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결의 인디픽] 외계인 납치작전 "피그로맨스, 잔혹동화 매력 담았다"
인디게임이 글로벌 게임산업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 가운데 독창성과 참신함을 매력으로 게임 이용자를 사로잡은 작품도 속속 늘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업계에도 인디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한국 인디게임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20년 각종 게임쇼를 통해 공개된 '피그로맨스'는 귀여운 디자인과 상반되는 잔혹동화 풍의 스토리로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피그로맨스는 소시지가 될 운명의 돼지들이 갑작스럽게 축사를 탈출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게임은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지스타, 플레이엑스포 등에 참석해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그라비티와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4일 양재에 위치한 외계인 납치작전 사무실에서 최용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용찬 대표는 "피그로맨스는 지식재산권(IP)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작품"이라며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찬 대표는 디자인 분야 베테랑으로 일러스트, 그래피티, 애니메이션 제작 등 다양한 활동으로 실력을 쌓았다. 그는 그림책과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중 여러 사람과 협업하면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용찬 대표는 "사실 피그로맨스는 원래 동화책으로 먼저 출판하려고 만든 작품이다. 그런데 여기에 인터렉티브 상호작용이 들어가면 재미도 생기고, 스토리텔링도 더 풍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외계인납치작전이라는 눈에 띄는 사명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출발했다. 게임 개발에 연이 없던 최용찬 대표는 피그로맨스 스토리를 섬세하게 게임에 구현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필요했다. 흔히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외계인으로 비유하는데, 이러한 인재를 납치라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담아 회사 이름을 외계인 납치작전으로 설정한 것이다. 피그로맨스는 동화 기반의 스토리텔링이 중심인 게임이다. 통상적으로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피그로맨스는 사회풍자와 잔혹성이 내재된 어른을 위한 동화다. 최용찬 대표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돼지에게 현대인들의 모습을 투영했다"며 "낮은 울타리조차 넘지 않은 돼지들의 모습이 현실에 안주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소시지를 위해 키워진 돼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탈출한다는 잔혹한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게임 그래픽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편이다. 다만 이러한 괴리감에서 오는 기묘한 불쾌함이 게임 플레이에 긴장감을 더한다. 최용찬 대표는 "이번 작품을 개발하면서 특히 디자인에 많이 신경을 썼다. 특히 모든 디자인에 함축의 미를 담으려고 했는데, 동그라미·세모·네모 등 기본 도형만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그로맨스는 다양한 장애물을 넘어 탈출해야 하는 2D 횡스크롤 퍼즐 장르를 채택했다. 모든 장르가 그렇겠지만, 퍼즐 장르는 난이도 조절이 매우 중요한 편이다. 적당한 난이도 조절이 필수다. 실제로 최용찬 대표도 "난이도 조절이 가장 어려웠다. 조작감과 사운드, 그리고 컨트롤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르게 버무리려고 노력했다"며 "특히 퍼즐 기믹은 반복을 피하려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맵 구성 역시 실제 소시지 공장의 분위기를 구현하려 했다"며 "특히 맵 구성 곳곳에서도 게임 스토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피그로맨스는 현재 스팀에서 얼리엑세스(미리해보기)로 플레이할 수 있다. 설명에 따르면 현재 스팀 버전은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태고, 닌텐도 스위치 포팅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또한 최근 그라비티와의 퍼블리싱 계약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최용찬 대표는 "그라비티의 양질의 유통 인프라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외계인 납치작전은 피그로맨스를 3부작으로 계획 중이다. 올해 1편이 마무리되는대로 곧바로 후속작 개발에 착수한다. 최용찬 대표는 "탄탄한 피그로맨스 IP를 바탕으로 OSMU 전략을 사용할 방침"이라며 "기본적으로는 게임이 주가 되고, 동화책과 굿즈 등 다양한 상품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용찬 대표는 "우리는 피그로맨스 하나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IP가 탄탄하게 성장해서 많은 이용자들이 재밌게 즐겼으면 하고, 나중에는 디즈니와 같이 명품 IP를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