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규제 푼다지만…웃지 못하는 대형마트
대형마트 업계의 오랜 염원인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규제 완화가 점쳐지지만, 정작 업계 반응은 신중하다. 의무휴업일 폐지가 병행되지 않으면 '반쪽짜리 규제 완화'에 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거세지면서 마냥 반길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정,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 시작 6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최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비공개 협의회를 열고 현행 유통법 12조의2 개정을 논의했다. 해당 조항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 점포(SSM) 영업시간 제한(0~10시)과 매월 두 차례 의무휴업을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정은 해당 조항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 행위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대형마트와 SSM도 심야 시간에 새벽 배송을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도 발의됐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영업시간 제한 없이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 주는 것을 담은 유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기존 오프라인 영업규제는 유지하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범위에서 온라인 배송은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유통법은 전통시장, 슈퍼마켓 등 중소 유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유통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중소 유통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개정 이유로 제시됐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의 기대감은 치솟았다. 지난 5일 장 초반 이마트는 전 거래일 대비 11.95%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롯데쇼핑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에도 이마트는 10만58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상승세를 기록하다 장중 12만23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의 온라인 주력 카테고리인 신선식품은 새벽 배송 수요가 높은 만큼 규제 완화 시 점유율 확대 여지가 크다”며 “장기 침체로 투자 여력이 제한됐던 업계 입장에선 추가 대규모 투자(CAPEX) 없이도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의무휴업일 폐지가 급선무…반대 여론도 부담” 반면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개정 논의를 반쪽짜리 규제 완화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선 환영하지만, 이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거점 점포를 이용해 인원을 충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익성에 대한 검토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바로 사업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오히려 주말 영업을 가능하게 해 '장보기 문화'를 도입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온라인은 의무휴업 규제 없이 24시간, 365일 영업하고 있는데 대형마트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경쟁환경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새벽 배송은 이를 위한 첫 단계이지만 반발 여론이 커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자영업자는 '강력 반대'·이커머스는 '예의주시' 실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 방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지켜온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상생의 상징'”이라며 “정부의 이번 조치는 법적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790만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대기업에 헌납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면서 “대형마트에 새벽 배송 날개까지 달아주는 것은 골목상권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겠다는 처사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당장의 대책 마련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오프라인 사업을 하던 업체가 갑자기 온라인 새벽 배송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마트 내부의 운영 시스템이나 물류 운영 등을 고려해야 해 안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의 특성상 바로 마트 새벽 배송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이 쿠팡의 아성을 무너트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그는 “쿠팡이 십 년을 넘게 투자해 온 것을 한순간에 따라잡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