸이파이브(SiFive) 역시 쿼드코어 칩 '호스크릭(Horse Creek)을 인텔 4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 IFS·ARM 다년간 협력...IFS 지속가능성 상승 퀄컴과 싸이파이브는 IFS를 활용한 제품 생산 계획이 일회성인지, 혹은 다년간에 걸친 협력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반면 IFS와 ARM 양사는 이번 협업이 '여러 세대에 걸친 협업'(Multigeneration Collaboration)이라고 밝혔다. 인텔 18A 공정 뿐만 아니라 향후 인텔이 적용할 첨단 공정에서도 양사의 협력이 지속될 것임을 명시한 것이다. 이는 ARM이 IFS의 생산 역량과 지속가능성에 일종의 '보증수표'를 발행한 것이나 다름없다. 향후 다른 팹리스 기업이 IFS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기 때문이다. IFS 역시 3나노급 이하 공정에서 앞으로 수 년간 잠재적인 고객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 지정학적 리스크·납기 지연 등 회피 가능 대만 TSMC는 지난 해 말 3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해 3나노급 첫 양산에 이어 2024년에는 2세대 3나노 공정에 진입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반면 IFS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중국-대만간 관계, 남북관계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중국-대만간 긴장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심하게 악화됐다. TSMC의 한정된 생산 역량에 고객사가 몰리면서 안정적인 생산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ARM 기반 SoC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들은 향후 제품 생산시 지정학적 리스크나 납기일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IFS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미국과 유럽 소재 팹리스 기업은 세재 혜택이나 물류 비용 절감 등 이득을 얻을 수 있다. ■ "IFS, ARM 기반 SoC에 첨단 공정 역량 더했다" ARM 관계자는 IFS와 협업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IFS는 ARM 생태계에 ARM 기반 SoC를 첨단 공정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ARM 관계자는 이어 "ARM은 IFS는 물론 TSMC, 삼성전자 등 첨단 공정을 보유한 모든 파운드리 업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텔 18A 공정은 오는 2025년 이후 미국 오하이오 주·오레곤 주, 아일랜드 레익슬립 소재 인텔 생산 시설에서 가동될 예정이다. EUV(극자외선)를 시작으로 전류를 보다 매끄럽게 제어할 수 있는 게이트 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구조인 리본펫, 트랜지스터의 신호 전달층과 전력 공급층을 양면으로 분리하는 구조인 '파워비아'가 적용된다. 인텔은 이미 지난 1월 "2024년 이후 적용할 인텔 20A·18A 공정 역시 인텔 자체 칩과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의 칩을 통한 테이프아웃을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테이프아웃(Tape-out)은 반도체 설계 회사가 제품 설계를 마치고 파운드리 회사에 양산을 위한 최종 설계도를 전달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