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쓰는 HR 늘었지만 성과 더딘 이유…"열쇠는 조직 맥락"
기업 전반에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인적자원(HR) 부서에서도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인사 근데 판단의 객관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휴먼컨설팅그룹(HCG)은 실제 활용이 아직 개인 업무 등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 "AI를 인사 업무에 정착시키고 생산성을 확대하려면 조직 고유의 판단 기준과 맥락을 담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국내외 조사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올해 3월 다우오피스HR이 국내 인사담당자 2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4%가 업무에 AI를 쓰고 있지만 전사 도입이나 반복 업무 자동화까지 나아간 경우는 24.7%에 그쳤다. 해외사례도 비슷하다. 컬처앰프가 지난 7월 발표한 '2026 AI in HR' 조사에서 HR 담당자의 AI 활용은 콘텐츠 작성(86%) 같은 개인 업무에 집중됐고, HR 운영 자동화에 적용한 비율은 39%였다. 또 맥킨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6년 AI 현황(The State of AI in 2026)'에 따르면 AI가 영업이익(EBIT)에 영향을 줬다는 기업은 37%, 의미 있는 재무 성과를 내는 기업은 6% 수준에 머물렀다. 개인의 AI 활용이 조직 차원의 업무 전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간극이 있는 셈이다. 이처럼 AI 도입과 실제 성과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휴먼컨설팅그룹은 '인사 업무 고유의 특수성'을 꼽는다. HR의 판단에는 회사별 규정은 물론, 고유의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암묵적 지식이 작용한다. 예컨대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은 조직 내부에 축적된 데이터와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야 답을 내릴 수 있는 영역이다. 역량을 정의할 때도 조직마다 기대하는 행동은 다르다.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두고 어떤 조직은 빠른 결단을, 다른 조직은 합의를 이끄는 능력을 중시한다. 기업마다 지향하는 인재상과 성공 방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가 등급과 코멘트 역시 조직의 관행과 문화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인재 탐색과 배치에서는 이력과 성과 기록 외에도 동료 사이의 신뢰, 일하는 방식, 리더와의 궁합 등이 적임자 판단에 영향을 준다. 일대일 면담에서도 정작 중요한 맥락은 대화 기록 밖에 남는 경우가 많다. 문서화된 규정만 학습한 범용 AI가 인사 판단에 필요한 조직의 맥락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록된 데이터만 보는 AI가 '틀리지는 않지만 우리 회사에는 맞지 않는 답'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문화와 암묵적 지식은 시스템에 저절로 쌓이지 않는다. 평가·배치 등 주요 인사 판단에서 AI의 제안을 신뢰하려면, 조직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 왔는지 파악할 근거 데이터가 필요하다. HCG는 해법으로 조직의 맥락을 축적하는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아는 HR 노하우를 제시한다. 우선 시스템에는 평가 등급이나 배치 결과뿐 아니라 결론에 이른 기준과 논의 과정이 함께 기록돼야 한다. 면담에서 오간 피드백과 이후의 변화, 배치 결정의 이유와 결과를 연결해 기록해야 AI가 조직의 인사 판단 과정을 이해할 바탕이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스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역량을 어떤 행동 수준으로 정의할지, 평가 데이터에 어떤 근거를 함께 남길지, 배치 판단에서 무엇을 기록할지는 기술만으로 정할 수 없다. 제도가 실제 조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HR 전문성이 있어야 시스템에 쌓이는 데이터가 비로소 맥락을 갖게 된다. HR 현장의 수요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기업들이 바라는 AI는 조직의 판단 기준과 맥락 위에서 업무를 지원하는 파트너에 가깝다. 급여·근태 운영에서는 마감 후 이상 데이터를 찾아 원인을 짚거나, 초과근무가 계획을 넘기 전에 알려주는 역할이 대표적이다. 정확한 업무 처리를 위해서는 회사와 노동조합마다 다른 규칙이 반영돼야 한다. 판단 지원 영역에서는 평가 기준 변경에 따른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사업계획에 맞는 조직·인력 운영안이나 적임자 후보를 근거와 함께 비교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AI가 분석과 비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되, 최종 결정은 리더와 HR 담당자가 내리는 구조다. 임직원 문의와 신청을 처리할 때도 조직의 규정과 권한 체계가 기준이 된다. AI는 임직원 본인의 권한 범위 안에서 답변하고, 사내 규정과 노동법상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육성과 경력개발에서는 개인의 스킬 격차와 조직이 기대하는 성장 경로를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 수요의 공통된 요구는 AI의 역할과 판단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AI에 맡길 업무와 사람이 결정할 지점을 구분하고, 결과와 그 근거를 조직의 기준에 맞춰 설명해야 한다. HR 데이터와 조직의 맥락을 축적하는 시스템, 이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AI가 필요한 이유다. HCG는 25년간 기업의 인사제도를 설계하는 HR 컨설팅과 제도를 운영하는 HR 시스템 구축을 함께 수행해 왔다. 제도 설계와 운영 데이터 축적을 모두 다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의 맥락을 반영한 AI 활용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HCG는 향후 HR의 AI 경쟁력이 조직의 판단 기준과 경험을 맥락과 함께 축적하는 구조에서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고민 역시 단순한 AI 도입 여부를 넘어, HR을 깊이 이해하는 전용 AI가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HCG는 이달 28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하모니볼룸에서 HR AI 컨퍼런스 2026 '그라운드 원(GROUND ONE)'을 개최하고 새로운 AI x HR 운영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홍순원 휴먼컨설팅그룹 AX컨설팅 본부장은 “HR 데이터는 숫자만으로 의미가 완성되지 않는다. 같은 평가 등급도 그 조직의 기준과 문화 속에서 읽어야 한다”며 “어떤 맥락을 데이터로 남겨야 하는지 아는 HR 전문성과, 그 맥락이 쌓이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함께 있어야 AI가 HR의 일을 제대로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