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통신 주권 쥐려면 저궤도 위성 경쟁력 필요"
스페이스X, 원웹,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6G 시대를 바라보고 저궤도 위성 통신 시장을 선점하는 가운데, 한국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연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방송관리과 과장은 14일 오전 국회 '차세대 통신, 통신용 저궤도 위성을 중심으로' 전문가 간담회에서 "(한국 우주 사업의) 70% 이상은 발사체와 관측 임무 위성 투자여서 저궤도 위성 연구개발, 시장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저궤도 위성 통신은 6G 경쟁력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이스X는 저궤도 위성 3천400기를 올려 북미·유럽 등 4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 원웹은 428기를 발사해 알래스카·캐나다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저궤도 위성 발사 허가를 받았다. 한국은 한화시스템 등 일부 기업이 저궤도 위성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만들지만, 저궤도 위성 발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에서 두번 탈락했다. 이에 관해 김 과장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계속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6G 시대엔 위성과 지상망을 뗄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이 기술 개발을 통해 이동통신 강국 명성을 이어가길 바란다"며 "우리 기업도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고, 장비와 부품을 납품하는 등 우수한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6G는 2030년대에 상용화할 전망이다. 차세대 통신 환경에서는 공중, 바다, 사막 등 지구 전 지역이 연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지연 시간이 짧고, 부품이 비교적 저렴하며, 지상망이 닿지 못하는 부분까지 연결하는 저궤도 위성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위성 통신은 지구 중심에서 약 3만6천km 거리에 있는 정지궤도 위성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지궤도 위성은 세 개만으로 전 지구를 커버할 수 있고, 수명이 약 15~20년으로 길다. 300~1천500km에 있는 저궤도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에 비해 커버리지가 좁은 대신 지연 시간이 짧다. 김 과장은 저궤도 위성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해 "아직 전 세계 인구의 40%는 인터넷 접속이 어렵고,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사업이 상용화하면 지상망을 보완하는 저궤도 위성 통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궤도 위성 통신 기반 서비스 키워야 수출길 넓어진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우주개발 시장에서 발사체 뿐만 아니라 운용 서비스 부문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경일 KT SAT 기술총괄은 "전 세계 우주개발 시장 규모 500조원 중 위성 발사체는 약 40%만 차지한다"며 가상현실(VR), 홀로그램 등 위성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통신망과 엣지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융합한 초저지연 실시간 통합 서비스를 만드는 업스트리밍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 총괄은 차세대 위성통신 연구개발과 차세대 통신 인프라 운용 서비스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총괄은 "해외 우수 기업 제품을 사오더라도 빠르게 위성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서비스 시장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며 "하드웨어를 아무리 잘 해도 결국 서비스가 받쳐주지 못하면 수출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총괄은 저궤도 위성 보완재로 2만km 거리로 발사하는 중궤도 위성을 제시했다. 이어 "중궤도는 우주 잔여물과 충돌 위험이 적고, 많은 국가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전이라 블루오션일 것"이라며 "이미 미국, 중국, 러시아는 저궤도 위성을 요격하는 시스템을 갖춰 전시에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김동욱 SK텔레콤 인프라기술팀장은 "위성망이 기존 지상망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며 2030년 즈음 지상망과 위성망을 통합한 서비스 제공 계획을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위성 브로드밴드를 이용해 자연재해 등 응급 상황과 지상망이 잠시 고장났을 때 위성 통신을 이용하는 로드맵을 고려 중이다. SK텔링크는 저궤도 위성 활용 사업을 준비 중이다. 황승택 SK텔링크 위성사업개발팀장은 "저궤도 위성은 공공 주도에서 민간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멀티오빗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과 스페이스X의 협력 사례처럼 저궤도 위성 사업자와 제휴를 검토 중" 이라고 부연했다. 한화시스템은 원웹 대주주로 저궤도 위성 사업을 하고 있다. 권태훈 위성사업팀 부장은 "저궤도 위성의 두뇌에 해당하는 장비 등 탑재체 부품을 공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링크, 한국 이통사·부품 제조사와 협력 기대 스페이스X는 국내에서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저궤도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이용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사론 장 스타링크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매니저는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자연재해 영향을 받는 지역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에서 한국 사업 허가를 받으려고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국내 서비스 방식과 시작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장 매니저는 "한국 이동통신사, 위성통신 부품 제조 기업들과 협업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