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대 개발자 행사의 주인공은?
올해도 빅테크 기업의 연례 개발자 행사 시즌이 돌아왔다. 구글의 '구글I/O'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드', 애플의 '세계개발자대회(WWDC)'가 다음달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어느때보다 인공지능(AI) 관련 소식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시간 오전 10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구글I/O'를 온라인 행사로 개최한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과 개발자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모바일, 웹, AI, 클라우드 등의 분야에 대한 새로운 기술과 솔루션이 소개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23'을 개최한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기조연설과 케빈 스콧 CTO, 스콧 구스리 클라우드+AI 총괄부사장, 그렉 브록맨 오픈AI 사장 등의 기조연설이 예정됐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빌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하이브리드 행사로 치뤄진다. 애플은 6월 5일부터 9일까지 WWDC23 행사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당연히 팀 쿡 애플 CEO의 기조연설이 예정됐고, 기타 행사 관련 정보는 알려진 게 없다. 3사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는 비슷한 시기 이어지지만 각기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인다. 구글이 자사의 압도적 기술을 자랑하는데 집중하고, 애플은 하드웨어 제품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를 발표해 생태계 구성원에게 1년 간의 개발 지침을 내리는데 집중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의 개발자 기술 트렌드를 설명하면서 윈도, 애저, 오피스 등 자사 플랫폼으로 어떻게 시장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주로 소프트웨어 기술이 주된 내용을 이루지만 올해 행사는 구글의 경우 픽셀 제품군, 애플의 경우 VR 헤드셋 등의 공개가 예상되고 있다. ■ 생성 AI 대반격 예고한 '구글 I/O' 최근 몇년 사이 3대 개발자 컨퍼런스의 포문을 열어온 구글 I/O는 올해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연합의 생성 AI 파상공세 속에서 기술 헤게모니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내외부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사실 구글 I/O는 구글에서 선도하는 최첨단 AI 기술의 쇼케이스 장소로 활용돼 왔다. 구글은 딥마인드 알파고 이후 검색, 유튜브, G메일, 안르도이드 등에 접목될 AI 기능을 소개하고, LaMDA와 PaLM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을 공개하는 장소로 구글 I/O를 활용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트렌드를 창조하는 선구자 이미지였다. 올해는 예년과 상황이 달라졌다. 대화형 AI 서비스로 선보인 '바드'는 미완성작이란 평가를 받으며 구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상황이고, AI 를 딥러닝 영역에서 한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트랜스포머' 기술은 오픈AI의 가치만 높여줬다. 독점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자랑해온 검색엔진은 생성AI를 접목한 마이크로소프트 빙에게 일격을 맞아 흔들리고 있다. 한발 앞서 공개한 구글워크스페이스 생성AI 기능은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에게 밀려 이슈화되지 못했다. 구글 I/O 2023은 당연히 생성 AI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생성 AI 기술의 서비스 접목을 수차례 언급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순다 피차이 CEO는 "수년간 구글은 발전된 생성 AI를 도입해 사려깊고 신중한 방식으로 검색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카메라, 음성, 번역 기술이 모두 완전히 새로운 검색과 탐색 카테고리를 열었던 것처럼, 검색 기술도 발전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구글 I/O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업데이트를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10일 행사에선 구글 검색엔진에 생성AI를 본격적으로 접목한 '마기(Magi)'의 모습이 어느정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LLM인 'PaLM 2' 공개도 유력하다. 작년 처음 소개된 PaLM은 범용 LLM으로 자연어 이해와 생성뿐 아니라 다양한 추론 역량을 보유했다. 더 개선된 '바드'도 소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언어로 한국어가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구글 내부의 AI 조직이었던 구글 브레인과 외부 조직이었던 딥마인드의 결합도 관심거리다.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제프 딘 산하조직을 함께 총괄하고 있다. 구글 I/O에서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에 집중해온 딥마인드의 기술과 구글의 AI 기술이 결합되는 단초가 공개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한편으로 안드로이드의 올해 주요 업데이트는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에 있다. 그간 소문 무성했던 폴더블 디바이스 '픽셀 폴드' 공개가 예고돼 있다. 픽셀폰, 픽셀태블릿 등의 최신 모델이 소개될 예정이다. ■ 5개월의 속도전에 대한 세부내용 공개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한때 마이크로소프트 빌드는 구글 I/O나 애플 WWDC보다 적은 관심을 받았다. 윈도8과 윈도 태블릿을 처음 공개하며 시작된 마이크로소프트 빌드였지만, 당시 세간의 관심사는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에 집중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드 컨퍼런스에서 윈도, 닷넷, 애저 등의 최신 버전을 소개하고, 자사 플랫폼의 업데이트를 출시해왔다. 그러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동안 열린 세차례의 빌드 컨퍼런스에서 오픈AI와 협력 성과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오픈AI의 소스코드 생성 AI 모델인 '코덱스'와 이미지 생성 AI 모델인 '달리(DALL-E)'가 빌드에서 공개됐다. 지금은 전세계적 셀랩으로 등극한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빌드의 AI 세션에 등장해 기술 개선사항을 설명했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빌드는 어느때보다 많은 괌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차례의 투자를 통해 오픈AI의 후원자 이미지를 굳힌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5개월 동안 선보여온 각종 '코파일럿' 시리즈를 개발자 시각에서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빌드는 애저, 윈도, 오피스, 닷넷 및 비주얼스튜디오, 팀즈, 파워플랫폼 등을 큰 축으로 발표 내용을 채워왔다. 올해는 전면에 생성 AI를 내걸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기조연설은 새로운 AI 영역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으로 어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어지는 케빈 스콧 CTO의 기조연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기반으로 하는 오픈AI의 풀스택 AI 플랫폼을 소개하고, 개발자와 스타트업이 AI 앱을 개발하고 혁신할 수 있는 각종 도구와 시나리오를 설명한다. 스콧 구스리 EVP의 기조연설은 깃허브 코파일럿, 애저 오픈AI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플랫폼 등 각종 AI 혁신 기술이 소개된다. 애저에서 개발자 생태계에 제공하는 생성 AI 서비스 관련 내용과 마이크로소프트365와 다이나믹스365에 접목된 생성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개발 도구, 빙 검색엔진과 개발자 사이의 접점, 파워플랫폼 내 노코드 개발도구의 생성AI 기술 활용, 시큐리티 코파일럿 분석도구 등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내부에서 정부유출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챗GPT' 구축 방안이 소개될 지도 관심거리다. 마이크로소프트 빌드는 여러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현재 개발자 세계에서 이슈되는 기술 트렌드를 조명하는데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 미션으로 '더 많은 것을 달성하게 하는 플랫폼 제공'을 걸고 있는 만큼 최신 트렌드 속에서 개발자가 어떤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지 방안을 제안한다. ■ VR 진출 관심 속 생성 AI 언급 여부 촉각 '애플 WWDC' 애플의 WWDC는 개발자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도 주목하는 개발자 컨퍼런스다. iOS, 아이패드OS, 맥OS, TVOS, 워치OS, X코드, 스위프트, 아이클라우드, 앱스토어 등 애플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대한 최신 버전이 공개되는 자리다. 무엇보다 가을 이후 출시되는 아이폰, 아이패드 최신 모델에 대한 힌트가 최신 소프트웨어에 들어있어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올해 WWDC의 최고 관심은 수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혼합현실(MR) 디바이스 공개여부다. 애플은 WWDC에서 하드웨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았는데, ARM 아키텍처 기반의 자체 PC 프로세서인 M1을 공개한 이후 작년부터 차세대 하드웨어 기술도 공개하고 있다. 애플의 VR 헤드셋이 공개되고, 그에 대한 OS와 앱 개발도구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iOS 앱스토어 개편도 주목된다. 애플은 EU의 규제에 따라 2024년까지 iOS 등의 플랫폼에 사이드로딩 앱 설치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2024년부터 시행하는데, 이 법은 플랫폼 기업에게 제3자 앱 마켓을 허용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배포하도록 제한해왔다. 맥OS는 인터넷이나 USB 같은 수단을 통한 사이드로딩 앱 설치를 허용했지만, 보안 상의 이유를 들어 모바일 기기만큼은 철저한 폐쇄적 정책을 유지했다. iOS 17과 아이패드OS 17의 경우 올해 눈에 띄는 최신 기능 업데이트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OS의 성능과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획기적 변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의 전문가들은 올해 WWDC에서 AI에 대한 애플의 비전이 공개될 것인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카메라처럼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AI 기능에 치중해왔다. 애플에서 제공하는 AI 및 머신러닝 관련 도구는 '코어ML'로 애풀 디바이스에서 실행되는 소형의 머신러닝 모델을 앱에 도입하는데 활용된다. 생성AI가 전세계 IT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상황에서 애플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얼마전 엔비디아는 GTC 2023 컨퍼런스에서 AI 기술을 클라우드로 활용하게 한다는 발표를 내놨는데, 해당 내용에 애플의 이름이 등장했을 뿐이다. 애플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영역에서 큰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아이클라우드나 여러 제품은 시중의 완성된 솔루션이나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해 구축해왔다. AI 모델에 대한 투자에서도 인지도가 없다. 자사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최신 기술을 활용하고, 어느정도 검증된 기술만 활용한다. 때문에 생성AI에 대한 애플의 시도는 iOS 플랫폼 내 여러 앱에 AI 기능을 접목하는 정도만 예상할 수 있다. 올해 그에 대한 단서를 공개할 것인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을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단, 코어ML 같은 SDK와 API가 생성AI 관련 내용을 일부 포함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