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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어도 심쿵…우리는 왜 '인외 캐릭터'에 빠질까

얼굴 대신 가로등을 단 신사에게 팬들이 열광한다. 청사초롱과 조족등 같은 전통 사물은 개성 넘치는 인물로 변신한다. 놀이공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외(人外) 캐릭터 열풍'이 뜨겁다. '인외 캐릭터'가 대중문화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면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인외는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닌 존재'를 뜻한다. 도깨비와 구미호 같은 초자연적 존재부터 동물, 로봇, 사물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도 넓다. 최근에는 인간과 다른 외형을 지닌 캐릭터에 애정을 느끼고,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만들어 즐기는 팬덤 문화가 됐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가로등 신사 베스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베스퍼는 가로등 모양 머리에 연미복을 입은 캐릭터다. 지난달 12일 시작된 롯데월드 야간 퍼레이드 다크 판타지 페스티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촛불 형태 머리를 한 칸드라 등과 함께 등장해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인외 캐릭터' 열풍은 SNS에서 먼저 시작됐다. 롯데월드 공식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관련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 팬들은 베스퍼의 모습을 직접 그린 팬아트를 공유하고, 인형과 종이 모형까지 제작했다. 롯데월드는 이럼 호응에 힘입어 팬아트 공모전도 마련했다. 흥미로운 점은 캐릭터에 사람 얼굴이 없다는 사실이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데도 관람객들은 손짓과 몸짓에서 다정함과 우아함을 발견한다. 외모만큼이나 캐릭터의 분위기와 행동,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매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런 인외 열풍은 최근 한국 전통문화와 만나 또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다. 웹툰 작가 겸 유튜버 진돌과 한국적인 그림으로 잘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앞서 라이브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전통 사물과 문화유산을 소재로 인외 캐릭터를 선보였다. 성우 신용우도 참여해 캐릭터에 목소리와 이야기를 더했다. 소재부터 눈길을 끈다. 백제금동대향로와 청사초롱, 조족등, 마패 등 박물관이나 사극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물건들이 저마다 개성 넘치는 인물로 변신했다. 만두와 호롱불을 소재로 한 캐릭터도 등장했다. 문화유산의 역사적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한국적인 판타지를 자유롭게 섞어 캐릭터화했다. 한국 문화에서 인간이 아닌 존재는 오래전부터 친숙했다. 옛이야기 속 도깨비는 인간에게 장난을 치거나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였고, 구미호는 신비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저승사자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자연적 존재로 등장했다. 이들은 현대 대중문화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얻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도깨비가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구미호뎐에서는 구미호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과거 두려움이나 경계의 대상이었던 존재들이 이제는 사랑하고 응원하는 대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의 인외 창작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신비한 능력을 지닌 요괴뿐 아니라 평범한 생활용품과 오래된 문화유산까지 캐릭터의 소재가 된다. 반드시 아름다운 얼굴을 지닐 필요도 없이 그 모습 자체가 개성이자 매력이 됐다. 팬들이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완성된 이야기를 감상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새로운 관계를 상상한다. 하나의 캐릭터가 등장하면 팬들은 저마다 성격과 사연을 덧붙이고, 이를 다시 공유하며 이야기를 확장한다. 한국적 인외의 등장은 전통문화를 즐기는 방식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물관 진열장 안에 놓인 유물이나 책에서 접하던 옛 물건이 친숙한 캐릭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전통문화가 보존하고 감상하는 대상을 넘어 직접 상상하고 즐기는 창작의 소재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인외 캐릭터의 인기가 곧바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오래된 문화유산과 전통 사물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히는 시도가 젊은 세대의 놀이 문화와 만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6.10.24 11:28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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