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결의 인디픽] 더브릭스 "게임으로 사회적 울림 전할 것"
인디게임이 글로벌 게임산업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 가운데 독창성과 참신함을 매력으로 게임 이용자를 사로잡은 작품도 속속 늘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업계에도 인디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한국 인디게임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고시원 총무가 된 취준생 박유나는 20대 여성 최설아의 사망진단서를 받게 된다.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 사망 장소는 고시원이다. 만약 30일 전으로 돌아간다면 최설아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을까. 더브릭스의 모바일 '30일'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게임은 자살이라는 사회문제를 다룬 소셜 임팩트 게임이다. 소셜 임팩트 게임은 작품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파급력을 전하는 장르를 의미한다. 30일은 출시 이후 대중과 평단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게임은 지난해 2022 대한민국 게임대상 굿게임상 등을 비롯해 다양한 상을 받았다. 더브릭스의 30일은 지난달 28일 한국인디게임협회가 개최한 제2회 인디플 어워즈에서 개발자들이 직접 뽑은 작품(인싸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게임은 구글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인디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시상식 이후 현장에서 만난 이혜린 대표는 "한국인디게임협회에서 인디게임 창작자를 위해 이렇게 뜻깊은 행사를 개최했는데, 참가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특히 개발자들이 직접 뽑은 작품에서 전달되는 인싸상을 받게 더욱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더브릭스는 이혜린·김지윤·권은령·강현지 등 4인으로 구성된 팀이다. 2019년 대학생 게임연합 동아리 브릿지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타인의 죽음을 막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한데 모여 팀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이혜린 대표는 "당시 30일 프로젝트에 대해 제안했고, 김지윤 게임 디자이너와 권은령 프로그래머가 합류하게 됐다"며 "지금 자리에 없는 강현지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후 PC버전 제작이 시작되면서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PC버전으로 제작된 '30일 어나더'는 기존 버전의 확장판으로 전작에 담지 못한 인물의 서사와 엔딩이 담겨 있다. 자살이라는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방식은 무겁지 않다. 30일은 공익이라는 메시지를 앞세워 이용자를 가르치려하지 않는다. 대신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을 볼 수 있다. 유나가 하는 선택지는 대부분 선의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말도 상대방에게는 커다란 압박이 될 수 있다. 이혜린 대표는 "아무래도 게임이 자살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를 부추기는 내용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넣으려고 노력했고, 시나리오적인 측면에서도 이용자가 의미를 곡해하지 않도록 정신의학과 의사에게 여러 번 자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윤 프로그래머는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마음먹은 이용자가 우리 게임을 하고 마음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굉장히 뿌듯했다"고 전했다. 이혜린 대표는 "소셜 임팩트 장르를 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라며 "매체로서 게임이 가진 힘을 알고 있기에 진심을 담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우리의 게임이 사회적 울림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이혜린 대표는 "게임 출시까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서 다소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2021년에는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감사하게도 목표치를 초과했다"다고 말했다. 이어 "출시 직전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스토리 플로우를 점검하다가 중대한 시나리오 오류를 발견했다"며 "펀딩에 참여한 분들께 보상을 드려야했지만, 잘못된 부분을 그대로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다시 수정을 거치느라 출시가 지연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세 사람은 모두 인디게임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권은령 프로그래머는 "인디게임은 오마카세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셰프가 원하는 메뉴를 제공하는 오마카세처럼, 인디게임에는 개발자가 전하고픈 메시지가 담겨있다"며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게임을 재밌게 즐기는 이용자들은 우리의 단골이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김지윤 디자이너는 "일반적으로 출시되는 게임은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인디게임은 조금 더 나만의 재미를 추구하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혜린 대표는 "내게 인디게임은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우리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더브릭스는 이후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소셜 임팩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혜린 대표는 "첫 번째 게임인 30일이 생각 이상으로 흥행에 성공해 놀랐다"며 "아마 다음 게임도 소셜 임팩트 장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것 같은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