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그 연예인, 진짜일까…'AI 무단 합성' 칼 빼든 미국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가 광고는 물론 영화·드라마까지 파고드는 가운데, 미국이 주(州) 차원에서 먼저 법적 제동에 나섰다. 국회도서관이 최근 발간한 '미국의 AI 관련 퍼블리시티권 입법례'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뉴욕주는 디지털 모사물 이용 계약에 구체적 설명과 서면 동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사후 퍼블리시티권 보호 범위도 표현물 내 AI 합성까지 확대했다. 동의받아도 뭘 동의한 건지 따져야…'디지털 모사물' 쟁점 쟁점은 디지털 모사물이다. 컴퓨터·알고리즘·AI 등을 활용해 실존 인물의 음성이나 외모를 정교하게 모방한 전자적 복제물로, 해당 인물이 실제로는 출연하지 않았는데 출연한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출연의 본질적 특성을 실질적으로 바꾼 복제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사자가 동의했더라도 계약서에 이용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으면 사실상 무제한 활용의 빌미가 된다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디지털 모사물은 광고뿐 아니라 영화·드라마 등 표현·창작물에도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기존 퍼블리시티권이 요건으로 삼아온 '상업적 목적'의 범주를 벗어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의회도서관 저작권청은 2024년 7월 현행 법률만으로는 디지털 모사물에 충분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연방의회에는 기존 퍼블리시티권과 별개로 '디지털 모사권'을 신설하는 내용의 '2025년 모사금지법(NO FAKES Act of 2025)'이 발의됐다. 법안에 따르면 디지털 모사권은 재산권으로서 생전에는 양도할 수 없으며 사후에도 최장 70년간 권리가 유지된다.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권리 주체가 된다. 라이선스 계약은 10년 이내 서면으로 체결해야 하며, 이용 내용을 '합리적인 정도로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유효하도록 규정했다. 캘리포니아·뉴욕, 주법으로 먼저 시행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 9월 노동법전에 제927조를 신설해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디지털 모사물 이용 계약 조항이 구체적 설명 없이, 법률대리인이나 노동조합의 대리 없이 체결된 경우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민법전 내 사후 퍼블리시티권 조항도 개정해 광고·판매 목적이 아닌 영화·드라마 등 표현물 속 디지털 모사물에도 사후 퍼블리시티권을 적용하도록 했다. 무단 이용 시 법정 손해배상액은 기존 750달러에서 1만 달러로 높였다. 뉴욕주도 2024년 12월 일반채무법에 디지털 모사물 계약 조항(제5-302조)을 신설해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서면 동의 요건은 캘리포니아주와 동일하다. 패션모델을 위한 별도 법률 '뉴욕주 패션종사자법'도 마련했다. 모델 매니지먼트사가 AI로 모델의 디지털 모사물을 제작·변경할 경우 이용 범위·목적·보수·기간 등을 명시한 서면 동의를 전속계약과 별개로 받도록 의무화했다. 사후 퍼블리시티권은 '사망한 공연자'를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법정 손해배상액을 2000달러로 규정했다. 한국, 부정경쟁방지법에 의존…독립 입법 계류 우리나라는 현재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재산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2021년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 성명·초상·음성·서명 등 인적 식별표지의 무단 사용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제하고 있지만 시장 질서 중심의 행위규제에 그친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개인의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 신설에 의한 사적 권리 보호와는 구별된다"며 사후 권리 보호에도 한계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국회엔 박수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1월 발의한 '퍼블리시티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생애 및 사후 퍼블리시티권 신설, 디지털 모사물 생성·배포 시 명시적 표시 의무,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을 담고 있다. 김지현 법률자료조사관은 "디지털 모사물 계약 조항의 보호 대상이 유명인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인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입법 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