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x의 부작용 가능성도 고려돼야"
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이번 편에서는 기술의 혁신성 뒤에 숨겨진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담았다. [편집자 주] “아직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없다.” 디지털치료기기(DTx)에 대한 황순조(50)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의대 교수의 지견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2월과 4월 우리 규제당국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앱과 소프트웨어에 대해 품목허가를 내렸다. 기자는 DTx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미국의 현지 의료인과 임상심리학자에게 DTx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실제 환자에게 처방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시 자리를 함께했던 황 교수는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다. 이에 황 교수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한 번 더 만나기를 청했다. 수일 후 그와 강남에 있는 한 카페에서 DTx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황순조 교수는 연세대의대 졸업 이후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거쳤다. 군의관 시절 미국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뉴욕 메디컬컬리지 웨스트체스터메디컬센터에서 3년간 전공의 수련을 다시 받았다. 이후 보스턴 매사추세츠 하버드 메디컬 스쿨 소아정신과에서 2년간 전공의 펠로우 과정을 거쳐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서 3년간 재직했다. 2015년 네브래스카대학 의대 교수에 임용됐다. 소아청소년의 행동 및 정서 장애를 비롯한 뇌신경과학적 이해와 치료가 그의 연구 분야다. 황 교수는 DTx의 임상시험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봤다. 물론 우려를 불식시키는 부분도 있다. 어쨌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DTx를 승인했으니 말이다. 황 교수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효과성이 있다면 FDA는 승인을 한다”고 했다. 그가 되물었다. 안전성은 효과성만큼이나 중요하지 않는가?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환자에게 처방을 할 때 하루에 한 시간씩 매일 DTx를 사용하면 6주가 지나서 증상이 개선된다고 선뜻 말하기가 어렵다.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을 하려면 대규모의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한 확고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DTx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DTx에 대한 부족한 임상 데이터다.” 인지행동치료를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약물 치료가 아닌 감정 및 행동 장애를 훈련 교정을 통해 더 나은 감정과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비록 DTx를 사용했을 때, 인지행동치료로써 증상 개선 효과가 도출된다는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황 교수의 판단이었다. “확고한 임상 데이터를 의사에게 제공할 DTx 제조사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만약 의사의 진료 가이드를 줄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를 보유한 DTx 제조사라면 이 분야를 리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황 교수는 기술의 이해(혹은 동화)가 임상시험의 이해도와 반드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의 영역은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지적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현장에서 종종 무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제조사 입장에서는 우선 제품이 '잘 돌아가게' 만드는 게 임상적 유효성보다 더 중요하게 여길 여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임상적 이해 없이 우후죽순 DTx가 개발될때의 부작용 가능성으로는 우선 정보 유출의 위험을 들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시판된 일부 DTx 제품의 경우, 개인 정보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DTx 이용자는 직접 자살 시도, 기분, 감정, 복용 중인 의약품 등을 기입하게 되는 데 이런 정보들이 유출되면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밖에도 사용장애 가능성도 대두된다. “DTx 개발사들은 이용자가 더 자주 그들의 DTx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재미와 몰입의 요소를 집어넣고 싶을 것이다. 이는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낀다. 의료소비자도 마찬가지다. DTx가 '새로운 치료제'나 '새로운 치료기기'로 홍보되면 의료소비자의 관심은 쏠릴 수 밖에 없다. “기존 약 복용이나 상담에 거부감이 있다면 기존 치료의 대체로써 DTx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이는 환자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물론 황 교수는 '보완적 수단'으로써 DTx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특히 정신건강 분야에 대해서 말이다. “정신과 질환은 복잡한 인지행동 정서 질환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증상이 발현된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가 한 달에 한 번 주치의와 상담을 한다면, 기존에는 한 달 동안 환자의 상태를 환자의 기억이나 회상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DTx를 통해 환자의 심박수나 감정 등에 대한 실시간 측정이 이뤄져서 한 달간의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면,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아울러 황 교수는 “인공지능(AI)이 대체하기에 쉽지 않은 분야가 바로 정신건강분야”라며 “의료를 ICT 기술로 100%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