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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을 넓힌 식당의 청구서

지난 7월 29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연차보고서(10-K)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냈다.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는 1159억 달러(약 166조원)였다. 1년 전보다 80% 늘었다. 같은 기간 손익계산서에 잡힌 감가상각비는 343억 달러(49조원)다. 쓴 돈의 30%만 비용이 됐다. 한 회사의 사정이 아니다. 앞서 2월 초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도 하루 이틀 간격으로 연차보고서를 냈다. 네 곳의 서류에서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를 합친 설비투자는 2023년 1565억 달러(224조원)에서 2025년 3999억 달러(573조원)로 불었다. 2년 만에 155% 늘었다. 같은 기간 네 회사의 감가상각비 합계는 870억 달러(125조원)에서 1398억 달러(200조원)가 됐다. 투자는 2.6배로 뛰었고 비용은 1.6배에 그쳤다. 격차는 2601억 달러(370조원)다. 이 돈은 이미 통장에서 나갔다. 그런데 아직 어느 회사의 이익도 깎지 않았다. 규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출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마이크로소프트가 34.9%로 가장 높고, 가장 낮은 아마존도 18.4%다. 소프트웨어를 팔던 회사들이 매출의 3분의 1까지 콘크리트와 전력, GPU에 넣고 있다. 회계 규칙 때문이다. 서버를 사면 그 순간 비용이 되지 않는다. 자산으로 잡고, 쓸 수 있다고 추정한 기간에 걸쳐 나눠 반영한다. 이것이 감가상각이다. 빅테크가 서버에 적용하는 기간은 5~6년이다. 올해 산 GPU의 원가가 2031년 손익계산서까지 흘러간다는 뜻이다. 기간은 회사가 정한다. 알파벳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6년으로 고정해 두었다. 메타는 5~5.5년으로 가장 짧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6년이라는 범위만 밝힌다. 같은 GPU를 사도 장부에 찍히는 연간 비용이 회사마다 다르다. 기간을 1년 늘리면 올해 이익이 늘어난다. 회계 부정이 아니라 추정의 재량이다. 그래서 아마존의 선택이 눈에 띈다. 아마존은 2024년 초 일부 서버의 내용연수를 5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그리고 2025년 초 다시 5년으로 되돌렸다. 이유로 AI와 머신러닝의 기술 발전 속도를 들었다. 이 결정 하나로 2025년 영업이익이 약 7억 달러 줄었다. 네 곳 중 유일하게 스스로 이익을 깎았다. 서버가 생각보다 빨리 늙는다는 자백이다. 1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계산해 보면 드러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서버·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취득원가는 2159억 달러(309조원)다. 단순 계산으로 잔존가치를 0, 정액법을 가정하면 6년 상각 시 연간 360억 달러(52조원)다. 5년으로 줄이면 432억 달러(62조원)가 된다. 주석의 숫자 하나로 한 해 이익이 70억 달러 넘게 움직인다. 감사인이 막을 일도 아니다. 추정은 원래 경영진의 몫이다. 부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 회계기준은 감가상각비를 손익계산서에 따로 표시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연구개발비에 흩어져 들어간다. 마진이 왜 내려갔는지 투자자가 분해하기 어렵다. 현금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감가상각은 돈이 나가지 않는 비용이다. 그래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구할 때 이익에 도로 더한다. 상각비가 불어날수록 영업현금흐름은 더 튼튼해 보인다. 정작 통장에서 빠져나간 3999억 달러(573조원)는 그 아래 투자활동 항목에 적힌다. 영업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를 뺀 잉여현금흐름을 봐야 실제가 나온다. 이익도 영업현금흐름도 지금은 투자의 크기를 숨기고 있다. 여기서 20년 전 논문 하나를 꺼낼 만하다. 설비투자를 크게 늘린 기업의 주가가 이후 5년간 시장을 밑돌았다는 연구다(Titman 외, 2004). 현금이 많고 빚이 적은 기업일수록 이 경향이 뚜렷했다. 지금의 빅테크가 정확히 그 조건에 들어맞는다. 골목 식당으로 옮겨보자. 손님이 밀려들자 주인이 3억원을 들여 주방을 넓힌다. 통장에서 3억원이 빠져나간 날, 장부에는 5000만원만 비용으로 적힌다. 6년에 나눠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해 결산은 근사하다. 매출은 늘었고 비용은 조금 늘었다. 이야기는 2년 차부터 달라진다. 첫해에 넓힌 주방의 상각비 위에 이듬해 넓힌 주방의 상각비가 얹힌다. 3년 차에는 그 위에 또 얹힌다. 손님이 계속 늘면 감당된다. 늘지 않으면 장부가 뒤집힌다. 6년 쓴다고 적어둔 설비가 4년 만에 낡으면 남은 값을 한꺼번에 손실로 털어야 한다. 빅테크의 2601억 달러(373조원)가 이 자리에 서 있다. 주방은 이미 지었고, 청구서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나눠서 온다. 청구서에는 아직 발행되지 않은 몫도 있다. 알파벳은 786억 달러(112조원)를 가동 전 자산으로, 메타는 505억 달러(72조원)를 건설중 자산으로 들고 있다. 두 회사만 1291억 달러(184조원)다. 이 자산들은 상각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투자자가 보는 지표도 달라져야 한다. EBITDA는 감가상각 전 이익이다. 지금 국면에서 EBITDA는 실제 부담을 가린다. 감가상각을 반영한 영업이익(EBIT)과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함께 봐야 한다. 주석의 내용연수도 확인 대상이다. 회사가 기간을 늘렸다면 왜 늘렸는지 물어야 한다. 남의 나라 장부도 아니다. 네 회사의 설비투자 예산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문서로 이어진다. 상각 부담이 이익을 압박해 투자 속도가 꺾이면, 그 신호는 우리 수출 지표에 먼저 찍힌다. 빅테크의 감가상각 정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서울에도 있다. 확실한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FY2024 475억 달러(68조원)에서 FY2026 1937억 달러(276조원)가 됐다. 2년 만에 4.1배다. 전체 매출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도 78%에서 90%로 올랐다. 같은 해 엔비디아의 설비투자는 32억 달러(5조원)였다. 32억 달러를 쓰고 영업이익 1304억 달러(186조원)를 벌었다. 빅테크는 자산을 쌓고 6년에 걸쳐 턴다. 엔비디아는 판다. 주방을 넓힌 식당 주인이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손님이 그만큼 늘었는가. 그날 확실히 돈을 번 쪽은 주방설비를 납품한 업체다. 자료: Microsoft·Alphabet·Amazon·Meta·NVIDIA 각 사 10-K(2026년 8월 기준),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포커스 2026-07호, Titman·Wei·Xie(2004) Journal of Financial and Quantitative Analysis.

2026.08.04 10:12이재준 컬럼니스트

[신간] 개인투자자용 실전 기업 분석서 '재무제표 밖 주식 투자'

"공시자료는 다 챙겨봤는데 왜 나만 물리는거지?" 전자공시시스템(DART)만 열면 누구나 사업보고서와 IR 자료를 볼 수 있는 요즘, 정보는 평등해졌다는데 성과는 왜 여전히 기관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이 질문에 실전 해법을 제시하는 신간 '재무제표 밖 주식 투자'(이재준 지음, 원앤원북스)가 출간됐다. 저자는 격차의 원인을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서 찾는다. 기관은 손익계산서 숫자 하나를 봐도 "왜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 현장에서 확인하지만, 개인은 숫자 자체에서 판단을 멈춘다는 것이다. 여기에 손실을 인정하지 못해 물린 종목을 놓지 못하는 손실회피, 유리한 정보만 골라 믿는 확증편향 같은 심리적 습관까지 더해지면서 격차는 더 벌어진다. 책이 내놓는 해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재무제표를 '이미 끝난 성적표'가 아니라 경영진의 전략이 숨어 있는 '전략서'로 다시 읽는 법이다. 매출이 늘어도 특정 거래처 의존도가 함께 커지면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는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한다. 다른 하나는 감정이 아닌 '기준으로 매매'하게 만드는 심리 통제 장치다. 손실회피·확증편향 등 개인투자자의 7가지 실패 패턴을 짚고, 매수 전에 "왜 사는가", "어떤 신호가 나오면 내 판단이 틀린 것인가"를 미리 적어두는 방식으로 잦은 매매가 수익을 갉아먹는 악순환을 끊자는 취지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그동안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업 탐방'을 개인도 따라 할 수 있게 풀어낸 90일 실전 매뉴얼이다. 관심 종목 선정, 공시·IR 자료 정리, 질문지 작성, 기업 탐방 준비, 투자 판단 체크리스트 작성까지 90일 동안 따라 할 수 있는 절차로 구성했다. 챗GPT·클로드 같은 생성형 AI로 자료를 미리 정리하는 45분 루틴은 오늘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실전아이템이다. AI 반도체, 2차전지, 제약·바이오, K-콘텐츠 등 업종별로 꼭 봐야 할 핵심 지표도 함께 짚어준다. 저자 이재준 대표는 증권사 PB로 시작해 투자자문사 애널리스트와 대표를 거쳐, 현재는 액셀러레이터 바로운파트너스를 이끌며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고 기업공개(IPO) 실무를 돕고 있다. 상장사와 투자자, 양쪽 실무를 두루 겪은 이력 덕분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조언이 책 곳곳에 담겼다. 이재준 대표는 "주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숫자를 몰라서가 아니라, 숫자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90일 매뉴얼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자기만의 질문 목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14 15:05백봉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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