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갈림길, 골든타임] "심뇌혈관질환 중앙센터, '현장사령부'로 질환 관리 중추돼야"
지디넷코리아는 '생사 갈림길, 골든타임' 연재를 시작합니다. 관련 국내 전문가들이 직접 필자로 참여해 우리나라 응급심뇌혈관 치료 시스템의 문제와 분석,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이 발표되었다. 향후 5년간 정부의 심뇌혈관질환 정책은 이번 계획은 근간으로 실행될 것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부족했던 의료현장의 중증응급 대응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큰 방향에 필자는 적극 동의한다. 계획대로 종합계획이 실천되어 우리나라가 심뇌혈관질환으로부터 좀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2006년 처음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이 수립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관련 정책 수립과 실천에 우연치 않게 지속적으로 관여하게 되었고, 현장에서 급성 뇌졸중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의사의 입장에서 살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은 절반이 넘게 감소했고, 사망의 원인질환 순위에서도 암에 이어 2위를 위협하는 것이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4위로 굳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통계청의 공시 통계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44명으로 심장질환의 62명에 비해 낮지만, 이는 과거와 비교를 위한 연령표준화라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실제보다는 많이 축소된 숫자라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간 발생하는 뇌졸중 환자의 숫자는 2018년 기준으로 약 13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급성 심근경색 4만 명의 약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우리사회의 지속적인 고령화 추세를 생각하면 계속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중앙센터를 중심으로 심뇌혈관질환자들의 급성기 치료를 위한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은 시의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의 체계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현 심뇌혈관질환의 관리 체계의 문제점은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관련된 정부부서와 유관단체 및 전문학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만해도 질병정책과, 응급의료과 등 10여개과가 관련되며 고혈압, 당뇨병 등 원인질환의 관리까지 업무범위로 확대해본다면 질병관리청 및 시도 보건당국까지 관련되어 유관 기관 및 관련 전문학회의 숫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컨센서스를 모으기도 쉽지 않고 무슨 문제가 터졌을 때 즉각적으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다. 둘째, 심뇌혈관질환은 진료인원 연간 1천만 명 이상, 진료비는 10조원 이상이고, 사망원인질환 2위와 4위를 포괄하는 분야다. 관리 대상도 보건의료의 전 영역에 걸쳐 있어, 단일과의 단일 정책으로는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효과를 얻기에 근본적으로 힘든 구조다. 세 번째 문제는 심뇌혈관질환이 시간을 다투는 초응급질환이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시간 단위로 예후가 바뀔 수 있는 초응급질환으로 다발성 외상, 심근경색, 뇌졸중 등 세 가지 질환을 거론하는 데 이중 두 가지가 심뇌혈관질환이다.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의 관리체계는 후방의 참모본부 중심체계라는 느낌이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례를 보아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현장이고 해결책도 현장에 있다는 주장이 그리 틀린 주장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하반기에 선정하게 되는 심뇌혈관질환 중앙센터는 현장 사령부로써, 진료 일선에서 현장과 호흡하며 다양한 유관부서 및 단체들과 협의해서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중증 심뇌혈관질환의 치료의 최전선에서 권역·지역센터과 참여 병원들, 현장 의료진을 이끌어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려는 중앙센터가 후방의 참모본부와 같은 지원기능에 머무르게 될 때다. 중증 심뇌혈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현장에서 지금도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에게 먼 후방의 지시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 같이 고생하면서 일선의 의료진과 같이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의 중앙센터 기능·편제·예산구조가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는지 우려된다. 심뇌법이 제정된 이후 의료 현장 꾸준히 중앙센터의 설치에 대한 요구가 있어왔다. 우리가 바랬던 중앙센터가 현장 사령부로써 제 기능을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