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의대증원 매몰돼 추락 참담하다"
“대한민국의 세계적 수준의 의료가 의대정원 이슈로 추락하고 있어 참담하고 안타깝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연세대의대 교수)의 탄식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대한의학회 집행부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식당에서 언론과 만나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당초 학술대회 개최에 앞서 언론홍보를 위해 성사된 자리이지만 17일, 18일 의료계 휴진 등 의정갈등이 극단화됨에 따라 대화의 주제는 현안으로 모아졌다. 학술대회의 여러 학술 발표도 현안을 고려해 꾸려졌다는 후문. 이진우 회장은 “올 초 의학회에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정책이사를 신설해 정부와 협의하기로 기획했지만 의대정원 증원 이슈에 매몰돼 진척이 되지 못했다”며 “오는 18일 의료계의 단체행동이 예정된 상태이지만, 단체행동이 목적이 아니라 의료 현안이 원만하고 합리적, 국민에게 의롭게, 우리 의료를 굳건하게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의료계와 실행 가능한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승준 부회장(경희대의대 교수)은 의료대란에 따른 부메랑 효과를 우려했다. 그는 "제약기업은 병원 입원 감소로 매출이 급감했다고 하소연하고 있으며, 대학병원의 연구논문도 급감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오롯이 병원을 진료의 공간으로만 보고 있지만 대학은 연구와 학문, 교육의 공간으로 4차산업혁명 기술 등의 연구가 올스톱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상황이 향후 어떻게 되돌아올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현재 정부 지원책에 대해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연세대의대 교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박용범 이사는 “직능단체 전문가들이 모여서 합의된 안이 아닌 실제 당사자가 빠진 상황에서 일견 들었을 때는 괜찮다고 여길 안이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실행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라며 “합리적 합의가 더 이뤄져야 하며 만들 때 의료계 수련교육 전문가 의견이 도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전문의로 양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수련기간에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그는 “전문의 양성 과정에서 얼마만큼 경험을 쌓느냐가 중요하며, 전공의의 근로 시간을 줄이자는 것만큼이나 내실 있는 경험을 쌓는 기간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며 적정 수련기간을 연구하기 위한 TF팀을 꾸려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관련해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취지로 수련 시간 감축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며 의료기관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때 인센티브로 제공키로 한 것이 다름 아닌 전공의 배정 인원 확대여서 빈축이 나왔다. 이진우 회장은 “정부 스스로도 앞뒤가 안 맞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10조원 투입한다고 하지만, 과연 국회가 예산 집행을 통과시킬지도 의문”이라며 “현실적으로 전공의 수련을 내실화 시키는데 무엇이 가능하고 필요한 지 고려해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 진료과 붕괴를 막기 위해 추가 재원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밑장 빼서 윗돌에 놓는 식의 집행으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추가적 재원이 투입된 필수의료과 보상체계 마련이 시급하고, 이는 정부와 의학회간 협의 및 논의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소송 시 의사에 대한 형사면책 부분에 대해서는 “긴밀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환자 및 시민사회 단체와도 논의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왜 정부는 굳이 의대증원에 대해서는 합의와 토론을 하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학회 차원에서 병원 산업의 지속가능함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은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진우 회장은 “병원 현장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산업을 진행하고 있고,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필요시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도경현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이미 세계의사회에서도 기후변화를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선택해서 시작해 관심을 갖고 있다”며 “대한의학회에서 기후변화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의학회는 14일 서울 양재에 위치한 더케이호텔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계 주요 현안에 대한 식견을 공유할 예정이다. 올해로 3회째. '소통과 공감, 그리고 한마음으로'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총 6개 세션으로 구성·운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