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실패했던 차세대 3DXP 낸드, 재기 성공할까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낸드의 일종인 '3DXP'에 주목하면서 재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DXP는 낸드의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D램의 강점까지 갖고 있는 기술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술 및 비용 문제로 상용화에 한 차례 실패한 전력이 있는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3DXP의 상용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관점에서 3DXP 기술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공식 뉴스룸을 통해 최신 '3DXP' 낸드플래시 제조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3DXP는 3D 크로스포인트(Xpoint)의 준말로, 차세대 낸드로 주목받아 온 기술이다. 낸드의 비휘발성과 D램의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동시에 갖춘 것이 특징이다. 비휘발성이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성질을 뜻한다. 3DXP 낸드는 비휘발성이면서도 D램보다 소자 밀도가 10배 높다. 데이터 처리 속도 역시 낸드보다 1천배 이상 빠르다. 수명 역시 1천 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 3DXP 낸드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 2015년 마이크론과 협업을 통해 개발한 3DXP 기술을 첫 공개하고 '옵테인(Optane) 메모리'란 이름을 붙였다. 인텔은 이후 옵테인 메모리와 옵테인 메모리 기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연이어 상용화하면서 관련 사업을 키워 왔다. 그러나 인텔은 지난해 7월 옵테인 사업에서 철수했다. 낸드·D램의 강점을 모두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옵테인 메모리는 낸드에 비해서 가격이 크게 비쌌으며, D램의 성능을 완전히 따라잡지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이 사업 철수 직전 추산한 옵테인 사업부의 누적 영업손실은 5억5천900만 달러에 달한다. 인텔의 사업 철수를 계기로 3DXP에 대한 시장 전망은 더 어두워졌으나, 기술 개발에 대한 반도체 업계의 열의는 여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중순 열린 '2023 VLSI 심포지엄' 행사에서 20나노미터(nm) 공정을 적용한 '4-Deck(데크) 3DXP' 테스트 칩 개발 성과를 시연했다. 4-데크는 전체 낸드 제품을 총 4개의 층으로 나눠 쌓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128Gb(기가비트)의 2-데크 3DXP를 개발한 데 이어, 이번엔 4-데크 3DXP로 256Gb 용량 구현에 성공했다. 읽기 지연시간은 100ns(나노세컨드; 10억분의 1초)로, 40~50µs(마이크로세컨드; 100만분의 1초)인 낸드 지연 시간을 크게 개선시켰다. 또한 SK하이닉스는 3DXP 제조 관련 기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자체 식각·세정·증착 기술 등을 포함한 신규 공정 통합 방식, 전기적 특성 향상을 위한 신규 저저항 도체 소재 등을 개발해냈다. 이재연 SK하이닉스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SK하이닉스는 3DXP 메모리 솔루션 개발에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며 "3DXP에 더 미세한 공정을 적용하기 위한 차세대 솔루션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낸드 사업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할 당시 옵테인 사업부는 제외하기로 하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3DXP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SK하이닉스 역시 동일한 관점에서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