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올라케어 "건강하고픈 동기부여 주고파…'소셜 헬스케어' 될 것"
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국내·외 디지털헬스산업의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하필이면 전날 카카오헬스케어가 혈당 관리앱을 론칭했다. 앞서 여러 건강관리앱이 있지만 카카오에게 이들은 그리 큰 위협이 아니다. 카카오는 자사의 돈과 기술, 네트워크가 시장을 주도하리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카카오 등 대기업의 '참전'이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공룡이 시장의 규모를 키우리란 기대감과 함께 시장 독점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김성현(47) 블루앤트 대표는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현재처럼 디지털헬스 분야 민간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해야 규모가 확장되고 사업 성숙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2일 서울 강남의 '올라케어' 운영사인 블루앤트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그는 LG전자에서 십년간 재직하며 해외 및 온라인 유통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익혔다. 이후 삼성 SDS에서 수석컨설턴트, HwBC와 메디센서를 거쳐 지난 2019년 블루앤트를 창업했다. 설립 6년차에 작년 매출은 20억 원 남짓에 50여명이 일하는 디지털헬스 스타트업. 그들의 생존과 관련 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김 대표는 작금을 의료서비스 무게축이 이동하는 시기라고 보고 있었다. 의료기관과 의사 등 공급자 중심에서 환자 등 의료소비자의 능동적인 의사결정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김 대표는 “유저(사용자)의 니즈를 아는 것과 그들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하느냐가 핵심”이라면서 “올라케어를 '소셜 헬스케어 서비스(Social Healthcare Service)'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바람은 블루앤트가 보유한 플랫폼들을 잘 연결하면 가능할지 모른다. 블루앤트가 운영하는 서비스들은 건강관리앱 '올라케어', 의사회원 플랫폼 '닥플', 병·의원 진료비 청구 전 사전 점검 솔루션 'Rx플러스' 등 세 개가 있다. 한국형 'M3' 추구 Q. 대기업에 잘 다니다 왜 창업을 결정했죠? “십 년 전쯤 이커머스 부상에 따른 유통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6개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분석하면서 앞으로 제조업은 경쟁력이 없다고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었습니다. 핵심은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인데, 이를 위한 서비스와 솔루션 산업을 해보아야겠다 싶어 회사를 옮겨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지만 상상하던 것과는 달랐어요.” 김 대표는 이후 체외진단기업에서 사업총괄 사장을 맡으면서도 진단 분야가 원가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좋은 원가에 싸게 공급하면 알아서 사줄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했던 것이다. “헬스케어 분야에 오래 몸담을수록 병원 공급 관점으로 산업을 이해하려는 하더군요. 토스나 당근처럼 고객을 가장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창업 후 인력 채용 과정에서도 사용자 이해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Q. 창업 이후 의사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랬죠(웃음). 제 출신은 언제나 사업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헬스 분야는 소비자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의료서비스는 신뢰 기반의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가 능동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단계로 이동 중이죠. 때문에 유저(이용자)를 아는 것과 그들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여전히 의료계에서 의사들의 위상은 높지만, 1차 의료기관만 봐도 의사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환자이더라고요.” Q. 그렇다면 주요 서비스 타깃도 유저? “네, 현재 아픈 사람보다 건강한 사람이 건강을 오래 유지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거죠.” Q. 카카오헬스케어도 혈당관리앱을 출시했는데, 대기업이 디지털헬스 시장을 좌지우지 할까봐 불안하진 않나요? “우리나라 디지털헬스 산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기존 파이프라인에서 더 큰 고객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산업이 안정화될 수 있죠. 디지털헬스 시장이 지금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당장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면, 플랫폼 서비스로는 승산이 높지 않습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지털헬스산업의 총 매출 규모는 5조7천206억 원이었다. 사업별 매출 분포를 보면 '의료용 기기'가 34.4%로 1등이었고, '디지털 의료 및 건강관리 지원 시스템/인프라'는 27.6%로 뒤를 이었다. 특히 비대면진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의 경우, 14.4%로 네번째의 매출 비중을 기록했다. 해당 사업의 경우 해외 수출과 수입 모두 0%를 기록, 아직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Q. 블루앤트는 국내 디지털헬스산업에서 어떤 위치에 있나요? “걸음마 단계입니다. 사실 디지털헬스 산업 자체가 극 초기이기도 하고요. 기업별 상대평가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고객의 폭발적 사용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제도가 확정되지 않았어요. 헬스케어 분야는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속도를 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B2C 플랫폼으로써 이용자 및 의사 풀을 늘리고, 데이터 확보 등 미래 준비에 집중하고 있어요.” Q. 그렇지만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한눈에 경쟁력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죠. “비대면 진료 서비스 선두 기업들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에 진출했을 때 힘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비즈니스 모델도 부재하고요. 블루앤트의 경쟁력은 폭넓은 이용자와 의사 풀, 축적한 데이터입니다. 일본의 종합의료서비스 플랫폼인 'M3'의 모델처럼 닥플도 의사커뮤니티에서 시작해 의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그렇지만 의사 회원 커뮤니티는 닥플 많고도 여러 곳이 있지 않나요? “닥플을 인수한 이후 4년 동안 별도의 홍보 활동을 안했지만 의사 이용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닥플의 독특한 여론 형성 기능 등은 타 커뮤니티보다 월등하다고 자부합니다.” Q. 결국 보유한 여러 플랫폼을 연동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으로 들립니다. “플랫폼간 연동과 협업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올라케어 사용자가 닥플 의사를 부르고, 다시 지불 능력이 있는 제약사가 의사를 찾아 닥플에 유입되는 모델 등이 대표적일 겁니다.” 올라케어에는 ▲비대면 진료 ▲루틴케어 ▲올라케어몰 ▲심리케어 ▲커뮤니티 기능이 탑재돼 있다. 특히 2022년 11월 론칭한 심리케어 서비스의 경우, 임상심리 상담사를 정직원으로 고용하는 등 공을 들인 서비스다. 서비스 이용자는 '고민 게시판'과 '성향테스트' 등을 통해 스스로 진단을 하게 된다. 좀 더 심화된 서비스는 ▲심리검사·검증 과정 ▲심리 검사·해석 상담 ▲지속 상담 케어 ▲전문치료 제안 등으로 구성됐다. Q. 심리서비스를 론칭한 배경이 궁금한데요. “심리검사를 자기 주도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우린 이것을 '마음득근'이라고 부르는데요. 심리도 트레이닝 하면 근육이 생긴다는 뜻이죠. 전문가 개입하면 좀더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하지만 비용 부담이 있고, 항상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누구나 심리 검사를 실시해서 본인의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Q. 반응은 어땠나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2기에 걸쳐 심리상담 서비스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참가자가 직접 공인 심리 검사지로 검사를 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독했죠. 이후 사전에 심리상담사가 짜놓은 극복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참가자에게 제공하는 겁니다. 그 노력과 트레이닝 후 극복 결과를 오픈채팅방에서 서로 인증하게 했습니다. 초기 심리 상담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계기였죠.” '소셜 헬스케어' '5억 명의 온라인 친구,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의 한국판 포스터에 들어간 문구다. 영화는 하버드 재학생 대상의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전 세계 5억여 명이 애용하는 현재의 페이스북이 되었는지를 그렸다. 페이스북과의 비교는 규모면에서 차이는 상당하지만 올라케어가 론칭 이후 만들어 온 실적을 고려하면 '소셜 헬스케어'로의 변모가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올라케어는 2022년 기준 구글플레이 전체 인기 앱 1위와 앱 이용 누적 500여만건, 같은 해 비대면 진료와 약배송 서비스앱 중 최단기간 100만 다운로드, 누적 앱 다운로드 건수 160여만 회의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루틴 서비스를 런칭한 이후에는 의료 차트 구글 플레이 1위와 앱스토어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블루앤트는 5만3천여 명의 의사(80%는 개원의로 추정) 회원제로 운영되는 폐쇄적인 플랫폼 '닥플'도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사람들이 건강해지도록 하느냐는 질문의 답은 '나도 건강해지고 싶다'는 동기부여로 가능합니다. 올라케어를 이용하는 건강한 사람 80%를 보고 나머지 고위험군 20%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길 바랍니다. 행동의 변화를 만드는 것은 사람간 소통이라야 가능하죠. 결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이 돼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올라케어는 소셜 헬스케어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