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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통합검색 결과 입니다. (49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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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유산의 진짜 시간, 등재 이후 시작된다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28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공식 폐회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유산의 등재와 보존상태, 위험유산과 국제지원, 기후위기와 개발압력 등 세계유산협약을 둘러싼 여러 과제가 논의됐다. 본회의 첫날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이 채택됐다. 무력분쟁과 기후변화, 개발압력과 빠른 기술 변화가 세계유산을 위협하는 시대에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동책임을 강화하자는 선언이다. 회의 기간에는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도 결정됐다. 여수·고흥·무안·서산갯벌이 새롭게 포함되며 세계자연유산의 범위가 넓어졌다. 하나는 국제사회의 책임을 확인한 선언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이 축하할 등재 성과다. 그러나 두 장면은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세계유산의 이름을 얼마나 더 얻을 것인가. 그 이름에 따르는 책임을 얼마나 오래 감당할 것인가. 세계유산의 진짜 시간은 등재 이후 시작된다. 등재보다 어려운 등재 이후 세계유산 등재는 한 장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일이다. 도시와 지역은 자부심을 얻고 유산은 더 넓은 관심을 받는다. 관광객이 늘고 관련 사업도 확대된다. 지방정부는 세계유산을 도시브랜드와 관광정책의 중심에 놓는다. 그러나 관심이 커질수록 유산이 감당해야 할 압력도 커진다. 방문객이 급격히 늘면 장소의 환경과 주민의 생활이 달라진다. 도로와 주차장, 숙박시설과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변 경관과 생활환경이 흔들릴 수 있다. 자칫 유산이 지닌 고유한 시간과 품격이 빠르게 소비될 위험도 있다. 유산을 보존한다는 것은 건축물이나 자연환경의 외형만 남기는 일이 아니다. 그 장소가 지닌 역사적 맥락과 진정성, 오랫동안 유산을 이어온 공동체의 삶까지 함께 지키는 일이다. 등재는 목표가 아니라 관리의 출발점이다. 몇 건을 보유했는가보다 등재 이후 어떻게 관리했는가가 한 국가의 유산정책 수준을 보여준다. 부산 선언에서 한국의 갯벌까지 부산 선언에서 주목할 키워드는 '협력'이다. 오늘날 세계유산이 직면한 위기는 한 국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기후변화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의 경계를 가리지 않으며, 개발압력은 유산구역 밖의 도시계획과 인프라 사업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무력분쟁과 재난은 국경을 넘어 대응해야 하고,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도 기록과 접근성, 진정성에 관한 새로운 책임을 요구한다. 협력은 선언문을 장식하는 문구가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제기구와 전문가, 지역공동체와 시민이 실제 관리책임을 나누는 방식이 돼야 한다. 세계유산은 한 국가의 영토 안에 있지만 그 가치는 인류가 함께 나누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확대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그 책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갯벌은 철새의 이동경로와 생물다양성뿐 아니라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이어져온 주민의 생활과 생업을 함께 품고 있다. 관리구역이 넓어진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주민이 조정해야 할 과제도 커졌다. 생태계를 지키면서 주민의 삶을 이어가야 하고, 방문객의 증가가 갯벌의 수용력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세계자연유산은 사람을 배제한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다. 자연의 질서 안에서 지역공동체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까지 함께 묻는 장소다. 등재는 가치를 인정받은 순간이고, 보존관리는 그 가치를 매일 증명하는 일이다. 세계유산의 오늘,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기후위기와 개발압력은 세계유산의 시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폭우, 산불과 가뭄, 폭염과 태풍은 자연유산뿐 아니라 문화유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산구역 안을 지켰더라도 주변에 고층건물과 도로, 관광시설이 들어서면 경관과 생활환경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세계유산 관리는 국가유산 담당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도시계획과 건축, 교통과 관광, 환경과 재난, 지역개발과 주민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개발계획이 결정된 뒤 보존부서가 뒤늦게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는 유산의 가치를 지키기 어렵다. 계획의 시작부터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함께 판단해야 한다. 세계유산은 국가의 이름으로 등재되지만 그 일상을 책임지는 곳은 지방정부와 지역사회다. 지방정부가 세계유산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브랜드로만 바라보면 정책은 행사와 홍보에 치우치기 쉽다. 반대로 보존을 이유로 시민과 장소를 지나치게 분리하면 유산은 지역의 삶과 멀어진다. 좋은 세계유산 정책은 보존과 일상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주민이 관리계획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관광의 편익과 부담을 지역공동체가 공정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세계유산의 오늘은 국제회의장이 아니라 지역행정의 선택과 시민의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개최도시 부산이 이어갈 시간 개최도시 부산도 회의 이후의 책임 앞에 서 있다.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11개 구성유산을 하나의 역사로 연결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 기능의 유지와 피란민의 생활, 국제연대와 인도주의라는 관계를 설명하려면 개별 장소를 보존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도시계획과 교통, 관광과 기록, 주민 참여가 하나의 관리체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이 부산의 등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개최도시이기에 더 엄격한 질문을 받는다. 개발과 관광압력 속에서 구성유산의 진정성과 경관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피란의 기억을 오늘의 시민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회의의 경험을 등재의 명분이 아니라 관리의 책임으로 이어갈 수 있는가. 부산시는 글로벌 헤리티지 포럼의 정례화와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 설립 검토도 제안했다.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한 도시에서 세계유산의 문제를 계속 논의하고 해결하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제협력의 거점은 건물과 명칭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구와 전문인력, 안정적인 재원과 국내외 협력망, 보존현장에 적용되는 성과가 쌓여야 한다. 국제회의의 성공은 행사가 끝난 날 평가할 수 있지만, 국제협력의 성과는 그 이후 무엇을 이어갔는가로 평가된다. 개최국에서 책임국가로 대한민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국내 최초 개최와 부산 선언, 한국의 갯벌 확대 등재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제 회의에서 말한 협력과 공동책임을 국내 세계유산의 관리에 먼저 적용해야 한다. 우리가 축적한 조사와 연구, 보존기술과 디지털 기록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나누는 일도 이어가야 한다. 몇 건의 유산을 더 등재했는가만으로 세계유산강국을 말해서는 안 된다. 이미 등재된 유산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기후위기와 개발압력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역주민이 보존의 주체로 참여하는지까지 함께 평가돼야 한다. 등재강국에서 관리강국으로 가야 한다. 보유의 자부심에서 책임의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회의장은 곧 비워지고 대표단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다. 그러나 세계 곳곳의 유산 현장에서는 다시 긴 시간이 시작된다. 보존계획을 고치고 위험을 점검하며, 주민과 협의하고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는 시간이다. 회의의 시간은 열흘 남짓이지만 세계유산의 시간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세계유산의 진짜 시간은 등재 이후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책임지는 것은 정부와 지방정부, 전문가와 지역공동체, 시민 모두다. 이 글을 끝으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즌2의 여정을 마친다. 오래된 장소를 읽는 일은 결국 오늘의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묻는 일이었다. 도시는 계속 변하고, 유산의 시간도 우리 안에서 이어질 것이다.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28 19:32이창근 컬럼니스트

[기고] 기억되는 도시, 회의가 아니라 인상으로 남는다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국제회의는 기록으로 남는다. 회의가 열린 날짜와 장소, 참석한 나라와 기관, 채택된 선언과 결정문이 공식 문서에 적힌다. 언론은 주요 장면을 보도하고, 개최도시는 참가자 수와 경제적 효과를 성과로 정리한다. 그러나 한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사람들은 회의의 모든 안건이나 발표자의 문장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회의장으로 향하던 아침의 공기와 갑자기 내린 여름비, 낯선 언어가 오가던 거리, 일정을 마치고 바라본 바다와 도시의 불빛을 기억한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 부산에서도 그랬다. 세계 각국의 대표단과 국제기구, 자문기구와 전문가들이 벡스코에 모여 세계유산의 등재와 보존, 관리와 국제협력을 논의했다. 회의장 안에서 유산은 협약과 규범, 보고서와 결정의 언어로 존재했다. 그러나 회의장을 나서면 부산이라는 도시가 시작됐다. 회의장을 나서면 도시가 보인다 부산은 오래된 왕도나 성곽도시처럼 하나의 역사적 이미지로 설명되는 곳이 아니다. 바다와 항만, 전쟁과 피란, 이주와 산업화, 오래된 원도심과 빠르게 성장한 해양도시의 시간이 한 장면 안에 겹쳐 있다. 높은 건물 사이로 수평선이 보이고, 항만과 시장, 철길과 생활공간이 가까이 놓여 있다. 도시의 속도는 빠르지만 바다 앞에서는 시선이 잠시 멀어진다. 부산시는 이번 세계유산위원회를 벡스코 안의 국제회의로만 두지 않았다. 개최도시 부산관과 전시·공연, 피란수도 부산유산 필드트립과 시민아카데미, 국가유산 야행을 도시 곳곳에 연결했다. 시민 서포터즈와 어린이기자단, 자원봉사자도 참여했다. 회의의 공식 의제를 시민의 길과 문화, 도시의 경험으로 넓히려는 시도였다. 도시의 기억은 대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숙소에서 회의장으로 향하던 길, 지하철과 택시 안에서 바라본 풍경, 일정을 마치고 걸었던 거리, 처음 맛본 음식과 우연히 마주친 사람의 표정이 하나씩 남는다. 사람은 도시를 지도처럼 기억하지 않는다. 걸었던 길과 머물렀던 장소, 한동안 시선을 멈추게 한 장면을 통해 기억한다. 부산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산이다 부산의 인상은 바다와 야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은 1천23일 동안 피란수도의 역할을 했다. 국가 기능을 유지하고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을 품었으며, 국제원조와 외교가 작동하는 관문이 됐다. 그 시간은 오늘날 임시수도기념관과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부산항 제1부두와 영도대교, 복병산배수지, 아미동 비석마을과 우암동 소막마을, 부산시민공원과 재한유엔기념공원 등에 남아 있다. 부산시가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이렇게 도시 곳곳에 흩어진 11개 구성유산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장소는 떨어져 있지만 국가 기능의 유지와 피란민의 생활, 국제협력과 인도주의라는 하나의 역사로 이어진다. 세계유산위원회 기간 열린 '피란수도 부산 국가유산 야행'의 주제는 '기억의 도시 부산, 감정의 유산을 걷다'였다. 영도대교와 부산근현대역사관, 부산기상관측소 등을 따라 걷고, 보고, 듣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영도대교 야간 도개와 미디어파사드, 원도심 도보여행과 지역예술가의 공연도 이어졌다. 유산은 걸을 때 거리로 다가오고, 머무를 때 장소가 된다.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비로소 기억이 된다. 좋은 유산 경험은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한 장소에 쌓인 시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오늘의 사람이 그 의미를 자신의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다. 개최도시의 진짜 유산 국제회의를 개최한 도시는 방문객과 숙박, 소비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성과로 말한다. 국제적 인지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도 평가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도시에 남아야 할 것은 숫자만이 아니다. 그 도시를 찾은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어떤 표정으로 기억하는지, 시민이 자신의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는지, 다시 걷고 싶은 장소가 생겼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부산시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글로벌 헤리티지 포럼의 정례화와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 설립 검토,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 후속 과제를 제시했다. 국제회의의 경험을 도시의 장기적인 유산정책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도시의 유산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회의를 다녀간 사람의 기억, 시민이 오래된 장소를 다시 바라본 경험, 도시 안에 새로운 대화가 생긴 시간이 함께 쌓여야 한다. 개최도시의 진짜 유산은 회의시설에만 있지 않다. 그 시간을 도시가 어떤 장면으로 남겼는가에 있다. 시즌2 정규 연재를 마치며 이번 시즌에서 종묘는 고요로 시간을 말했고, 창덕궁은 아름다움으로 질서를 드러냈다. 성곽은 선으로 도시의 성격을 보여줬으며, 산사와 서원은 머무름으로 장소의 깊이를 전했다. 제주는 땅으로 섬의 긴 시간을 들려줬다. 서로 다른 장소였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오래된 장소는 오늘의 사람에게 어떤 감각으로 남는가. 유산의 이름과 등재기준은 장소의 가치를 설명한다. 그러나 그 장소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은 사람이 그곳에서 경험한 걸음과 시선, 빛과 공기, 멈춤과 머무름이다. 세계유산을 가진 도시와 세계유산으로 기억되는 도시는 다르다. 전자가 제도와 사실이라면 후자는 사람의 경험이다. 부산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도 언젠가는 도시의 한 시간이 된다. 대표단은 돌아가고 벡스코는 다음 행사를 준비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부산은 세계유산을 논의한 도시이면서, 회의를 마친 뒤 바다를 바라봤던 장소로 남을 것이다. 회의는 공식 기록으로 남지만 도시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계속된다. 기억되는 도시는 회의가 아니라 인상으로 남는다.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즌2 정규 연재는 여기서 걸음을 멈춘다. 다만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남긴 보존과 책임의 과제는 마지막 특집회에서 한 번 더 살펴보려 한다.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28 10:12이창근 컬럼니스트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美 게티연구소 전문가 초청 강연 마련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원장 임종덕)은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분석과학관 강당에서 미국 게티연구소 전문가 초청 '접근성과 상호운용성: 게티연구소 미술사 데이터의 변화하는 과제와 지향점(Access and Interoperability: The Evolving Stakes and Aspirations for Art Historical Data at the Getty Research Institute)'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게티연구소(Getty Research Institute)는 게티 신탁(J. Paul Getty Trust) 소속으로, 디지털 미술사 사업과 미술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선도하는 기관이다. 30일 오후 2시에 진행되는 이번 특별 강연은 2024년 11월 연구원과 게티연구소가 체결한 교류협력의 일환으로 마련된다. 연구원은 2023년부터 한국 서화가와 한국 미술용어 정보를 게티 어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국제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미술문화유산 정보의 국제적 확산과 디지털 기반 연구 확대를 위해 양 기관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낸시 엄 부소장(Nancy Um, Associate Director)이 맡는다. 엄 부소장은 게티연구소의 연구 및 지식 개발(Research and Knowledge Creation) 부문을 총괄하며, 데이터베이스·연구자 프로그램·디지털 미술사 등 연구소의 주요 연구와 디지털 사업을 이끌고 있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특히 엄 부소장은 이번 특별 강연에서 지난 40여 년간 게티연구소가 미술사 분야의 기술 발전을 선도하며 변화하는 요구에 대응해 온 사례를 소개하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미술사 데이터가 직면한 새로운 과제와 앞으로의 지향점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는 우리 문화유산 정보의 디지털화와 데이터 구축·개방, 국제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여 기대된다. 담당 부서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미술문화유산연구실이다. 이번 강연은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한국 미술문화유산의 정보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연구 기반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6.07.27 11:07이도원 기자

[문화엔진] 대한민국관에서 읽은 '넥스트 H'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경영학박사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경관계획가 박상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과 함께합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부산 벡스코의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장은 조용하고 엄정했다. 한 나라의 유산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심의하는 자리이자, 이미 등재된 유산이 약속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등재의 환호보다 등재 이후의 책임을 논의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필자는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정회원으로 NGO 옵저버 자격을 받아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7월 24~25일 모니터링했다. 국가유산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여러 현장을 접해왔지만, 국제회의장에서 마주한 세계유산의 언어는 분명했다. 세계유산은 국가가 소유하는 훈장이 아니다. 현재 세대가 물려받은 유산을 온전히 보존해 다음 세대에 넘기겠다고 국제사회와 맺는 약속이다. 대한민국은 '반구천의 암각화'를 포함해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숫자는 국제적 인정인 동시에 열일곱 개의 보존 책임을 뜻한다. 넥스트 H 이번 1박 2일의 부산 현장에서 필자가 붙잡은 어젠다는 '넥스트 헤리티지(Next Heritage)'다. 새로운 유산을 발굴해 목록에 추가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미 물려받은 유산을 어떤 상태로 다음 세대에 넘길 것인지, 보존과 전승을 바탕으로 기술과 콘텐츠, 도시와 관광, 교육과 지역경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다. 그 다음 단계의 핵심은 '헤리티지 인더스트리(Heritage Industry)'다. 국가유산을 보존 행정의 대상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보존과 전승을 전제로 정확한 기록과 해석을 축적해 문화산업과 K-콘텐츠의 원천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여기서 산업화는 무분별한 상품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보존과 기록에서 출발해 콘텐츠와 경험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성과가 다시 보존과 전승, 지역공동체에 돌아가는 구조를 뜻한다. 방향은 넥스트 헤리티지다. 이를 현실에서 작동하게 하는 체계가 헤리티지 인더스트리다. 부산에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가 승인됐다. 기존 유산에 여수·고흥·무안·서산갯벌이 추가되면서 6개 구성요소를 갖춘 연속유산으로 확대됐다. 세계유산 수가 열여덟 건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17건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신규 등재 못지않은 의미를 지닌다. 2021년 최초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유산의 완전성을 높이기 위한 확대를 권고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는 그 권고에 따라 관리계획과 보호체계를 마련하고 확대 등재를 추진했다. 경계가 넓어진 만큼 보존의 책임도 넓어졌고, 협력해야 할 지역과 공동체도 늘어났다. 세계유산은 등재 결정으로 완성되는 이름이 아니다. 등재 이후의 관리와 협력 속에서 계속 다듬어지는 약속이다. 헤리티지산업 역시 이 기반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보존의 원칙과 신뢰가 흔들리면 활용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기술은 감각의 문법이다 본회의장을 나와 대한민국관에 들어서자 유산의 언어가 바뀌었다. 규범과 결정문으로 다뤄지던 유산이 빛과 소리, 영상과 공간으로 번역되고 있었다. 「헤리티지: 타임리스 타임」은 전통 기와와 자개, 전통공예와 의궤, 세계유산과 기록유산을 동시대의 디지털 언어로 풀어냈다. 국가유산 3D 에셋 146종을 활용한 '이음을 위한 공유'는 기록 자산이 전시와 영상, 교육과 창작의 원천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술은 오래된 시간과 먼 장소를 관람객 앞으로 불러온다. 보이지 않던 구조를 드러내고, 문서 속 기록을 움직임과 공간의 경험으로 확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은 감각의 문법이다. 그러나 문법이 문장의 주어가 될 수는 없다. 영상의 화려함만 남고 유산의 역사와 보존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면 기술은 목적을 잃는다. 주어는 언제나 유산이어야 한다. 정확한 기록은 헤리티지산업의 기반이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미디어아트와 게임, 전시와 관광도 유산의 가치를 왜곡하지 않고 확장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가 유산을 기억하게 하는 기술이라면, 3D 기록과 HBIM은 유산을 남게 하는 기술이다. 하나는 시민의 관심과 이해를 넓히고, 다른 하나는 보존과 수리의 정확성을 높인다. 두 영역이 연결될 때 디지털 활용은 일회성 볼거리를 넘어 지속 가능한 공공자산이 된다. 무형유산 공간에서는 완성된 물건보다 그것을 만드는 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형유산은 사람의 몸과 기억, 공동체가 축적한 지식 속에서 이어진다. 전통기술을 공연과 전시, 교육과 콘텐츠로 확장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승자의 이름과 권리, 창작·전승 과정에서의 역할과 정당한 몫이 지워져서는 안 된다. 전승 없는 산업화는 뿌리를 잃고, 환류 없는 산업화는 유산을 소진한다. 헤리티지산업은 콘텐츠 생산량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전승자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지역공동체가 성과를 함께 누리는지, 새로운 세대가 유산을 배우고 이어갈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산업의 성과가 다시 사람과 공동체에 축적될 때 비로소 선순환이 시작된다. 세계유산강국에서 문화산업강국으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던 국가에서 세계유산위원국이자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의 개최국·의장국, 국가유산 국제협력의 기여국으로 성장했다. 부산에서 대한민국의 주도로 채택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은 무력분쟁과 기후변화, 개발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를 강조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를 넘어, 세계유산의 보존과 협력에 책임 있게 기여하는 나라로 나아가는 일이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이집트 등에서 추진해 온 국가유산 ODA 역시 단순한 기술 제공이나 시설 복원에 머물지 않는다. 현지 기관과 전문인력이 자신의 유산을 스스로 조사하고 보존·관리하며 활용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 시설과 역량을 함께 구축하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축적한 보존과 디지털 기록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나누는 것은 세계유산강국이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책임이다. 이재명 정부는 높은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를 문화정책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K-컬처를 미래 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고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가 곧 경제이자 국제경쟁력인 시대다. 이러한 문화강국 전략은 국가유산과 더욱 긴밀하게 만나야 한다. K-컬처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새로운 플랫폼이나 첨단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른 나라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역사와 장소, 서사와 이미지, 공동체가 축적해 온 감각과 기억이 필요하다. 한국의 국가유산은 K-콘텐츠에 덧붙이는 장식이 아니라 영화와 게임, 미디어아트와 공연, 관광과 도시브랜드를 지탱하는 문화적 원천이다. 백범 김구는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꿈꿨다. 오늘날 그 문화의 힘은 콘텐츠 생산량이나 수출액만으로 측정될 수 없다. 고유한 문화를 지키고, 그것을 동시대의 언어로 해석하며, 그 가치와 성과를 국민과 지역, 국제사회와 나눌 수 있는 나라여야 한다. '세계유산강국'은 세계유산의 등재 건수만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다. 유산을 정확하게 보존하고 책임 있게 관리하며, 국제사회와 보존의 경험을 나누고, 그 가치를 오늘의 문화와 산업으로 지속가능하게 확장할 역량을 갖춘 나라를 뜻한다. 세계유산강국은 문화산업강국으로 확장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유산을 소비재로 만드는 산업화를 뜻하지 않는다. 보존과 기록에서 출발한 콘텐츠와 경험의 성과가 다시 보존과 전승, 지역공동체와 미래세대에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번 부산 현장은 K헤리티지산업포럼의 정주호 사무총장, 이경태 산업분과장, 이영재 예술분과장과 함께 걸었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현장을 살폈지만 결론은 같았다. 보존과 활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을 활용의 출발점으로 삼고 그 성과를 다시 유산과 공동체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넥스트 헤리티지는 오늘의 유산을 기록하고 보존하며, 동시대의 언어로 해석해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상태로 넘기는 과정이다. 이를 문화와 산업의 생태계로 작동하게 하는 체계가 헤리티지 인더스트리다. 유산은 콘텐츠이고, 경험은 도시 경쟁력이다. 그러나 그 출발과 종착지는 보존과 전승이어야 한다. 오래된 시간을 지키면서 오늘의 기술과 산업에 연결하고, 그 성과를 다시 유산과 공동체, 미래세대에 돌려주는 것. 그것이 부산에서 읽은 세계유산강국의 다음 장면이자 넥스트 헤리티지의 방향이다.

2026.07.27 09:37이창근 컬럼니스트

K헤리티지산업포럼, 부산 세계위 현장 워크숍…세계 유산과 산업 미래 모색

민간 싱크탱크 K헤리티지산업포럼이 부산에서 현장 워크숍을 열고 세계유산의 보존관리와 디지털기술, 콘텐츠산업, 지역문화의 연계 방안을 살폈다. K헤리티지산업포럼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대한민국관 'K-Heritage House'를 참관하고, 세계유산 정책과 헤리티지산업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고 27일 밝혔다. 포럼 참관은 지난 24~25일에 실시했다. 이 기간 이창근 포럼 운영위원장, 정주호 사무총장, 이영재 예술분과장, 이경태 산업분과장이 직접 참여했다. 포럼에는 엘팩토리, 본웨이브, 만지작엔터테인먼트, 온나무, 에이콘팩토리, 유엘피, 부스트온 등 국가유산·기술·콘텐츠 분야 기업들이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포럼은 국가유산의 공공성과 보존 원칙을 토대로 정책·연구기술·예술, 콘텐츠산업의 현장을 연결하는 민간 싱크탱크다. 정책과 산업 현장을 직접 살피고, 현장에서 확인한 과제를 공동 연구와 협력 의제로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올해 세계유산위원회는 대한민국이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열린 회의다. 해당 위원회는 21개 위원국이 세계유산 등재·보존정책보존상태·국제지원·위험유산 등을 심의하는 세계유산협약의 핵심 의사결정기구다. 대한민국은 현재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세계유산위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럼 참가자들은 본회의를 통해 등재 이후의 관리, 기후변화와 개발 압력에 대한 대응, 지역공동체 참여와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대한민국은 2025년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를 포함해 문화유산 15건과 자연유산 2건 등 모두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회의에서는 기후변화와 무력분쟁,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 방향도 제시됐다. 국가와 기관, 전문가, 지역공동체 간 협력과 책임 있는 유산 해석, 공동체 참여, 디지털 기술의 윤리적 활용 등이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참관 일정 둘째 날인 25일에는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가 최종 승인됐다. 여수·고흥·무안·서산갯벌이 추가되고 일부 경계가 확대되면서 '한국의 갯벌'은 6개 구성요소를 갖춘 연속유산으로 확장됐다. 신규 세계유산이 추가된 것은 아니어서 대한민국의 세계유산은 17건을 유지한다. 이번 확대 등재는 2021년 최초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가 협력해 이행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포럼 측의 설명이다. 대한민국관에서는 세계유산과 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 전통기술, 국제협력, 디지털콘텐츠와 문화상품을 아우르는 전시가 운영됐다. 정규연 재단법인 백제세계유산센터장(전 국가유산청 부이사관)은 공주·부여·익산에 분포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하나의 역사적 서사와 공동관리체계로 소개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이 연속유산을 함께 관리하는 사례로, 지역 간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김명옥 서울특별시 주무관과 권효주 경기역사문화유산원 연구원이 참여한 전시는 '한양의 수도성곽: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을 하나의 수도방어체계로 조명했다. 해당 유산은 2026년 1월 등재신청서가 제출됐으며, 현재 국제기구의 평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최은정 국가유산진흥원 국가유산방문캠페인팀장이 현장에서 소개한 K-헤리티지 홍보관은 전국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과 올해 12개 지역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를 하나의 공간 경험으로 엮어냈다. '전 국토가 이야기책이다'를 주제로, 국가유산을 개별 유적이나 전시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역사와 자연, 전통과 디지털콘텐츠가 이어지는 여정으로 풀어냈다. 관람객이 유산의 장소성과 서사를 따라 걷고 체험하도록 구성해, 국가유산을 권역별 방문과 관광, 문화향유로 확장하는 정책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김한태 국가유산진흥원 헤리티지미디어팀장이 기획·운영을 맡은 제2회 K-헤리티지 이머시브 전시 「헤리티지: 타임리스 타임」은 국가유산을 디지털 기술과 공간 연출로 재구성한 대규모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다. 전통 기와와 자개, 전통공예, 조선왕조 의궤와 정조의 수원 행차 등을 동시대의 영상언어로 풀어내고, 국가유산 3D 에셋 146종을 활용한 '이음을 위한 공유'를 통해 기록 자산이 전시와 영상, 교육과 창작의 원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시는 유산의 시간성과 장소성, 전승의 의미를 하나의 공간 경험으로 구성하며 국가유산 미디어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가유산을 디지털 영상과 공간 경험으로 재해석한 제2회 K-헤리티지 이머시브 전시 '헤리티지: 타임리스 타임'. 국가유산청 인공지능전략팀이 지원하고 국가유산진흥원 AI미디어센터가 주관했으며, 프리다츠와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가 제작·운영했다. 국가유산청 국외유산협력과가 선보인 '국경을 넘어 유산으로 미래를 잇다' 전시는 캄보디아 앙코르유적 보존·복원, 라오스 세계유산 관리역량 강화, 페루 마추픽추 디지털 기록화, 파키스탄 전문인력 양성 등 국가유산 ODA 성과를 소개했다. 최근 한·몽골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수중문화유산 및 문화·자연유산 공동연구 양해각서도 이러한 국제협력의 확장 사례로 제시됐다. 기술 이전을 넘어 현지 인력과 조직, 관리체계의 자립 기반을 함께 구축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이 세계유산 보유국에서 국제협력의 기여국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럼은 이 기간 디지털기술이 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과 콘텐츠의 정확성과 저작권, 원천 자료의 관리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대한민국관은 이러한 디지털 활용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축적한 보존·관리 역량을 국제사회와 나누는 협력의 흐름도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창근 운영위원장(예술경영학박사)은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정회원으로, NGO 옵저버 등록을 받아 본회의를 모니터링했다. 국가유산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세계유산의 국제규범과 국내 정책, 콘텐츠 현장이 만나는 지점을 살폈다. 특히 포럼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향후 논의할 의제로 '넥스트 헤리티지'를 도출했다. 새로운 유산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보유한 유산을 어떤 상태로 다음 세대에 넘길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보존과 기록을 토대로 국가유산을 기술과 콘텐츠, 관광과 교육, 도시와 지역문화로 확장하고, 그 성과가 다시 보존과 전승에 기여하는 헤리티지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K헤리티지산업포럼에는 이석민 의장(서울대학교 법학박사)과 박진호 부의장(카이스트 AI대학원 초빙교수)을 비롯해 이유경 연구개발자문단장(백석문화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이은진 자문위원(명지전문대 AI게임소프트웨어학과 부교수), 정지윤 자문위원(중앙대 예술공학대학 예술공학부 조교수), 최한이 전문위원(국악인) 등 법률·AI·미디어영상·게임·예술공학·전통예술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창근 운영위원장은 “세계유산의 가치는 등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보존관리와 책임 있는 해석에서 비로소 증명된다”며 “보존의 원칙 위에 기술과 콘텐츠, 지역과 산업을 연결하고 그 성과가 다시 유산과 다음 세대에 돌아가는 협력 의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07.27 09:12이도원 기자

쿠키런과 K-헤리티지의 만남...대한민국관 '쿠키런 부스' 인기

[부산=정진성 기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에 국내 인기 게임 IP가 등장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데브시스터즈가 한국의 세계유산을 알리기 위해 꾸린 'K-헤리티지 위드 쿠키런' 부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는 쿠키런 특유의 색채로 재해석한 대한민국 세계유산 17건의 실물 포스터가 전시돼 눈길을 끈다. 사내 아티스트 20여 명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수천 년 역사를 관통해 온 유산의 가치와 독창적인 게임 세계관을 결합해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유산을 거대한 놀이동산으로 구현한 가로 1.5m 규모의 대형 상상화 '쿠키런 K-헤리티지 테마파크'도 부스 한편을 장식했다. 햇살 가득한 낮의 활기와 '달빛술사 쿠키'가 비추는 밤의 정취를 통해 우리 유산의 아름다움을 쿠키런만의 감각으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쿠키런 게임 체험존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킹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쿠키런 클래식' 등 대표 게임 3종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유산을 경험하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체험존 내 '쿠키런: 킹덤'에서는 미션형 퍼즐을 통해 세계유산 테마 대형 아트워크를 완성할 수 있다. 또한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는 실루엣 이벤트로 17개의 세계유산을 알아가는 플레이를 지원하며, '쿠키런 클래식'은 세계유산 포스터 17종 수집 도전을 제공한다. 벡스코 전시장 외부에서도 세계유산위원회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한창이다. 해운대 해수욕장 이벤트 광장에는 높이 7m 규모의 용감한 쿠키 조형물과 팝업스토어가 마련됐으며, 쿠키런 테마로 현지 주요 명소를 순회하는 시티투어 버스도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립해양유산연구소와 협업해 부산 용호만 포토존 및 벡스코 부스에 조선통신사선을 탄 용감한 쿠키를 선보이는 등 오프라인 접점을 대폭 넓혔다. 친숙한 게임 콘텐츠를 통해 세대와 국경을 넘어 더 많은 관람객이 한국 문화유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2026.07.27 09:00정진성 기자

부산 신세계 뜬 K-공예…공진원, 2026 한국공예전 '환대' 및 팝업스토어 운영

[부산=정진성 기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에서 한국 공예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가 진행 중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2026 한국공예전 '환대' 등을 성황리에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지하 2층 중앙광장에서 열리는 한국공예전은 국내외 방문객에게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도자, 섬유, 유리, 옻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공예 작가 29인이 참여해 총 14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머무름-공예의 뜰'과 '공감-오늘의 공예·일상의 공예'로 구성됐다. 공예의 뜰에서는 한국 고건축을 재해석한 이정훈 작가의 스툴과 권중모 작가의 한지 조명 등을 통해 한국적 정원의 정취를 연출했다. 이어지는 '공감' 공간은 전통 한옥을 본뜬 구조로 꾸며졌다. 조선백자의 미감을 살린 윤상현 작가, 금속과 나전의 조화를 표현한 김현주 작가 등 27명이 참여해 일상과 어우러지는 공예의 실용적 쓰임을 제안한다. 전시와 연계해 반짝 매장인 '나눔-공예정원'도 동시 운영된다. 해당 매장에서는 부산·경남 지역 작가들의 작품과 공진원의 공예 전문 플랫폼 '공예정원', 케이리본 우수 공예상품 등을 직접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지하 1층 이벤트홀에서는 'K-헤리티지 굿즈샵'이 열려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신세계와 K-굿즈 브랜드 미미달(mimidar) 등이 협업해 기획한 별도의 팝업 공간으로, 다채로운 전통 모티브 아이템을 판매 중이다. 특히 2025년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조선왕실 와인마개' 등 프리미엄 기프트가 전면에 배치됐다. 왕실의 품격을 담은 세밀한 디자인이 세계유산위원회 방문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6.07.26 14:00정진성 기자

K-유산 기술로 앙코르와트 복원…대한민국관서 알린 국가유산청 ODA 성과

[부산=정진성 기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대한민국관'에는 우리 문화유산의 국제적 위상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됐다. 국가유산청 국외유산협력과가 주관하는 '국경을 넘어 유산으로 미래를 잇다' 부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는 유산청의 국가유산 분야 국제개발협력(ODA) 사업 성과와 비전을 세계인과 공유하고 있다. 부스 내부에는 캄보디아, 라오스, 페루 등 7개국에서 추진 중인 유산 보존 및 복원 사업이 상세히 소개됐다. 이집트 룩소르에서는 라메세움 신전 탑문 복원과 박물관 디지털화에 힘을 쏟고 있으며, 올해부터 페루 마추픽추 보존을 위한 정밀 3D 스캔을 지원한다. 전시를 담당하는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는 "한국의 문화유산 보존 기술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수준"이라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복원의 경우 여러 국가가 구역을 나눠 참여하는 가운데 한국 팀이 당당히 합류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별 국가 지원을 넘어선 글로벌 연대 성과도 눈길을 끈다. 2009년부터 운영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개도국 역량강화 워크숍을 통해 총 84개국이 참여하고 29건의 유산이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한-아세안 문화유산 협의체를 통한 협력 사례도 함께 전시됐다. 국가유산진흥원 관계자는 "문화유산 ODA를 오랜기간 수행해 온 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관련 사업의 성과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문화유산 리더로서 발돋움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2026.07.26 13:30정진성 기자

"과거 수리 기록으로 미래 보존"…K-건축유산 'HBIM' 대한민국관서 조명

[부산=정진성 기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대한민국관' 홍보부스에 한국 전통 건축유산의 최첨단 디지털 보존 기술이 등장했다. 국가유산청 수리기술과와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은 이번 행사에서 '한국 건축유산 HBIM' 전시를 선보였다. 전시의 핵심 콘셉트는 '과거의 기록을 디지털에 담아 미래로 전한다'이다. HBIM은 단순한 3D 모델링을 넘어 건축물의 기둥, 보, 공포 등 개별 부재 단위까지 수리 이력과 재료, 규격, 도면 등을 통합 연결한 디지털 정보 모델이다. 이날 전시에 참여한 현장 관계자는 "과거의 수리 기록을 현재의 수리 현장에 활용하고, 나아가 미래의 보존 관리에도 활용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3차원 모델을 기반으로 유산의 생애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통합 작업의 성과도 구체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목표치인 전국 주요 국보·보물 목조 건축 문화재 311개소 가운데 현재까지 124개소의 수리 이력 DB와 HBIM 구축이 완료됐다. 유산청은 향후 5년 내 전체 목표량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건축유산의 조사와 수리 과정에서 파생되는 도면이나 사진 등은 현장에 분산돼 장기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스에서는 2013년 창덕궁 부용정의 해체 보수 기록을 바탕으로 전 과정을 HBIM으로 구현한 사례를 중점 조명했다. 관람객이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도 이목을 끌었다. 특히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의 용역 발주를 받아 위프코가 정밀 3D 데이터와 수리 이력을 통합하여 자체 개발한 인터랙티브 뷰어가 도입되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뷰어를 통해 관람객들은 국내 유일의 5층 목탑인 세계유산 법주사 팔상전의 내부 3D 구조와 부재별 해체 및 조립 과정을 태블릿 기기로 직접 탐색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층에 따라 맞춤형 효용을 제공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어린 방문객에게는 입체 모델을 통한 생생한 역사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며 "관련 전공자들에게는 평소 접근하기 힘든 유산의 내부 단면과 상세 구조를 디지털로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축적된 디지털 자산의 활용 범위는 향후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이 데이터를 대국민 플랫폼으로 개방하고, 교육과 전시는 물론 디지털 게임 산업 및 AI 기반 손상 예측 분야까지 확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6.07.26 12:00정진성 기자

대한민국관 부스서 빛난 '백제역사유적지구'…고대 동아시아 교류 조명

[부산=정진성 기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에 고대 왕국 백제의 숨결이 깨어났다. 백제세계유산센터는 이번 행사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 홍보 부스를 마련하고 전 세계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 부스에서는 백제 후기인 475년부터 660년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8개 유적을 상세히 조명한다. 공주와 부여, 익산에 위치한 이들 유적은 백제가 웅진에서 사비로 도읍을 옮기며 발전시킨 정치·종교·문화적 중심지를 보여주는 연속유산이다. 부스에서는 시기별로 다채로운 백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웅진 시기 공주의 공산성과 무령왕릉 등을 통해 당시의 왕도 운영과 왕실 문화를, 사비 시기 부여의 부소산성과 정림사지, 나성 등에서는 사비도성의 중심 공간과 방어 체계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사비 후기에 조성된 익산의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는 백제의 정치적 확장과 불교문화의 발전을 보여주는 대표 유적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백제 문화 특유의 세련된 미감과 우수한 건축 기술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시에서는 백제가 중국 남조 및 일본과 활발히 교류하며 완성한 독자적인 문화적 창조성을 강조한다. 불교와 예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백제-일본으로 이어지는 고대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실체를 증명하는 고고학적 유산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이 같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5년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백제세계유산센터는 이번 부스 운영을 통해 사라진 고대 왕국의 정체성과 국제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린다는 방침이다.

2026.07.26 11:00정진성 기자

"시공간 초월한 유산의 감동"…대한민국관 'K-헤리티지 이머시브' 전시 눈길

[부산=정진성 기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전시장 내에서 가장 화려한 빛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 곳이 있다. 바로 국가유산진흥원이 기획한 제2회 K-헤리티지 이머시브 전시 '헤리티지: 타임리스 타임' 부스다. 초반 성과 집계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개막 4일 만에 누적 방문객 1만1160명을 기록하며 현장의 뜨거운 호응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5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부산에서 개최되는 두 번째 전시다. 전통 한옥의 '중정'을 모티프로 삼아 사람과 시간, 국가유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상징적 공간을 대규모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전통 나전의 빛과 색감을 활용해 바다의 반짝임을 표현한 '윤슬의 시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현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어 장인의 손길을 담아낸 '자연으로부터', 세계기록유산 의궤를 3D CG로 와이드 스크린에 생생하게 구현한 '실감의궤' 등이 차례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국제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한 '이음을 위한 공유'는 디스트릭트와 협업해 국가유산청의 146종 에셋을 화려한 영상미로 풀어냈다. 전시 현장을 안내한 김한태 국가유산진흥원 팀장은 "이번 전시는 지난해 DDP에 이은 두 번째 전시이자 사실상 첫 지역 순회전"이라며 "우리가 만든 우수한 실감형 콘텐츠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향후 지역 공공장소 등과 연계해 순회 전시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메인 하이라이트는 '타임리스 타임' 영상이다. 이 콘텐츠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세계유산 3곳을 교차시키며 유산의 탄생과 완성, 보전의 흐름을 웅장하게 그려낸다. 해당 영상은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시작으로 석굴암, 종묘 순으로 전개된다. 실사와 CG를 정교하게 결합해 다면 스크린을 꽉 채우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김 팀장은 기획 의도에 대해 "제주의 자연에서 유산이 잉태되고, 석굴암이라는 인간의 문화를 거쳐, 종묘 제례를 통해 이를 계승한다는 서사를 담았다"며 "우리의 유산이 영속적으로 이어진다는 '타임리스 타임'의 핵심 주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람객에게 단순히 유산에 대한 텍스트 정보를 주입하기보다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상상력을 자극하고 유산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2026.07.26 10:30정진성 기자

엘룬두 아소모 세계유산센터장 "세계유산은 대화와 협력의 산물…전 세계가 함께 지켜야"

[부산=정진성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수장이 사도광산부터 종묘 개발 갈등, 전쟁 파괴 유산까지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화유산 현안에 대해 강력한 연대와 원칙을 주문했다. 지난 24일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의 첫 위원회 개최 의미와 굵직한 국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엘룬두 아소모 센터장은 먼저 "한국의 위원회 유치는 그간 전 세계 유산 보존에 기여한 협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사도광산 결정문에 대해서 "전체 역사를 보여주라는 해석의 문제가 있다"며 "2027년 10월 1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사도광산은 지난 2024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했던 '전체 역사' 반영 의무의 이행 현황(SOC) 심사가 이번 제48차 위원회에서 다뤄지며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앞서 위원회가 일본 측의 전시 전략이 아직 불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당사국 간 긴밀한 협의를 권고하는 결정문을 채택함에 따라, 향후 유네스코 차원의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방안을 묻는 질의가 집중된 것이다. 강제성 논란에 대해서는 대화와 신뢰라는 위원회의 본질을 명확히 했다. 그는 "결정문에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21개 위원국의 합의(컨센서스)를 통해 도출됐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며 "당사국이 신청서를 낸 것 자체가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지"라고 진단했다. 서울 종묘 주변 개발 갈등과 관련해서는 종묘를 '보석'에 비유하며 원칙적인 입장을 냈다. 그는 "한국이 최초로 등재한 종묘는 한국인의 역사 그 자체이자 소중한 보석"이라며 "도시 개발 압력 속에서도 이 보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영향 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내 갈등 상황에 대해 유산 당국의 권위를 존중할 것을 당부했다. 엘룬두 아소모 센터장은 "국가유산청은 대단한 전문가가 모인 조직"이라며 "국가유산청에서 내리는 조언과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후세에 개발로 유산이 훼손됐다는 이야기를 물려줄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 내 문화유산 파괴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함께 강력한 비판을 내놨다. 그는 "수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유산이 단 1~2초 만에 파괴되고, 이를 복원하는 데는 다시 몇 세기가 걸린다"며 "공동체 유산을 파괴하는 것은 사람을 파괴하는 것과 같은 전쟁범죄"라고 지적했다. 복원 과정에서는 현지 공동체가 중심이 돼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말리 팀북투와 이라크 모술의 사례를 들며 "모든 공동체를 유산 보호에 관여시켜야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된 '부산 선언'이 기존 5대 전략 목표에 이어 6번째 목표인 '협력'을 제시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끝으로 "부산은 위원회 유치를 통해 해양 유산 등을 나눌 자격을 증명했다"며 "국가유산청 등과 협력해 부산의 유산이 세계유산이 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2026.07.26 09:00정진성 기자

허민 국가유산청장 "갯벌 보전, 한 나라 몫 아닌 국제사회 공동 책임 과제"

[부산=이도원, 정진성 기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가 최종 확정된 직후, 황해 연안 습지 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성명이 부산에서 발표됐다. 국가유산청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유네스코, 세계연안포럼(WCF) 등과 공동으로 사이드 이벤트 '국경을 넘어선 철새의 여정' 세미나를 개최했다. 오전 회의에서 갯벌 확대 등재가 승인된 직후 곧바로 열린 이번 행사는 황해 갯벌 보전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EAAF) 보호를 위한 초국경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축사를 통해 9개 지자체의 갯벌이 하나로 합쳐진 이번 확대 등재의 의의를 강조했다. 허 청장은 "황해의 갯벌은 한반도를 넘어 대한민국과 북한, 중국 등 세 나라가 합치된 다국적 연대 공간"이라며 "세계유산은 한 나라의 몫이 아니며, 갯벌 보전은 전 세계가 공유하고 국제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동의 과제"라고 밝혔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 역시 한국의 성과를 극찬했다. 라자르 센터장은 "등재 5년 만에 유산을 축소하지 않고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확장한 이번 사례는 세계유산이 나아가야 할 모범"이라며 "한국과 중국, 북한을 잇는 황해 생태 네트워크는 단순한 자연 보호를 넘어 상호 이해와 대화, 신뢰를 구축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행사의 핵심은 참가국 및 협력 기관이 뜻을 모은 '황해 갯벌 및 연안 습지 보전을 위한 협력에 관한 부산 선언' 채택이다. 이번 합의문은 앞서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제6의 전략적 목표로 '협력'을 공식 채택한 '세계유산위 부산 선언'의 정신을 실제 현장에서 실천하는 최초의 구체적 사례다. 선언문은 실효성 있는 기술 협력을 대폭 강화했다. 참가국들은 갯벌 생태계와 철새 모니터링 방식을 표준화하여 데이터를 공유하고, '스파르티나(영국갯끈풀)' 등 유산을 훼손하는 외래종 통제 및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지자체, 현장 관리자, 기술 전문가 간의 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OUV(탁월한 보편적 가치) 보존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지역 프레임워크'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유산 지역 간 '자매결연'을 통한 현장 역량 강화와 더불어,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 및 소통 자료도 공동 개발한다. 북한의 갯벌 잠정목록 등재를 포함한 국가 간 생태적 연결망 확장 역시 지원할 계획이다. 참여 기관들은 람사르 협약, EAAFP 등 기존 국제기구와의 중복을 피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12개월 이내에 첫 번째 기술 조정 회의를 소집한다. 허 청장은 "오늘 채택된 공동협력 성명서를 통해 전 세계가 생태학적 보존을 위한 연계와 협력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제기구와 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26.07.25 14:29정진성 기자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 서산·여수·고흥·무안 추가…허민 청장 "노력의 결실"

[부산=이도원, 정진성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 2단계 확대 등재가 최종 확정됐다. 25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오전 회의를 통해 한국의 갯벌에 대한 중대한 경계 변경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기존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에 여수, 고흥, 무안, 서산 갯벌이 새롭게 추가되며 총 6개 구성요소로 이뤄진 연속유산으로 확대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멸종위기종 보전 등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다루는 세계유산 등재기준을 충족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2단계 확대 지역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 전체 연속유산은 총 2446종의 생물다양성을 부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에는 24종의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가 포함된 216종의 조류와 2230종에 달하는 갯벌 생물 등이 서식하고 있다. 새롭게 추가된 갯벌들도 각각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입증했다. 서산갯벌은 내륙 유일의 점박이물범 서식지이며, 무안갯벌은 흰발농게가 우점하는 등 1318종의 생물을 품고 있다. 여수와 고흥갯벌은 저어새, 흑두루미 등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의 장거리 이동에 필수적인 기착지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성과는 지난 2021년 등재 당시 위원회가 제시한 2단계 확대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한 결과다. 그간 국가유산청은 해양수산부, 외교부, 해당 지자체 및 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 등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 이들은 보호구역 지정과 관리체계 정비를 추진하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심사에 적극 대응하며 유산의 보호 및 관리 기반을 지속적으로 보완했다. 현장 심사를 담당한 IUCN 측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2단계 확대로 전체 유산 면적이 기존 대비 약 22% 증가했다"며 확장을 통한 완전성 강화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여수와 고흥 갯벌 추가로 여자만 전체 갯벌의 완전성이 완성됐으며, 무안·서산 갯벌을 통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EAAF)의 북상 확장 기반이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IUCN 측은 "새롭게 추가된 유산은 세계적 멸종위기 조류의 핵심 서식지이자 전 세계 온대역 갯벌 중 일차생산성과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확장은 유산의 완전성을 강화하라는 이전 권고에 직접 부응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성과"라며 "지역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추가적인 연속유산 확대를 지속해 나가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는 2021년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고, 우리 갯벌의 생물다양성 보전 가치와 유산의 완전성을 한층 강화한 매우 뜻깊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함께 노력해 이뤄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황해 생태계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유산 보존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도 함께 드러냈다. 허 청장은 "앞으로도 한국의 갯벌이 대한민국만의 유산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7.25 12:54정진성 기자

세계 홀린 'K-헤리티지'…국가유산청 세계유산위 대한민국관, 관람객 몰렸다

[부산=이도원, 정진성 기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내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이 국내외 관람객의 발길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기념주화 등 굿즈 판매 매출은 이미 1억원을 넘어섰다. 국가유산청이 위원회 기간인 20일부터 29일까지 운영하는 대한민국관은 K-컬처의 뿌리인 국가유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자리에 모은 공간이다. 올해 위원회 본회의에는 역대 최다인 162개국 3111명이 등록했으며, 이러한 열기가 고스란히 현장 전시장의 흥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초반 관람객 집계에서도 이 같은 열기가 확인된다. 위원회에 따르면 대한민국관은 지난 23일까지 개막 나흘 만에 이미 누적 3만7273명이 현장을 찾았다. 이머시브 전시관(1만1160명)과 방문캠페인관(1만1513명) 등 주요 거점마다 1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관람객의 호응은 실질적인 성과로도 연결됐다. K-헤리티지 팝업스토어는 약 8200만원, 기념주화는 382장이 판매되며 약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울러 위원회 측이 기획한 31건의 참가자 투어 중 21건이 조기 매진되는 등 K-컬처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수치로 입증됐다. 특히 대한민국관 개방 이후 첫 주말인 25일 오전부터 행사장 앞은 입장을 위해 긴 대기열이 형성되는 등 흥행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전시장 내부는 다채로운 문화 및 미식 홍보관으로 채워졌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20종의 세계기록유산을 선보였고,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각각 K-시푸드(K-Seafood)와 K-푸드를 내세워 미식의 재미를 더했다. 첨단 기술로 유산을 만나는 공간도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국가유산에 담긴 가치를 대규모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이머시브 전시 '헤리티지: 타임리스 타임'과 AR·VR 콘텐츠를 활용한 교육 체험관 '이어지교'가 몰입감 높은 경험을 제공했다. 주무대인 'K-헤리티지 스테이지'에서는 열흘간 총 38건의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25일에는 은율탈춤과 처용무 등이 진행되며, 오후 6시부터는 야외광장에서 '굿GOOD 보러가자 부산' 특별공연이 개최되어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국가유산청은 주말을 맞아 대한민국관 방문객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벡스코 내 질서 유지 및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 성공적인 행사 운영을 이끌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6.07.25 10:44정진성 기자

[기고] 대한민국관이 말하는 세계유산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BEXCO)에는 개최국 공식 전시관인 대한민국관이 운영되고 있다.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에는 정부와 지방정부, 종교계와 민간 등 35개 기관이 참여해 45개 전시·체험 콘텐츠를 선보인다. 세계유산과 인류무형유산, 세계기록유산뿐 아니라 국제협력과 전통기술, 디지털콘텐츠와 생활문화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대한민국관은 우리 유산을 세계에 소개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대한민국이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태도로 지키며, 어떤 가치로 다음 세대와 나누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지난해부터 부산 세계유산위원회를 바라보며 붙들어온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 가치를 오늘의 언어로 경험하게 하고, 세계와 함께 이어가는 나라로 기억될 것인가. 대한민국관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부스가 더 크고 화려한가가 아니다. 서로 다른 전시와 사업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세계유산을 대하는 하나의 방향을 읽어내는 일이다. 보유국에서 책임국으로 대한민국관에서 가장 먼저 읽히는 것은 우리 유산의 우수성만이 아니다. 세계유산을 국제사회와 함께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다. '대한민국과 유네스코'관은 대한민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이후 걸어온 시간을 보여준다. 전쟁 이후 교육과 문화의 복구를 지원받았던 대한민국은 이제 국가유산 ODA와 국제협력을 통해 다른 나라의 유산 보존과 역량 강화에 참여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마련한 '국경을 넘어 유산으로 미래를 잇다'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조사와 연구, 보존기술과 경험을 국제사회와 나누는 일은 대한민국이 세계유산 분야에서 맡아가고 있는 역할을 보여준다. 세계유산강국의 위상은 등재 건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국의 유산을 잘 지키는 데서 더 나아가 다른 나라의 유산과 기억을 함께 보호하고, 보존 경험과 역량을 나눌 때 그 위상은 책임으로 완성된다. 세계유산은 한 국가의 영토 안에 있지만 그 가치는 인류 전체가 함께 나누는 공동의 자산이다. 세계유산협약은 바로 그 공동의 책임을 약속한 제도다. 세계유산은 과거의 훈장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지키기로 한 미래의 약속이다. 대한민국관이 협약과 국제협력의 역사를 전면에 놓은 것은 개최국의 위상에 걸맞은 선택이다. 대한민국이 유산을 많이 보유한 나라에서 국제사회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나라로 나아가고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유산은 장소와 사람을 통해 이어진다 한양의 수도성곽과 수원화성, 개최도시 부산을 다룬 부스는 유산을 고립된 기념물이 아니라 오늘의 도시 안에서 이어지는 시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한양의 수도성곽은 옛 도성을 둘러싼 벽에 머물지 않는다. 산과 길, 마을과 도심을 잇는 선이자 서울이 변화해온 시간을 품은 장소다. 수원화성 역시 성곽의 건축적 가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성 안의 길과 시장, 주민의 생활과 축제가 겹치며 오늘의 수원을 만든다. 부산에는 피란수도와 항만, 전쟁과 이주, 산업화의 기억이 남아 있다.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유산이 오래된 왕도나 고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시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동과 생활, 기억과 흔적도 우리가 유산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어야 할 시간이다. 유산은 장소에 남아 있을 때 보존되지만, 시민이 다시 걷고 머물며 경험할 때 비로소 도시의 현재가 된다. 한국의 갯벌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자연유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묻는다. 제주는 땅이 만들어진 긴 지질학적 시간을 품고 있고, 갯벌에는 생물다양성과 철새의 이동, 지역주민의 삶과 노동, 계절의 변화가 함께 쌓여 있다. 자연유산은 사람과 분리된 풍경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도 함께 묻는다. 세계유산을 경험하게 한다는 말도 더 많은 방문객을 불러들이는 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장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고, 다음 세대도 그 가치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존과 관광, 주민의 삶과 지역발전이 함께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무형유산은 유산의 중심에 다시 사람을 놓는다. 갓일과 나전장, 소목장, 궁시장과 같은 전통기술은 완성된 결과물만으로 전승되지 않는다. 재료를 알아보는 눈과 도구를 다루는 손, 몸에 밴 동작과 오랜 반복이 있어야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유산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누군가 배우고 익히며 다시 전할 때 이어진다. 국립무형유산원의 '무형유산 공연 아트마켓'은 무형유산을 보존과 전승의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공연과 창작, 관객과의 만남으로 확장한다. 전승자와 창작자, 공연시장과 관객을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활용의 폭이 넓어질수록 그 유산이 태어난 공동체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존중도 함께 깊어져야 한다. 전승 없는 활용은 뿌리가 약하고, 활용 없는 전승은 사회와 멀어질 수 있다. 설명은 유산을 이해하게 하지만, 감각은 유산을 기억하게 한다. 사람의 움직임과 호흡, 반복되는 손길을 마주할 때 유산은 과거의 흔적을 넘어 살아 있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오늘의 경험을 내일의 관계로 대한민국관에는 기록유산과 대중문화, 전통기술과 디지털콘텐츠가 한 공간에 놓였다. 세계기록유산과 데브시스터즈의 게임 IP '쿠키런'을 활용한 콘텐츠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장면은 유산이 오늘의 세대와 어떤 언어로 소통할 것인지 묻는다. 기록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말한다. 게임과 캐릭터는 그 기록을 오늘의 세대와 연결하는 친숙한 입구가 될 수 있다. 친숙함은 유산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낮추지만, 그것만으로 이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유산의 이미지와 외형에 머문다면 콘텐츠의 의미와 지속성도 제한될 수 있다. 장소의 역사와 사람의 기억, 유산이 지닌 맥락을 오늘의 언어로 충실하게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 이머시브 전시 '헤리티지: 타임리스 타임'도 같은 질문을 이어간다. 몰입형 전시의 가치는 화면의 크기나 영상의 화려함에만 있지 않다. 오래된 장소와 시간의 의미를 오늘의 감각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술은 사라진 장소를 다시 보여주고,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을 열어주며, 멈춰 있던 기록에 움직임과 소리를 더할 수 있다. 다만 기술의 인상만 남고 유산의 의미가 흐려진다면 경험의 중심이 바뀔 수 있다. 좋은 디지털콘텐츠는 관람객을 화면 안에 머물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장소를 다시 찾고 싶게 하며, 기록 속 시간이 오늘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생각하게 해야 한다. 기술은 감각의 문법이다. 다만 그 문법이 말해야 할 주어는 언제나 유산이어야 한다. 오늘의 언어는 디지털에만 있지 않다. 근현대건축유산 특별전 '나의 유산: 살아온, 살아가는, 살아갈'은 가까운 과거를 오늘의 삶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묻는다. 사람들이 일하고 배우며 생활했던 건축물에는 한 시대의 삶과 기술, 도시의 변화가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건축물을 과거의 모습으로 고정하는 일이 아니다. 장소의 기억을 살리면서 오늘의 쓰임을 찾는 일이다. 살아온 건축이 오늘을 살아가는 공간이 되고, 미래에도 쓰이는 장소로 이어져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K-푸드 홍보관은 유산을 일상의 감각으로 확장한다. 음식은 박물관에 보관된 유물은 아니지만 한 사회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자연환경과 노동, 저장과 조리의 지혜를 담고 있다. 김치와 장, 발효음식에는 조리법뿐 아니라 계절과 공동체, 생활의 기억이 배어 있다. 세계인이 한국문화를 처음 만나는 입구가 반드시 궁궐이나 사찰일 필요는 없다. 한 그릇의 음식과 하나의 맛을 통해 한국인의 생활방식과 자연관을 만날 수도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관은 국제협력에서 도시와 자연, 사람과 전승, 기술과 생활문화로 이어지는 국가유산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방정부, 공공기관과 민간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참여했고, 유산을 보존의 대상에만 두지 않고 교육과 관광, 콘텐츠와 산업, 국제협력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성과를 전시장 밖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대한민국관에서 축적한 자료와 콘텐츠가 교육과 아카이브로 남고, 지역의 세계유산 현장과 도시에서 다시 활용돼야 한다. 전승자와 창작자,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이곳에서 맺은 관계도 구체적인 후속 협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국제회의의 성공적인 운영은 중요한 성과다. 여기에 문화적 경험과 지속적인 관계가 더해질 때 회의는 오래 남는 기억이 된다. 세계인이 기억하는 것은 규모보다 장면이고, 시설보다 이야기이며, 정보보다 감각이다. 대한민국관은 개최국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건네는 하나의 답변이다. 그 안에는 협약과 기록, 도시와 자연, 전승자의 손과 디지털 기술, 음식과 생활의 기억이 함께 있다. 우리는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 가치를 책임 있게 지키고, 오늘의 언어로 경험하게 하며, 세계와 함께 이어가는 나라로 기억될 것인가. 부산 세계유산위원회는 그 전환을 확인하는 무대다. 대한민국관에서 읽어야 할 것은 전시물의 수를 넘어선다. 유산의 시간을 오늘의 삶과 연결하고, 그 가치를 미래의 약속으로 이어가려는 대한민국의 태도다.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글로벌 IT 미디어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24 10:00이창근 컬럼니스트

국가유산청·외교부, '유산해석' 글로벌 논의 주도…부산서 국제행사 개최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보존하기 위한 글로벌 유산해석 논의를 주도한다. 국가유산청과 외교부는 유산해석설명국제위원회(ICOMOS-ICIP)와 공동으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이코모스 한국위원회와 협력해 부산 벡스코에서 유산해석 관련 부대행사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계기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각국 정부대표단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유산해석 관련 현안과 미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총 10회에 걸쳐 세계유산해석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해당 분야를 선도해 왔다. 오진희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계유산은 해석을 통해 생명을 얻어 후대로 전해진다"며 유산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길배 국가유산청 유산정책국장은 "이번 행사가 지속 가능한 세계유산의 미래와 올바른 유산 해석의 방향을 정립하는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유관기관 및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자문기구,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유산해석 분야에서 세계유산협약 체제 발전에 기여해 나갈 방침이다.

2026.07.23 16:07정진성 기자

국가유산청, '제8차 한-아세안 문화유산 협의체 운영회의' 개최

국가유산청이 아세안 회원국들과 손잡고 문화유산 분야의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선다. 국가유산청은 아세안사무국,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와 함께 부산에서 '제8차 한-아세안 문화유산 협의체 운영회의'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대행사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비롯해 주한 아세안 대사단, 아세안 11개국 문화유산 대표 등 50여 명이 참석해 그간의 협력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행사 첫날인 22일에는 주한아세안대사단 간담회를 열어 문화유산 협력 방향을 공유했다. 이어진 운영회의에서는 2029년까지 3년간 추진될 공동협력 사업을 발표하고, 아세안 문화예술전략과 연계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틀 차인 23일에는 아세안 국가별 주요 국제협력 활동을 공유하고, 한-아세안 문화유산 공동협력사업의 세부 추진 방안과 미래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기존 단발성 지원에서 벗어나 문화유산 창조산업, 디지털 기술 활용, 기후변화 대응 등 다각적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쌍방향 협력 기반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문화유산은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동의 가치"라며 "이번 회의가 한-아세안이 문화유산을 매개로 신뢰를 공고히 하고 공동 번영을 위한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026.07.23 10:20정진성 기자

[기고] 제주 땅, 하나의 서사가 되는 이유

이 시리즈는 오래된 장소를 과거의 흔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늘의 도시가 다시 읽어야 할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연재입니다. 시즌1이 도시와 유산을 전략과 경험, 콘텐츠의 관점에서 읽었다면, 시즌2는 세계유산과 오래된 장소를 도시의 기억, 감각, 표정의 언어로 다시 해석합니다. 사람은 유산의 이름보다 그 도시를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이번 시즌은 인문 에세이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의 시선을 바탕으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부산 벡스코, 2026년 7월 19~29일)와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함께 바라보며 도시와 유산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어냅니다. 시즌2는 2026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주 1~2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제주에 들어서면 먼저 땅이 보인다. 넓은 바다와 낮은 하늘도 눈에 들어오지만 제주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은 검은 돌과 완만한 오름, 밭과 마을을 잇는 돌담, 땅속 깊이 이어지는 용암동굴이다. 종묘가 고요로 시간을 말하고, 창덕궁이 아름다움으로 질서를 드러내며, 성곽이 선으로 도시의 성격을 보여준다면 제주는 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대한민국관에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이 지닌 가치와 보존·관리의 의미를 국내외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응회구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 다른 장소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화산섬이 형성돼 온 과정을 땅 위와 땅속에서 함께 보여준다. 한라산은 섬의 지형과 생태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보여주는 중심이다.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은 땅 아래 긴 통로를 만들었고, 성산일출봉은 얕은 바다에서 일어난 화산 분출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제주가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은 까닭도 경관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라산과 용암동굴, 성산일출봉이 화산활동의 과정과 흔적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가장 가까이 느끼는 방법은 걷는 일이다. 오름에 오르면 바람과 풀, 흙의 감촉이 달라지고, 발아래로 밭과 마을, 돌담과 좁은 길이 이어진다. 사람은 장소의 이름보다 그곳을 걸었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한다. 오름이 오래 남는 것도 정상에서 본 풍경만이 아니라 올라가는 동안 맞았던 바람과 발밑에서 느껴진 흙과 돌 때문이다. 설명은 유산을 이해하게 하지만, 감각은 유산을 기억하게 한다. 제주의 돌도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시간을 보여준다. 다른 지역에서는 치워야 할 돌이 제주에서는 바람을 막고 밭을 나누며 삶을 지탱하는 재료가 됐다. 사람들은 돌을 없애지 않고 쌓았고, 돌 사이에 틈을 남겨 강한 바람을 흘려보냈다. 돌담은 풍경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자연의 조건에 맞춰 살아온 생활의 기술이다. 화산이 만든 땅 위에는 마을이 들어섰고, 바람과 바다는 집의 모양과 생업, 신앙과 공동체의 기억을 만들었다. 해녀의 물질과 밭농사, 돌담과 초가도 이 환경 속에서 태어났다. 제주는 자연을 이겨내 완성한 섬이 아니다. 자연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방법을 찾아온 섬이다. 그래서 제주의 자연과 생활은 따로 읽을 수 없다. 땅이 사람의 삶을 바꾸었고, 사람의 삶은 다시 땅의 풍경을 만들었다. 오름과 돌담, 밭과 마을길이 함께 보일 때 제주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오늘날 제주를 찾는 사람은 많다. 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유명한 장소를 빠르게 둘러보고 사진을 남긴다. 그러나 제주는 한두 장면으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을 품고 있다. 오름을 걷는 속도와 동굴 안의 서늘함, 돌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까지 만나야 비로소 섬의 시간이 다가온다. 부산 대한민국관의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부스는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이 세계자연유산을 오래 지켜가야 할 책임도 전한다. 세계유산 등재는 가치의 확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개발압력, 탐방객 증가 속에서 제주의 자연과 시간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지가 그다음 질문이다. 세계유산은 더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한 이름이 아니다. 그 땅의 시간을 오래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데려올 것인가보다 어떻게 걷게 할 것인지, 어디에서 멈추게 할 것인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덜 보여줄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제주는 화산이 만든 섬이지만 자연만으로 완성된 섬은 아니다. 돌과 바람, 오름과 동굴, 밭과 마을,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오늘의 제주를 만들었다. 세계유산을 읽는다는 것은 등재된 장소의 이름을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땅이 만들어진 시간과 그 위에서 이어진 삶을 함께 보는 일이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땅 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된다. 그 이야기는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천천히 걸으며 땅의 결을 느낄 때 더 또렷하게 다가온다. 필자 이창근 예술경영학박사(Ph.D.). 예술-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인문 논픽션 작가다. 오래된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걷고 머물고 기억하게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고민해왔다. 문화유산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장면을 기록하며, 장소에 남은 시간의 결이 오늘의 도시에서 어떤 표정으로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해왔다. 현재 헤리티지랩(Heritage LAB) 소장으로 도시 장면 설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미다스북스에서 펴낸 『K-헤리티지, 매력 도시 디자인』과 『우리는 왜 오래된 장소에 끌리는가』가 있다. 지디넷코리아에서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을 연재하며, 장소의 시간과 도시의 표정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026.07.23 09:23이창근 컬럼니스트

김재원 의원, 무형유산법 개정안 대표발의…"AI로 전승 단절 막는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고령화로 전승 단절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무형유산을 보전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된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무형유산 기록의 체계적 관리와 지속가능한 전승체계 구축을 위한 '무형유산의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2일 밝혔다. 현행법은 무형유산 기록을 디지털 자료로 구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등 지능정보기술을 적극 도입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틀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75.8세로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보유자 중 70~80대가 70.3%에 달하며 보유자가 없거나 1명뿐인 종목도 다수 존재해 특정 보유자 유고 시 전승 단절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형유산 기록·보존 및 전승 과정에 AI 등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무형유산지능정보화' 정책 수립과 기술 개발·활용의 법적 근거를 명시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3월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진흥원과 공동으로 '무형유산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피지컬 AI 전략 및 정책과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고령화로 전승 단절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전승 기반이 취약한 종목들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고 기술과 전통의 혁신적 융합을 이끌어낼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법적·제도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7.22 09:46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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