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 산재보험료 늘고, 휴업급여 줄었다"
“최근 고용보험에 가입한 라이더 400명을 대상으로 실업급여 수급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한 명도 받지 못했다더라. 실업급여를 줄 테니, 1년만 같이 일하자는 악덕 배달업체도 있다. 산재보험 개정안 역시 플랫폼 업계 노동환경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정부 고용·사회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비용 부담만 짊어지고 있다며 30일 이같이 말했다. 플랫폼 산업 위상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정부에서 업계 근로 환경을 고려해 합리적인 보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배달·대리운전, 웹툰 등 플랫폼 업계 노동자들로 구성된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용·사회보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해 초 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대상은 1개월 이상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월수입 80만원 이상 노동자다. 월보수 80만원 미만이거나, 65세 이상 노무제공자는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65세 이전부터 피보험자격을 유지한 사람에겐 보험이 적용된다. 고용보험 의무화로 실직 후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보험료는 월보수로 책정하며, 노동자와 사업자가 0.8%씩 부담한다. 여기서 월보수는 소득세법상 사업·기타소득에서 비과세소득과 필요경비를 뺀 금액이다. 경비인정률은 27.4%다. 배달의민족(배민) 소속 라이더 월보수가 200만원이면, 배민과 라이더가 1만6천원씩 보험료를 내는 식이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서 부분실업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업계 특성상 노동자들은 여러 플랫폼과 계약을 체결하는데, 완전 실업 상태여야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는 것. 또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노무제공계약 종료확인서(이직확인서)나 이에 준하는 문서를 받아야 한다고 노동자들은 말했다. 수급 적법 사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계약 종료 사유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 산재 휴업급여 문제도 지적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면서, 지난달부터 산재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전속성은 '한 사업장에서 노무를 상시 제공한다'는 의미인데, 복수 플랫폼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하는 라이더나 대리기사 등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다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가입으로 이전보다 보험료가 늘어난 데 반해 휴업급여는 줄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속성 폐지 전 법정 최저임금에 따라 휴업급여 하한선이 정해졌지만, 현재 월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돼 결과적으로 비용이 늘고 급여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가령 월소득이 400만원인 배달 라이더는 고용노동부가 공시한 경비율 27.4% 외 실소득으로 290만4천원을 수령한다. 이때 산재 시 받게 되는 휴업급여는 실소득 70%로 산정돼 월 203만2천800원이 된다. 법정 최저임금이 적용된 올 상반기까지 201만원 이상 휴업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소득이 낮아지면, 휴업급여는 외려 감소하는 구조다. 산재보험법상 실소득 1.8% 절반을 노동자가 부담하는데, 위 기준으로 보험료는 2만6천136원이다. 그간 소득과 무관하게 최저임금 기준 산재보험료 1만4천400원을 냈는데, 현행법상 보험료는 2배 가까이 늘고 휴업급여는 비슷하거나 덜 받게 된 격이다. 이밖에도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고용·산재보험 가입 진입장벽이 높고, 사회보험 행정 통계상 이들이 배제된 점 등을 문제시했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제도 개선을 미룬다면, 결국 막대한 보험료 징수에만 관심 있을 뿐, 사회적 보호와 혜택에는 관심이 없는 국가 주도 보험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