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회사는 핵심인재·신입사원이 자꾸 나갈까
'구직난'에서 '구인난'으로 넘어가는 구인·구직 대혼돈의 시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직자들의 일자리 찾기가 훨씬 더 고난도였지만, 이제는 기업들의 인재 영입 난도도 그만큼 높아졌다. 최저임금 인상과 인구감소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취업 시장에 나온 젊은 지원자들이 줄고, 기업들이 경력직 위주의 수시 채용을 선호하면서 스타트업들은 인재 영입에 더 애를 먹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좀 나아질까. 불행히도 이 같은 구인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인구감소를 넘어 '인구절벽' 현상이 본격화되면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인력난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와버린 구인난의 시대,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구직난에서 구인난으로...'일자리 차별성'으로 승부하라 해답은 바로 '채용브랜딩'에 있다. 채용브랜딩&콘텐츠(마케팅) 기업 D3의 복성현 대표는 앞으로 기업들이 구직자들한테 '일자리의 차별성'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회사 구성원들은 이런 조직문화에서 이렇게 일해”라는 식의 채용브랜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기업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됐고,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도 비슷해졌고, 기업 규모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반도체 기업을 예로 들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구직자 입장에서 비슷해 보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일자리의 차별화가 더 필요한 거죠.” 얼마나 많이 지원했는지가 아닌, 우리와 꼭 맞는 지원자가 몇 명인지가 중요 복 대표에 따르면 기존 채용브랜딩은 '채용 공고를 알리는 마케팅 활동'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채용브랜딩은 '임플로이어(고용주) 브랜딩'이란 표현이 더 적확하다. 고용주가 구직자들한테 회사 일자리의 차별점을 보여주는 활동이란 뜻이다. 기업은 어떤 콘셉트와 전략으로 채용브랜딩을 시작할지 설계하고, 이 설계에 맞춰 조직문화를 정의하고, 이와 어울리는 제도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또 이런 것들을 구직자들한테 어떻게 잘 전달할지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국내에서 채용브랜딩은 이제 정착 돼 가는 단계예요. 과거에는 채용마케팅을 통해 '어떻게 하면 많은 지원자들을 끌어모을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채용브랜딩 활동으로 소수라도 '우리와 맞는 사람이 몇 명 지원했는가'로 목표설정을 재조정해야 합니다. 채용마케팅이 아닌 채용브랜딩을 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점점 채용브랜딩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기업별로 자사의 미디어 채용 사이트를 만들거나, 유튜브·인스타그램 같은 SNS 채널을 운영한다. '그리팅'이나 '나인하이어'처럼 채용 관리 솔루션(ATS)에 도움을 청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체 채용 사이트나 SNS 채널을 운영하는 것만으로 채용브랜딩 한다는 오해를 해선 안 된다는 게 복 대표의 설명이다. “많은 기업들이 '온드 미디어 리크루팅(OMR)'이라고 해서 자사의 채용 사이트를 갖고 있거나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조직문화를 알리려 다양한 이벤트성 콘텐츠들을 발행해요. 이번엔 빼빼로데이, 다음엔 핼로윈 사내 이벤트를 하고 이를 찍어 올리는 식이죠. 그러다 소재가 떨어져 '이번엔 뭘 찍어 올리지?'라고 고민하는데 이건 채용브랜딩이 아닙니다. 채용브랜딩은 우리 일자리의 차별성을 잘 보여줘야 해요. 가령 우리 회사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만큼의 성과를 내는 조직임을 알리고 성과 위주의 이야기들을 죽 풀어가는 거예요. 그럼 이를 본 구직자들이 '저 회사는 치열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과연 나는 그렇게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지원 여부를 판단하게 되죠. 이처럼 채용브랜딩은 우리 조직과 '핏한 인재'를 찾거나 거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채용브랜딩, 기업의 자기 객관화 향상에 도움...좋은 점만 부각해선 안 돼 이어 복성현 대표는 채용브랜딩을 통해 기업들의 자기 객관화가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결혼도 내가 좋아하는 이상형을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하듯, 기업도 원하는 인재상을 먼저 명확히 정해야 한다. 그리고 구직자에게 회사가 진짜 필요로 하는 사람(인재상)은 누구인지, 어떻게 일하는지(근무조건)를 잘 전달해야 미스 매칭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사실 맨땅에 헤딩하는 일의 연속이거든요. 한 사람이 하나의 일만 맡지도 않고요. 그런데 계속 회사가 인재 영입을 위해 '로켓에 올라 타세요'라는 긍정의 메시지만 내보내면 문제가 생기기 쉽죠. 지원자는 로켓에 올라타려는 꿈에 부풀어 입사를 결심하는데, 실은 로켓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퇴사를 결심하게 되거든요. 채용브랜딩은 좋은 점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의 현실과 가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이를 인지시키고 지원자에게 동의받는 작업입니다.” D3는 고객사가 일자리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직원 가치 제안(Employee Value Proposition, EVP), 즉 지원자(혹은 직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차별적인 제도를 만들어 준다. 회사는 채용브랜딩 전문 조직 '에이치웨이브'와, 브랜디드 콘텐츠 전문 조직 '앤드스튜디오'로 구성돼 있다. 에이치웨이브는 채용브랜딩에 기반한 기획·제작·홍보를, 앤드스튜디오는 2030 37만 구직자들이 모여 있는 '인싸담당자' 등을 운영하며 기업의 다양한 영상 기획과 제작 대행 등을 한다. “채용브랜드 시장과 사업이 커지면서 에이치웨이브가 근래에 많이 성장했습니다. 앤드스튜디오가 기획, 제작하는 기업 영상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만드는 것 같아요. 현직자 언어를 잘 해석해서 보여주기 때문이죠. 다른 스튜디오는 예쁘게만 만들지만, 저희는 작가 등 제작진들이 현업 경험을 갖고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잘 제작합니다.” 핵심 인재 퇴사·신입사원들이 줄퇴사 한다면 채용브랜딩이 필요할 때 그럼 이런 채용브랜딩은 어떤 기업들이 도입해야할까. 복 대표는 핵심 인재가 퇴사했을 때, 또 신입사원들이 줄퇴사할 때 D3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했다. “핵심 인재가 퇴사하고, 신입 사원들이 잇따라 나가면 조직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랑 핏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입사한 것일 수 있거든요. 우리 회사의 지원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채용브랜딩을 찾을 게 아니라, 퇴사율이 높고 근속연수가 줄었을 때 채용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채용브랜딩이 프리미엄이고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한 번 해놓으면 5년 정도는 유지가 됩니다. 채용브랜딩은 변하지 않는 것을 만들고, 트렌드에 맞춰 계속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시켜 줍니다.” 복성현 대표는 국내 유일 채용브랜딩 전문 회사로서 D3를 통해 한국형 채용브랜딩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아직 1.0 버전이고, 계속 버전업을 해서 한국 기업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풀고 인사·채용 담당자들이 자기만의 채용브랜딩 모델을 만들도록 도운다는 방침이다. 또 직원들의 잠재력 향상을 위해 회사가 적극 돕는다는 생각이다. “저희 회사의 컬처 코드는 '나로 살다'예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지 않고, 저마다의 능력과 잠재력이 다르잖아요. 이런 다양한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게 저희 회사 철학입니다. 임직원들이 자신의 색깔(개성·강점)대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다양한 복지 정책도 운영, 발전시킬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