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나도록 해주고 싶어요"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나도록 해주고 싶어요” 누구도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는 없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빛나게 검던 머리카락이 하나둘 하얘져가면서 만물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결코 돌아오지 않을 청춘을 그리워하며 염색약을 발라보지만 며칠 지나면 흰머리는 다시 올라오고 늙음을 가리려는 헛된 욕망만 얼룩덜룩한 모습으로 드러날 뿐이다. 늙지도 않아 솟아나는 새치는 더 꼴불견이다. 희끗한 백발은 관점만 바꾼다면 되레 멋스러울 수도 있다. 봄과 여름의 신록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가을 단풍도 행락객을 유혹하지 않던가. 새치는 그러나 신록 속에 핀 붉은 철쭉꽃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지저분해 보일 뿐이다. 한두 개 날 때는 뽑기라도 하지만 숫자가 늘어나면서 뽑는 것도 역부족이다. 뽑다가 탈모가 심화될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박영조 와이제이랩 대표는 이 문제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노화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늦출 수는 있을지 모른다. 노화가 머리카락으로만 오는 게 아니지만 검게 빛나는 머리카락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려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과학이 이를 도울 수 있을까. ■흰 머리카락은 왜 나는 것일까 모피질(毛皮質) 속에 멜라닌(melanin)이 없다면 머리카락은 모두 흰색이었을 것이다. 검은머리도 금발도 붉은 색깔의 머리카락도 존재할 수 없다. 인종에 따라 머리카락의 색깔을 결정하는 게 멜라닌이다. 모피질 속에서 머리카락을 자라게 해주는 주머니가 모낭(毛囊)이고 여기에서 멜라닌을 생성하는 세포가 멜라노사이트(melanocyte)다. 멜라노사이트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이 활성산소(活性酸素.ROS)다. 활성산소는 일반적인 산소와 달리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커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모낭에 활성산소가 축적되면 멜라노사이트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멜라닌 합성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는 생명체에게 활성산소는 불가피한 존재다. 그런데 노화의 주범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면역체계 강화, 근육 재생, 당뇨병 억제 등 긍정적인 기능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과하면 탈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적어도 모낭 속 활성산소는 과해지는 셈이다. ■“멜라닌 복원 기술을 개발했어요” 와이제이랩은 최근 모낭 속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 항산화복합물 '와이제이 멜라닌 콤플렉스'를 개발했다. 이론적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줄이면 멜라닌 합성 기능을 되살려낼 수 있는 거다. 이 복합물을 이용해, 머리를 감은 뒤 두피에 도포할 수 있는 '멜라닌 체인징 솔루션'이라는 제품과 머리를 감을 때 쓰는 '뉴스템 알엑스 멜라닌 샴푸'라는 상품도 개발했다. 이런 개념의 상품은 출시된 적이 없다. “흰머리 대책은 지금까지 염색과 갈변이었어요. 모두 일시적인 것이죠. 이미 하얗게 난 머리카락에 색깔을 입힐 뿐이죠. '와이제이 멜라닌 콤플렉스'는 기존 염색이나 갈변 상품들과는 출발부터 다릅니다. 이미 난 하얀 머리카락에 색깔을 입히는 게 아니라 본인 본연의 머리카락 색깔을 되살리는 거죠.” ■“상품 출시는 내년 쯤 될 거예요” 4년 연구 끝에 개발한 '와이제이 멜라닌 콤플렉스'는 프로토타입(견본품)이다. 지금은 상품화를 위한 예비조사(preliminary study) 단계에 있다. 대규모 임상과 식약청 인증 등의 후속작업이 남아있는 것이다. “자체 임상 결과 흰머리가 밑에서부터 다시 검어지는 결과를 얻었어요. 효과를 확인한 것이지요. 하지만 바로 상품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우리 상품은 기능성 화장품이어서 식약청 인증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런 개념의 상품이 처음이어서 절차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자체 임상 외에 대규모 임상도 필요하고요. 그 전에 특허등록도 해야 하고요. 상품 용기도 더 고도화할 필요가 있죠.” 상품 용기 고도화는 매일 일정량을 도포하기 위해 필요하다. 약을 복용할 때도 정량이 필요하듯 이 상품 또한 일정한 양을 꾸준히 쓰는 게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쓸 수 있는 특수용기를 만들고 있다. ■“의약품과 화장품 사이에서 길을 찾죠” 박영조 대표는 화장품 업계 전문가다. 그중에서도 마케팅과 유통에 밝다. 2015년 와이제이랩을 창업하기 전에 3개의 화장품 회사를 다녔고, 와이제이랩 창업 전에도 유통 중심의 회사를 설립한 적이 있다. 와이제이랩을 만든 까닭은 남의 제품만 판매하다보니 독자적인 기술과 브랜드를 갖고 싶어서였다. 박 대표는 그런데 색조화장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만 한다.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다. 기능성 화장품에 의약품의 전문적인 치료기능을 합친 제품을 말한다. 주로 피부과에서 필요한 화장품들이다. 피부질환과 탈모 치료용이다. “우리 제품은 모두 코스메슈티컬이어서 일반인에게 직접 판매(B2C)하기도 하지만 주로 병의원 피부과를 통해 판매(B2B)해요. 식약청 인증이 꼭 필요하죠. 현재 주력 브랜드인 '뉴스템 알엑스'도 더마코스메틱(Dermocosmetic)이죠. 더마코스메틱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과 피부 과학을 의미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의 합성어예요.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국 화장품'으로도 통용되기도 하지요.” 피부질환에는 의약품이 쓰일 수도 있고 화장품을 쓸 수도 있다. 화장품은 효과가 약하고 의약품은 부작용의 염려가 있다. 이 중간에서 최적을 만들어내는 게 코스메슈티컬인 셈이다. 박 대표는 거기서 길을 찾는다. ■“2025년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죠” 와이제이랩이란 사명에서 보듯 이 회사의 설립 목적은 애초 연구개발(R&D)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가 이 회사와 별도로 운영하던 유통 중심의 회사를 정리하고 2019년 와이제이랩에 전념하면서 제조 및 브랜딩을 추가한 사업 회사로 변모했다. “지금까지 누적 매출은 100억 원 정도 돼요. 내년에는 한 해 4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멜라닌 콤플렉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2025년에는 연매출 1000억 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부터 박 대표의 유일한 관심은 피부와 모발이다. 피부와 모발에도 질환이 있지만 치명적이지 않아 대수롭잖게 여겨지거나 만성이어서 치료해도 효과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크다. 박 대표는 코스메슈티컬이라는 이름하에 이 고정관념과 싸우고 있다. 한편으로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미한 화장의 효능을 높임으로써 본연의 피부와 모발을 지켜내는 게 그의 꿈이다. 덧붙이는 말씀: 박영조 와이제이랩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데일리이츠를 운영하는 배한네트웍스 정희상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