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최소 5조원"…방송·영화·OTT 업계, 누누티비 공동고소
국내 영상업계가 저작권침해와 무단이용 근절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영화·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사들은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구성하고 영상물 불법 제공 사이트 '누누티비'를 오는 9일 형사고소할 예정이다. 참여 기업·기관은 MBC, KBS, CJ ENM, JTBC, 영화제작사와 배급사로 구성된 (사)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 방송·영화 콘텐츠 전문 제작스튜디오 SLL, 콘텐츠웨이브, 티빙, 글로벌 불법복제 대응조직 ACE 등이다. 누누티비, 해외에 서버 두고 한국 콘텐츠 불법 유통 누누티비는 주로 한국 드라마, 예능, 영화를 제공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서버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누누티비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 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을 인기 콘텐츠로 추천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등 해당 OTT를 구독해야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지원한다. 더욱 문제인 점은 누누티비는 네이버, 구글 등 포털 검색을 통해 손쉽게 유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사이트는 지속해서 바꾼 접속 주소를 안내하고, 별도 회원가입이나 인증 없이 영상을 재생한다. 이 때문에 포털 이용자 사이에선 접속 주소가 바뀔 때마다 새 링크가 공유되고 있다. 누누티비는 영상 재생 창 주변에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띄워왔다.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콘텐츠를 불법 제공하는 대신, 수익 창출을 위해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대목이다. 국내 피해 규모 최소 4조9천억원 "더 두고볼 수 없어"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누누티비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인한 저작권침해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협의회 측은 "지난달 3일 기준 누누티비의 총 동영상 조회수가 약 15억3천800회에 이러 국내 OTT 보다 많은 방문자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을 보면 수차례 바뀐 누누티비 접속 주소 중 하나인 'noonoo28.tv'의 누적 방문자 수는 2천900만명이다. 티빙 1천400만명, 웨이브 1천만명 보다 약 2~3배 많다. 안상필 MBC 법무팀 차장은 "누누티비로 인한 국내 영상 업계의 피해 규모는 조회수와 VOD를 고려해 단순 계산했을 때 4조9천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콘텐츠 부가판권과 해외 수출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업계 한 관계자는 "OTT 구독 모델이 확산하는 등 이제서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판을 치면서 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 업계가 콘텐츠 제공 대가를 제대로 받아야 또 다른 우수 콘텐츠 투자·제작으로 선순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적극적인 저작권 침해 대응 필요" 영상 업계에서는 적극적인 저작권 침해 대응, 합법 이용자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상필 MBC 차장은 "지금까지 기업들이 저작권 침해에 각각 대응해왔지만, 누누티비 뿐만 아니라 토렌트 다운로드 등을 이용한 영상 불법 유통이 심각해져 힘을 합치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저작권 보호에 관한 이용자 인식 개선, 보다 강력한 저작권 침해 방지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영상 불법 유통 사이트를 이용하는)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익명으로 움직이는 인터넷 이용자들을 모두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적극적인 수사, 문제 예방을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해당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있으면 속지주의로 인해 국내 법으로 강제할 수 없어 범죄인 인도 등 해외 수사기관과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대한 범죄일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대가를 물려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