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돼지 췌도, 당뇨환자에 이식 세계 최초 임상 시작
우리나라에서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이 올해 상반기 시작된다. 세계 최초로 국제기준을 준수해 설계된 이번 임상 결과가 췌도 이식을 기다리는 당뇨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제넨바이오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임상 개시 소식을 알렸다. 다수 취재진이 현장에 참석해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이번 임상시험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이종이식학회(IXA)가 설정한 국제 선언(Changsa Communique)을 최초로 준수해 설계됐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아울러 국제이식학회(TTS)의 윤리위원회 검토도 거쳤다.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최종 승인을 받았고, 이후 전달 19일 가천대 길병원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를 통과했다. 이종장기이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동종이식의 어려움 때문이다. 이종장기이식으로 각광받는 동물은 '돼지'이다.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가 개발한 'SNU 무균 미니돼지'는 사람을 감염시킬 미생물이 갖고 있지 않다. 또 무균상태로 사람의 장기와 크기가 유사하고 인수공통감염위험이 낮으며 번식이 용이하고 유전자 편집도 쉽다는 장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식 후 면역거부반응은 과학기술 발달로 대부분 극복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이종췌도이식 임상은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가 무균 미니돼지를 생산에 췌장을 적출하면, 제넨바이오의 이종이식제품 제조소 시설에서 순수 췌도가 분리·정제해 세포치료제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면 가천대 길병원은 제1형 당뇨 환자이며 저혈감 무감지증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이식(주사 투약)을 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면역억제제 치료, 이종췌도 안전성 확인, 효과성 및 장기 추적관찰 등이 이뤄지게 된다.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어떤 당뇨 치료로도 환자가 생활을 못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 분들이 임상 대상”이라며 “임상 1상은 2명으로 시작해 시험 진행하면서 임상대상의 수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동종췌도이식 불모지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제1형 당뇨환자 가운데 인슐린을 투여하면 저혈당에 빠를 때 이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위험하다”며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췌장을 이식하거나 췌도를 이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형 당뇨나 제2형 당뇨 환자 가운데 인슐린을 투여하며 혈당 조절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는 경우,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나 췌도 세포 이식이 고려된다. 하지만 췌장은 장기부족 문제로 0.1%의 환자만 이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췌도 세포 이식은 공여자의 췌장을 적출한 후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 세포만을 분리해 이식하는 방법이다. 간문맥으로 들어간 췌도 세포는 간에서 생착하여 인슐린을 분비하며 경우에 따라서 반복 이식이 요구된다. 이 경우에도 난관은 상당하다. 췌도이식은 췌장 이식과는 달리 반복이식이 필요하다. 생체이식이 불가능하고 오직 뇌사자의 췌도를 이식해야하기 때문에 그 대상자가 한정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췌도이식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김성주 대표는 “뇌사자가 부족하고, 뇌사법은 췌장 이식이 우선하기 때문에 췌도이식이 가능한 췌장을 얻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종췌도이식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 가능하지만 인수공통감염 가능성은 넘어야 할 과제였다”고 말했다. 인수공통감염 가능성은 바로 '돼지내인성레트로바이러스(PERV)' 안전성 획득이었다. 연구 결과, 제넨바이오의 이종췌도이식 임상에 쓰일 미니돼지에서는 PERV가 검출되지 않았다. 또 잠복 바이러스(PCMV) 감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임상시험에도 중대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박정규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장은 “염증성 간수치 증가나 설사 등이 있었지만, 항생제 등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장합병증은 면역억제제의 수반되는 부작용이고 대부분 장기간 복용 시 나타난다”라며 “우리가 사용할 면역억제제에도 부작용을 유발하는 성분은 소량 함유돼있는만큼 이를 극복할 요법을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돼지 췌장은 사람 췌도와 가장 유사하다”라며 “사람 인슐린이 제조되기 전에는 돼지 인슐린으로 당뇨병 환자를 치료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돼지 췌도이식은 가장 이상적”이라며 “충분한 양을 필요시 얻는다는 장점은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