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소 경쟁력 낭비 말라"…글로벌 수소협의체 수장의 당부
"한국은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강력하게 출발했고 상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했습니다. 이를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이바나 제멜코바 수소위원회 최고경영자(CEO)는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WHE) 2026'에서 한국 수소산업 경쟁력을 이같이 평가했다. 제멜코바 CEO는 한국이 수소 모빌리티 분야 개척자이자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며,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산업계 협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소위원회는 글로벌 수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제멜코바 CEO는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투자 환경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자금을 투입하려면 정책이 명확하고 안정적이며 현실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산업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책의 명확성과 안정성, 실효성이 선행돼야한다는 뜻이다. 수소산업 경쟁국가인 중국과 인도는 수소를 단순한 기후 대응 수단이 아닌 산업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국가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수소를 기후 대응을 위해 있으면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 산업·기술 발전을 위한 전략적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며 "인도 역시 수소를 경제성장과 에너지 안보, 국가 이익에 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최근 수소 수요 확대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9월 외부에 유출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재생에너지지침 개정안(RED IV) 영향평가 초안에는 2030년 이후 회원국별 재생수소 의무 목표를 비구속적 EU 공동 목표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제멜코바 CEO는 "집행위원회 관계자들로부터 해당 초안이 현재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결국 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며 투자자와 사업 개발자에게 필요한 확실성을 제공하려면 유럽의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수소 목표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수소정책에 대해서는 산업 기반과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업성을 중심으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수소 모빌리티뿐 아니라 다른 수소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개척자이자 선도자였다"며 "이를 바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기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업적 타당성에 관한 중요한 질문은 남아 있다"며 "실제로 사업성이 높은 분야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일부 초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산업계의 긴밀한 수소 협력 구조도 경쟁력으로 꼽았다. 제멜코바 CEO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가치사슬 전반의 긴밀한 협력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며 "한국에는 이미 제품과 경쟁 우위가 있는 만큼 이러한 강점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에너지 여건에 맞는 수소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이를 활용해 수소를 직접 생산할 수 있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해외 생산국과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WHE 2026에 720㎡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하고 수소 생산 인프라와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기술을 선보였다.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기술과 폐자원을 수소로 전환하는 W2H(Waste-to-Hydrogen), 승용·상용·철도 수소 모빌리티 등을 전시했다. 제멜코바 CEO는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수소 생산·공급·활용 연계 모델을 사업화를 앞당길 수 있는 생태계 접근법으로 봤다. 그는 "공급과 수요, 기반시설을 생태계 방식으로 연결한 사업은 건설과 운영 단계로 더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한국의 수소 가치사슬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촉매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2년 반 동안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으로 활동해 왔다. 마지막으로 제멜코바 CEO는 수소 모빌리티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 모빌리티는 내연기관 산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다음 산업 단계로 이어갈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는 산업 가치사슬에 속한 사람들의 일자리와 기회에 직접 연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