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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팬티 2000장 묻고 소변 안 튀는 변기 제작…올해 가장 황당한 과학은

소변 안 튀는 변기 제작부터 땅속에 팬티 2000장을 묻는 실험, 모기의 주둥이를 3D프린터 노즐로 활용한 연구까지. 얼핏 황당해 보이지만 실제 과학자들이 수행한 연구들이 올해 이그노벨상의 주인공이 됐다. 3일(현지시간) 이그노벨상을 주관하는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36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리고 화학·물리학·생물학·기술 등 10개 부문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이그노벨상은 1991년 시작된 상으로, 사람들을 '먼저 웃게 하고 그다음 생각하게 하는' 독특한 과학적 성과를 선정한다. 이름은 노벨상과 '고상하지 않은'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ignoble'을 결합한 언어유희다. 올해 화학상은 '바퀴벌레 우유'를 연구한 국제 연구팀에 돌아갔다. 연구 대상은 일반적인 바퀴벌레와 달리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는 태평양딱정벌레바퀴다. 이 바퀴벌레는 몸 안에서 자라는 배아에게 영양분이 풍부한 액체를 공급하고, 배아는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단백질 결정을 형성한다. 연구진은 X선 결정학 등을 이용해 이 단백질 결정의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바퀴벌레의 '우유 단백질' 결정은 같은 질량의 소 우유보다 3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함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사람이 마시는 우유처럼 바퀴벌레에서 액체를 짜내 마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 대상은 바퀴벌레가 배아에 공급하는 영양물질과 이로 인해 형성되는 단백질 결정이다. 해당 연구는 2016년 국제결정학연합 학술지 'IUCrJ'에 발표됐다. 토양과학상은 땅속에 면 팬티 2000장 이상을 묻어 토양의 건강 상태를 분석한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취리히대와 스위스 농업연구기관 아그로스코프 연구진은 2021년 시민과학 프로젝트 'Proof by Underpants'를 진행했다. 스위스 전역에서 모집한 시민과학자 1000명이 약 1000개 지점에 면 팬티 2000장 이상과 티백 1만2000개를 묻었다. 두 달 뒤 이를 다시 꺼내 분해 정도를 촬영하고 토양 시료와 함께 분석했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실험이지만 목적은 토양 속 생물의 활동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면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는 토양 속 미생물과 다른 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연구진은 토양 생물의 활동이 활발할수록 팬티가 더 빠르게 분해된다는 점을 이용했다. 분석 결과 팬티가 가장 빠르게 분해된 곳은 개인 정원이었고 잔디밭에서는 토양 생물의 활동이 가장 낮았다. 농경지와 초지는 그 중간 수준이었다. 특히 정원·초지·농경지·잔디밭 등 토지가 어떻게 이용되는지가 팬티의 분해 속도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팬티의 분해 정도를 활용한 '언더웨어 지수'가 토양의 생물학적 활동을 쉽게 보여주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모기 역시 과학자들에게 뜻밖의 도구가 됐다. 기술상을 받은 연구팀은 암컷 모기의 가느다란 흡혈기관인 주둥이를 떼어내 초정밀 3D프린터의 노즐로 사용하는 '네크로프린팅(necroprinting)' 기술을 개발했다. 모기 주둥이는 매우 가늘면서도 액체가 통과할 수 있는 천연 관 구조를 갖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3D프린팅 시스템에 연결해 고해상도 구조물을 제작하는 노즐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보였다. 연구 결과는 2025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물리학상은 남성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문제에서 출발했다. '소변이 튀지 않는 소변기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연구진은 액체가 표면에 부딪히는 각도와 튀는 물방울의 관계를 이론과 실험으로 분석했다. 액체 줄기가 표면에 약 30도 미만의 각도로 부딪히도록 하면 튀는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사용자의 키나 조준 방향과 관계없이 소변이 낮은 각도로 표면에 닿도록 설계한 새로운 형태의 소변기도 제작했다. 연구진의 실험에서 새 디자인은 일반적인 상용 소변기와 비교해 튀는 양을 크게 줄였다. 생물학상은 한층 더 위험한 실험에서 나왔다. 브라질 연구진은 독사인 자라라카가 어떤 상황에서 사람을 물 가능성이 커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보호장화를 신고 뱀의 여러 신체 부위를 발로 눌러 반응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어린 개체와 몸집이 작은 뱀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물었으며, 따뜻한 낮 시간대와 뱀의 머리 부분에 압력이 가해질 때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다만 이 연구에는 중요한 논란이 있다. 연구 논문은 이후 동물실험에 필요한 윤리적 승인 문제로 학술지에서 철회됐다. 이그노벨상은 철회된 연구라는 사실과 별개로 독특한 실험 자체를 올해 생물학상 수상 대상으로 선정했다. 경제학상은 '부유한 사람이 비윤리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더 높은가'라는 질문을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연구진은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실험실 실험 등을 진행했다. 고급 차량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는 행동을 더 많이 보이는지 등을 조사했고, 일부 실험에서는 참가자가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사탕을 가져가는 행동까지 살폈다. 연구진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비윤리적 행동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를 '부자는 비윤리적이다'라는 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해당 연구는 2012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이 밖에도 올해 이그노벨상에는 동물의 '키스'를 과학적으로 정의하고 진화 과정을 추적한 연구, 부모가 아기 냄새는 좋아하지만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체취에 대한 선호가 달라지는 현상을 분석한 연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의학상은 1977년 코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공기역학적으로 연구한 고(故) 도쿠지 운노 박사에게 돌아갔다. 평화상은 사람들이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하는 친구를 오히려 높게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한 과학자들이 받았다. 올해 시상식은 이그노벨상 역사에서도 이례적이었다. 지난 35년간 미국에서 개최됐던 시상식이 처음으로 미국을 떠나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해외 참가자들의 미국 입국과 비자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유럽으로 개최지를 옮겼다. 내년 시상식은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그노벨상은 이름과 시상식 분위기 때문에 '엉터리 과학에 주는 상'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수상 연구 상당수는 동료평가를 거쳐 실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다. 올해 수상작 역시 2012년부터 2025년까지 서로 다른 시기에 발표된 연구들이 포함됐다. 황당해 보이는 질문에서 출발했더라도 토양 생태계나 유체역학, 생체모방 기술처럼 실제 과학적 문제를 파고들었다는 점이 이그노벨상이 매년 주목받는 이유다.

2026.09.04 18:59안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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