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 70만명 유치한다면서 의료사고는 알아서 대응?
정부가 외국인환자 70만 명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사고 관리대책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1월 홍콩의 재벌 3세로 알려진 보니 에비타 로씨는 강남 소재 의원에서 성형수술을 받다 사망했다. 고인은 수술 도중에 산소공급에 문제가 생겨 대학병원 이송 한 시간 만에 숨졌다. 유족은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수사 결과 의료과실이 인정됐다. 로씨가 홍콩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었던 인물인 만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 주력 언론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의료중재원에 의료분쟁 관련 상담을 받은 외국인 환자 수는 ▲2018년 138명 ▲2019년 146명 ▲2020년 113명 ▲2021년 127명 ▲2022년 113명 등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의료사고로 4명의 외국인환자 사망 사례가 있었다. 관련해 작년 외국인 환자 조정・중재 처리 건수는 총 32건이었다. 그렇지만 로씨 사례처럼 소송을 하거나 병원-환자간 합의 등의 사례까지 더하면 의료사고에 따른 분쟁 사례는 이보다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환자의 의료사고 관리 방안의 미비는 인프라 부족과 현행 의료법 등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이 깊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30일 '아시아 의료관광 중심국가로 도약'을 목표로 외국인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외국인환자의 의료 관련 민원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보산진)이 운영하는 '메디컬코리아 지원센터'를 비롯해 지자체, 한국소비자원, 법무부 등을 통해 접수된다. 특히 인천공항과 서울에 각각 위치한 '메디컬코리아 지원센터'의 경우, 복지부가 이곳들을 외국인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에 포함시키며 의료사고 발생 시 최초 민원 창구로 소개하며 그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취재 결과, 실상은 단순 전화 상담 업무에 불과하며 보산진이 고용한 외부 용역업체 6명이 해당 업무를 맡고 있었다. 파견직에 역할을 전담시키는 것은 대응책으로써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복지부 보건산업해외진출과 관계자는 “(보산진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은) 전문적이지 않다”며 “(의료분쟁 발생 시) 의료중재원을 안내하는 역할일 뿐이다”고 인정했다. 의료사고와 관련해 외국인환자들의 메디컬코리아 지원센터 이용률도 미미했다. 보산진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메디컬코리아 지원센터에서의) 의료분쟁 상담은 거의 없다”고 밝혔으며, 서울 지원센터의 경우, 작년 14건에 불과한 단순 의료 민원 상담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외국인환자의 수는 24만8천110명이다. 또한 외국인환자 유치는 '의료해외진출및외국인환자유치지원에관한법률'에 적용을, 의료분쟁은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도 법률간 충돌의 여지가 존재한다. 즉,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합의·조정·중재 및 의료소송 등 피해당사자의 문제제기에 따른 의료분쟁 절차가 시작된다. 이는 국내·외 환자 모두 동일하다. 다시 말해 국내 소재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받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면, 말이 통하지 않고 우리 의료 및 사법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어도 소위 '특별대우'를 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국내 환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 앞선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분쟁) 사후처리에 대한 예외를 둘 수는 없다”면서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사람은 국내 의료법이 적용되며 이 과정에서 국내 및 외국인환자에 대한 구분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중재원을 통한 의료분쟁 해결 과정에 걸리는 시일이 길다는 점, 외국인환자들이 관광비자 등의 문제로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의료분쟁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과연 고려됐는지는지 미지수다. 돈벌이 수단으로써 외국인환자 유치에 급급해 환자 관리 방안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해 박민수 제2차관은 “외국인환자 유치는 관광 등 다른 분야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라고 말했다. 보산진도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외국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