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통화정책 강도 높여야 할 필요성 낮아져"
한국은행은 11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3.5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금통위는 이후 이번달까지 8회 연속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면서도 “통화정책 강도를 더 높야야 할 필요성은 낮아졌다”고 밝혔다. “향후 6개월간 금리인하 예측 쉽지 않을 것”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5명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인 2%에 수렴할 때까지 현재 수준의 통화정책을 충분히 유지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선 금리인하 2분기 시작될 것이란 전망하고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논의하는 자체가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며 “대내외 환경이 계속해서 급변하기 때문에 6개월 간 금리인하 예측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지난 금통위 시기였던 11월과 비교해 유가 상승 가능성, 하마스 사태 등 대외 경제 불안 요인 리스크 완화, 추가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며 “긴축기조를 유지하면서 향후 미국 연준의 금리 결정과 국내 물가 경로, 경기 상황 등을 주의깊게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한시적 지원, 태영건설 사태와 무관” 한국은행은 이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9조원 규모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한시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번 금중대 조정은 최근 태영건설 사태와 무관하다”며 “한국은행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시장에 충격이 왔을 때만 정책적인 대응을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소수 위원 사이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금중대 지원이 시장 전반에 통화긴축 유지 신호를 줄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이 밖에 다수의 위원은 선별적인 금융지원이 한국은행의 고강도 통화정책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란 견해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건전성 관리가 잘못된 중견 회사”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전반의 불안을 야기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1년간 200여 PF 중 10%가 대주단을 통해 정리가 되고 있었다”며 “시장 건전성에 문제를 야기하는 건설사에 대해선 시스템 리스크 없이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中 경제 불확실성 확대, 韓 수출 타격 불가피 이창용 총재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상황이 불가피하게 국내 수출지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각 시장전문기관에서 중국의 올해 경기성장 규모를 5.4%로 전망한다”며 “각 기관마다 중국전망 편차가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수출의 절반이 중국에 유입됐는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미·중 긴장감 고조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한·중 무역구조와 경제 연관 관계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경기의 경우 내수와 수출 부분이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부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시장에서 '가상자산이 중앙은행 통화의 대체제가 아니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바람직한 투자를 위해 변동성과 내제된 가치 등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방향 발표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 3.50%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세계 경제는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지속 등의 영향으로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 다만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 등으로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미국 달러화는 소폭 약세를 나타내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 유가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파급효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소비와 건설투자의 회복세가 더디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치(2.1%)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성장경로는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지속의 파급영향, IT 경기의 개선 정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1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 11월의 전망 경로에 부합하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물가경로에는 국제유가 및 농산물가격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