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뛰면 기분 좋아지는 이유가?...몸과 마음 잇는 뇌 속 연결 고리 찾았다
우울할 때 밖에 나가 힘껏 달리기를 하고 오면 기분이 나아지곤 한다. 꾸준히 운동을 했더니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어 업무 성과나 대인 관계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소화계나 순환계 장기를 관장하는 신경망을 자극하면 우울증이 완화되기도 한다. 몸과 마음의 상태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은 널리 퍼져 있지만, 이를 명확히 설명할 과학적 연구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뇌에서 움직임과 마음을 각각 담당하는 부분이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임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학 의대 연구진은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 전두엽의 운동피질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이 부분은 뇌에서 신체 각 부분의 구체적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분은 물론, 생각이나 계획, 신체의 기본적 생리 활동 등을 관장하는 부분과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호문쿨루스 구조가 전부 아니었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7명에게 휴식을 취하거나 윙크를 하고 무릎을 구부리는 등의 과제를 하게 하며 뇌 활동을 fMRI로 촬영했다. 또 이들 자료를 미국과 영국의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5만명의 fMRI 자료와 비교해 검증했다. 그 결과는 신경과학계에 널리 알려진 이른바 '호문쿨루스' 구조와는 차이를 보였다. 호문쿨루스는 1930년대 미국 신경외과의사 윌더 펜필드가 뇌 운동피질에서 팔, 다리, 얼굴 등 신체 각 부분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분을 분류해 지도처럼 그린 것을 말한다. 전두엽 운동피질에는 호문쿨루스 구조와 같이 팔과 다리, 얼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신체 움직임과는 별 관련 없어 보이는 부분도 운동피질 안에 있었다. 이들 조직은 더 얇은 형태를 띠고 있으며, 움직임을 제어하는 일반적인 호문쿨루스 부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이 부분은 뇌에서 혈압이나 심장 박동 등 생리 활동 조정을 조정하고, 자극이나 고통을 담당하며, 생각이나 계획을 세우는 부분과도 강하게 연결돼 있었다. 또 이 부분은 신체 부분이 실제 움직일 때에는 자극을 받지 않았으나, 피험자가 팔과 다리의 조응이나 눈썹 찡그리기 등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자 자극을 받아 활성화됐다. 연구진은 새롭게 발견한 이 부분에 '신체-의식 활동 네트워크(SCAN, Somato-Cognitive Action Network)라는 이름을 붙였다. 움직임과 생각, 생리 활동 밀접하게 연결 갓 태어난 아기와 1살, 9살 어린이의 뇌 사진을 찍어본 결과, 신생아는 뇌에 이 부분이 형성되지 않았으나 1살 아이의 뇌에는 뚜렷이 나타났다. 9살 어린이의 뇌에선 이 부분이 성인 수준으로 발달해 있었다. 반면 원숭이는 뇌에 비슷한 부분이 있었으나, 크기가 작고 사람만큼 정교하게 발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동피질이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특정 신체 부위의 정교한 움직임을 담당하는 부분과, 행동의 목적을 따지거나 신체 생리적 조정을 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통합적 시스템 등 2개 부분으로 구성됐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에반 고든 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움직임과 생리 활동의 통합은 처음엔, 이를테면 앉아 있다 일어설 때 의식을 잃는 일 등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목적으로 단순하게 시작했을 것"이라며 "사람이 보다 복잡한 생각과 계획을 하게 됨에 따라 이같은 시스템도 복잡한 인식을 담당하는 부분과 연결이 확대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