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컴공과 출신이 식당 사업에 올인한 사연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서울대 컴공과 출신이 식당 사업에 올인한 사연 정한석 올투딜리셔스 대표는 '식음료 자영업에 나서려는 사람에게 해줄 조언이 있느냐'는 질문에 즉각적으로 “사업을 하지 마시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만큼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제 경험으로는 목숨을 걸어도 성공할까말까 하는 게 식음료 자영업인데 대부분 고생할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요.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이미 실패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셈이에요. 식음료 자영업은 규모는 작더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8방 미인이 돼야 하는데, 8방 미인이 되려면 죽을 고생을 거쳐야만 하거든요. 이 과정을 기꺼이 감수하지 않을 바에는 애초 사업을 안 하는 것이 더 낫지요.” 정 대표는 정답도 없고 정글과도 같은 식음료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트렌드 세터(Trend Setter)가 되고자 한다. ■“요리에 소질이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어요” 정한석 대표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병역특례로 네이버에 입사했다. 4년간 병역특례로 복무한 뒤에는 졸업을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졸업한 뒤에는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 대표의 진로는 대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맥을 같이 했다고 할 수 있다. 진로에 변경이 생긴 것은 창업을 결심하면서부터다. “저는 동기부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무언가에 도전하고 그것을 극복하려 할 때 즐겁거든요. 직장인으로 살 때는 제가 몰입해야 할 동기가 약하더라구요. 자연스레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우연찮게 식음료 분야 컨설팅 회사를 만들었어요. 식음료 분야를 잘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쪽 전문가들과 팀을 꾸렸지요. 이 분야를 택한 건 컨설팅 쪽에서 일종의 틈새시장이었기 때문이었죠.” 식음료 기업을 컨설팅하다 보니 저절로 음식과 요리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맛을 느끼는 자신의 미각과 후각이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만들어진 음식의 맛을 느끼고 더 맛있게 하기 위해 요리를 개발하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자신의 소질을 새롭게 발견한 거다. ■“비딩에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지만......” 처음 시작한 일이었지만 식음료 기업을 상대로 한 컨설팅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사업기간 동안 10여 차례가 넘는 비딩(bidding.응찰)에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컨설팅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다른 이면도 내포하고 있었다. 10여 년 전인 그 때만해도 그 분야가 낙후됐었다는 뜻이다. “컨설팅 능력을 인정받는 만큼 사업을 수주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지적재산이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데 절망했지요. 사업기간을 임의로 연장시키는 등 컨설팅 결과물에 대한 제값받기가 쉽지 않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지요.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풍토가 아니라고 판단을 해야만 했어요.” 컨설팅 사업은 결국 접게 됐지만 당시 쌓은 노하우는 새 길을 열어줬다. 식음료 사업에 직접 나설 수 있는 자산을 마련하게 된 거다. ■'도제'라는 이름의 덮밥 전문점을 창업하다 컨설팅 사업을 접고 '도제'라는 이름의 덮밥 전문점을 창업한 건 2014년이었다. 식음료 분야의 잘 나가는 컨설팅 기업이었고 음식과 요리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된 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처음에 3개 매장으로 출발했어요. 그런데 손님이 없었어요. 이론이 무색해졌죠. 매장을 유지하기 버거웠어요. 매장 2개를 정리하고 하나 남은 매장에서 제가 직접 매니저로 뛰어야 했어요. 새벽 3시에 일어나 밤늦게 퇴근하며 근본 문제를 살펴봤어요. 답은 결국 '손님'이더군요. 모든 것을 손님의 입장에서 손님이 알아줄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기본에 충실한다는 것은 결국 손님 입장이 되는 것이었죠.” 고생이 헛되지는 않았다. 점차 입소문이 나고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그 이후 2년 동안 '도제'는 판교의 맛집이 되어갔다. 하루 100만원 매상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은 사라지고 최고 570만원을 찍는 맛집이 됐다. 30평 규모의 매장에서는 적잖은 기록이다. 한 덮밥은 1년에 12만 그릇을 판매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입소문이 나자 백화점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2017년이었다. 백화점에서도 경쟁력은 발휘됐다. 백화점과 협력해 유부초밥을 새롭게 내놓았다. 유부초밥은 덮밥을 능가했다. 지금은 1초에 1개가 팔릴 만큼 히트상품이 됐다. 이때부터 2년간 매월 한두 개씩 매장을 늘려갔다. 지금은 3대 백화점에 오픈된 매장이 30여개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다 정 대표에게 매장 3곳을 오픈했던 창업 초기에 이어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20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몰아쳤던 시기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초기에는 몸으로 뛰면 막을 수 있는 위기였지만 이미 많은 투자가 진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때와 다른 새로운 해법이 나와야 했지요. 방법은 온라인 비대면에 대응하는 것 뿐이었죠. 다행히 우리가 준비한 새로운 아이템이 있었어요. 식빵이지요. 결과가 나쁘지 않았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죠. 지금은 한 달에 15만~20만 개가 팔려요. 식빵으로만 연간 매출이 100억원이 됐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뒤에는 사업을 더 다각화하고 있다. '유부빚는마을'이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친환경 농산물 유통을 통해 가치 있는 소비를 제안하고자 못난이농산물 직거래 플랫폼인 '예스어스'도 오픈했다. 매출도 지난해 290억 원에서 올해 380억 원(예상치)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래 지향적 식음료 기업 이정표 만들고 싶어” 덮밥 전문점 '도제'를 오픈할 때부터 정 대표는 직원들에게 '가게'라는 말보다는 '매장'을, 또 '장사'라는 말보다는 '영업'이란 말을 쓰도록 했다. 덮밥 전문점 한 곳으로 시작하지만 그 목표는 '식음료(F&B) 분야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우리가 가는 길은 푸드 테크(Food Tech)이죠. 다만 기술을 기반으로 F&B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먼저 식당 현장을 박박 기어서 현업 노하우를 탄탄히 한 뒤 거기에 기술을 더한다는 점이 다른 푸드 테크 기업과 차이점일 수 있어요. 현장을 다지는 데 10년이 걸렸고 기술도 본격적으로 접목시켜 나가고 있는 중이지요.” 기술 접목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독자적인 플랫폼개발실을 구축해 상품 개발 과정부터 판매까지 사업 전반을 분석할 수 있는 사내 시스템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또 식빵 사업을 하면서 온라인에 진출했지만 '예스어스' 같은 자체 플랫폼을 키워가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로봇틱스 도입을 위해 전문업체와 긴밀하게 이야기하고 있죠.” 신기한 일이다. 컴퓨터공학이란 전공을 떠나 10년 이상 식음료 사업에 미친 듯 몰입하다보니 과거 전공 또한 더 쓸 모가 있어졌다. 정 대표는, 20대는 테크에, 30대는 푸드에 몰입한 독특한 이력의 푸드 테크 기업 창업자인 거다. 덧붙이는 말씀: 정한석 올투딜리셔스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커피 생두 유통 플랫폼인 C2C플랫폼의 서명석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