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6비트 없는 순수 64비트 명령어 체계 만들자" 제안
인텔은 2000년대 초반 아이태니엄 등 서버 프로세서 개발 당시 하위 호환성이 아예 없는 64비트 명령어인 IA-64를 개발했다. 그러나 기존 32비트 운영체제나 응용프로그램을 쓸 수 없어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현재 PC·서버용으로 쓰이는 인텔 프로세서의 64비트 명령어는 2004년 AMD가 개발한 64비트 명령어인 AMD64를 크로스 라이선스 형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AMD64는 32비트 응용프로그램도 그대로 실행하면서 4GB 이상의 메모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인텔은 최근 개발자 대상 블로그를 통해 "64비트만 지원하는 새로운 명령어 체계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보다 단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밝히고 16비트 지원을 모두 삭제한 새 명령어 체계 'x86-S'를 제안했다. 64비트 운영체제가 충분히 보편화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 PC 부팅시 일부 단계에서만 16비트 코드 사용 PC의 하드웨어를 관리하는 펌웨어는 이미 64비트 기반으로 전환됐다. 인텔 역시 2020년 UEFI에서 16비트 지원을 빼 버렸다. 다만 PC의 전원을 켜고 초기화된 상태에서 64비트로 진입할 때까지 아주 짧은 순간만 16비트 코드를 이용한다. 인텔 역시 "현대 상황에서 16비트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할 일은 거의 없으며 운영체제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64비트로 완전히 전환하기 위해 이런 자주 쓰이지 않는 요소들을 뺄 수 있지 않은지 의문을 가질 만 하다"고 밝혔다. 인텔이 함께 공개한 46페이지 분량의 백서에서는 이런 새로운 명령어 체계에 'x86-S'라는 이름을 붙였다. ■ 64비트 부팅 후 여전히 32비트 응용프로그램 실행 가능 인텔이 공개한 백서에 따르면 x86-S는 메모리를 항상 64비트로 운영하는 한편 16비트 코드를 실행하기 위해 마련되었던 모드, 기존 16비트 응용프로그램에서 이용했던 보안 단계를 모두 삭제했다. 32비트 운영체제를 설치/실행하는 데 필요한 모드도 없어 윈도10 32비트 버전 등의 설치가 불가능하다. 단 윈도11 등 운영체제를 부팅한 뒤 기존 32비트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한 모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인텔은 "64비트 전용 명령어 체계는 구식 코드를 들어내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구현의 복잡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세서 다이 안에서 16비트 지원을 위해 남아 있는 회로를 걷어내는 것도 목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 윈도11 등 이미 64비트로 전환...x86-S는 구상 단계 인텔의 이런 시도가 성공하려면 인텔 뿐만 아니라 PC/서버용 x86 기반 프로세서를 만드는 AMD, 그리고 운영체제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 인텔 역시 x86-S의 구현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x86-S가 서버만 겨냥한 것인지, PC만 겨냥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인텔은 "이번 백서를 공개한 것은 PC 제조사나 개발자 등 관련 생태계가 x86-S의 영향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x86-S가 보편화되어도 일반 이용자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반 소비자용으로 널리 쓰이는 윈도 운영체제는 윈도11부터 64비트로만 공급된다. 부팅 후 기존 32비트 기반 애플리케이션도 WoW(윈도 온 윈도)라는 윈도 운영체제 호환 기능을 이용해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