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 10명 중 6명 "투자 유치 난항"…스타트업 생태계 '먹구름'
창업가들은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를 100점 만점에 40점대로 평가했다. 창업가 대부분 투자 시장 위축을 체감하고 있으며, 10명 중 6명이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는 서울 강남에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3' 간담회를 열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인식과 현실을 파악하고자 9월 5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오픈서베이와 리멤버(창업가)를 통해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창업가 200명, 대기업·스타트업 재직자 500명, 취업준비생 200명이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창업가들은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를 46.5점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대비 7.2점 감소한 수치다. 창업가 76.5%는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전년 대비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느꼈다. 벤처캐피탈(VC)의 미온적 투자·지원(58.8%)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창업가 9%는 사회적 인식 전환(55.6%)에 따라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창업가는 투자 유치 시 기업가치 산정(38.0%)에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창업 연차, 투자 유치 단계와 관계없이 전 창업자가 모두 기업가치 책정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창업가 10명 중 8명은 지난해 대비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체감했다. 63.0%는 실제로 올해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스타트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을 묻는 질문에 창업자들은 네이버(25.5%)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카카오(20.5%), 삼성(10.5%)이 뒤를 이었다. 입주·활용하고 싶은 창업지원센터로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21.5%)가 가장 많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서울창업허브(9.5%), 아산나눔재단 마루180(7.5%)이 순위권에 들었다. 가장 선호하는 액셀러레이터는 프라이머(9.5%)다. 이어 퓨처플레이(8.5%)와 스파크랩(8.5%), 더벤처스(5.5%), 소풍벤처스·매쉬업엔젤스(5.0%)가 이름을 올렸다. VC의 경우 알토스벤처스가 16.0%로 1위를 차지했다. KB인베스트먼트(8.0%), 소프트뱅크벤처스(7.5%), 미래에셋벤처투자(4.5%), 한국투자파트너스·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4.0%)가 뒤를 이었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에서는 카카오벤처스(15.5%)가 1위로 뽑혔다. 2위는 네이버D2SF(10.0%)다. 창업가 22.5%는 현재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며, 48.5%는 해외 진출을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동남아시아(56.5%), 북미권(51.9%), 일본(39.0%), 유럽(31.8%) 순으로 이 지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스타트업 재직자 중 창업을 희망하는 응답자는 '이커머스·유통(17.8%)' '소프트웨어·솔루션(11.6%)' 분야를 염두에 뒀다. 이직하고 싶은 스타트업 업종으로는 '소프트웨어·솔루션'이나 '딥테크', '핀테크' 업종들이 주목을 받았다. 같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응답자 44.3%는 '소프트웨어·솔루션'으로 이직하겠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대기업 재직자는 핀테크(27.7%)와 딥테크(23.4%), 소프트웨어·솔루션(21.3%) 순으로 선호도를 보였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는 토스가 뽑혔다. 이어 당근과 배달의민족(배민), 야놀자가 빠르게 성장세를 시현하는 스타트업으로 인식됐다. 일하는 방식을 알고 싶은 스타트업 역시, 세 개 기업이 동일하게 순위에 올랐다. 스타트업 근무자 10명 중 4명은 회사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자율·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낮은 재정적 보상과 불안정한 조직 비전을 이유로 불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트렌드 리포트 발표에 이어, 이기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를 좌장으로 패널 토론이 열렸다. 일본 VC 글로벌브레인의 이경훈 파트너는 “최근 업계 목소리를 들어보면, 수익성에 대한 압박과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스타트업 지속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전보다 견고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과거 바이오, 신약에 한정된 기술특례 상장 분야가 로봇과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영역으로 확대하며 스타트업의 본질적인 가치는 제고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머무는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도약하기엔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생태계 내 진짜 창조자들의 도전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직장인의 스타트업 이직을 놓고, 류 대표는 “전문성을 갖춘 훌륭한 인재는 어느 집단에서든 항상 도움을 줄 것”이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업무차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 이직 전 주말 시간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경험해보는 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