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에너지 전환 추격자서 선두로…민관 협력 중요"
"과거 아시아 지역은 에너지 전환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선도 국가를 따라가는 팔로워 역할이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아시아 지역이 앞서나가는 리더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술기업 ABB의 앤더스 말테센 에너지산업 사업부 아시아 대표는 4일 서울 강남구 소재 간담회장에서 '2025 아시아태평양 에너지전환준비 지수'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지수는 화학, 데이터센터, 에너지·발전, 제조, 석유·가스, 운송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 소속 기업 의사결정사 약 4천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산출됐다. ABB가 아태 지역을 포함해 지수를 산정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400여명 의사결정권자들이 설문에 참여했다. 말테센 대표는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에너지 전환을 빠르게 이뤄나가고 있다"며 "에너지 리더들의 의지도 강력하다"고 말했다. 조사에 응한 국내 에너지 업계 경영진 과반수(65%)는 AI와 자동화를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꼽았으며, 투자 우선순위는 디지털화(43%), 자동화(37%), 전기화(21%) 순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디지털화 투자 비중은 아태 지역 평균(38%)을 웃돌며 선도적인 위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말테센 대표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결정적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AI 기반 에너지 관리와 스마트 그리드 솔루션에 대한 투자는 이제 필수며, 비용 효율성·회복탄력성·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에 부합하는 투자, 긴밀한 파트너십, 지속가능성 내재화를 실행할 때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반의 투자 확대도 확인됐다.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68%)은 향후 5년간 전체 설비투자(CAPEX)의 10% 이상을 에너지 전환 계획에 할당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약 3분의1(29%)은 민관 협력을 주요 기회 요인으로, 60%는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역내 정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꼽았다. 국내 에너지 업계는 기존 인프라 효율화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통합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응답자의 18%는 이미 전체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으며, 74%는 향후 5년 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응답자의 65%가 이미 도입했다고 답한 태양광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그린수소(46%)와 풍력(42%) 등 신흥 에너지원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21.9GW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계획과도 방향을 같이한다. 다만 태양광의 경우 중국산 모듈 지배력 강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우려, 그린수소의 경우 비용 문제가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말테센 대표는 “전체 에너지 믹스 관점에서 태양광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며 “태양광 외 다른 에너지원도 활용 가능하고, 태양광은 패널 외에도 다양한 공급망이 있어 중국에 국내 시장이 잠식되거나 에너지 안보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와 암모니아 등에서 비용 문제로 많은 국가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협업이 늘면서 비용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아직 CCUS 비용이 높지만 각국 정부의 탄소세 도입이 확대되는 만큼, 이후 많은 기업이 CCUS를 채택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