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반도체에 '올인'
정보통신기술(ICT) 전략가로 통하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타 계열사에서 겸직하던 임원 자리를 내려놓고 반도체에 역량을 쏟는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지난주 SK스퀘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미등기임원이던 SK텔레콤에서도 지난해 말 퇴사했다. 반도체 업황이 나빠져 실적이 부진한 SK하이닉스에 집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8억984원으로,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금융투자업계는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에도 3~4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회장은 최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1년에 20조원 넘게 투자하고 6개월 동안 600개 넘는 공정으로 만든 메모리 반도체 제품이 단돈 몇 센트에 팔린다”며 “업황이 지독하게 흔들리는 데 경영진으로서 책임감이 무겁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해마다 20조원 넘게 설비에 투자하고 고객사는 돈을 잘 버는데도 SK하이닉스는 영업적자를 걱정한다면 잘못 아니냐'는 주주 물음에 이같이 답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위기에도 유망한 시장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지난해 설비 투자(CAPEX)에 19조원을 썼지만 올해 50% 이상 감축한다. 박 부회장은 “모바일용 칩은 작을수록 비싸게 팔 수 있었지만, 가장 떠오르는 시장인 서버용 칩은 그 정도 미세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자본적 지출 대비 원가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2조2천377억원 규모 해외 교환사채도 발행해 원재료 구매를 비롯한 운영 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자사주 2천12만6천911주가 교환 대상이다. 교환 가액은 이를 공시한 지난 3일 SK하이닉스 종가보다 27.5% 비싼 11만1천180원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우려가 해소되고 단기간 필요한 현금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가 향후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확신하는 것 같다”며 “수요가 계속 줄고 생각보다 업황 회복이 더디다면 SK하이닉스는 새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자본 지출을 더 줄이는 식으로 비용을 통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