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는 것보다 만드는 게 더 즐거웠어요"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게임, 하는 것보다 만드는 게 더 즐거웠어요” 모든 인간에게 비교적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주어진 그 시간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주체적으로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한 생존과 생계를 위해 지불해야 할 시간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현대 도시인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시간을 팔아야만 하는 임금 노동자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쓸 시간은 통장 잔고처럼 늘 쪼들린다. 신중혁 플레이하드 대표는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자신의 즐거움과 의도대로 쓸 준비를 한 사람 같다. 창업을 한 이유도 그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생계를 위한 일을 일치시킴으로써 시간을 더 사랑하는 듯하다. 신 대표의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신이 만든 무언가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그 무엇이 그에게는 게임이다. 그는 게임을 만든다. ■“대학은 1학년만 마치고 그만뒀어요” 신 대표는 대학교를 그야말로 잠깐 다녔다. 딱 1년이다. 전자전기공학부에 들어갔지만 적성과 소질을 따지기보다 점수에 맞춰 결정했다. 내몰려서 한 결정이 즐거웠을 리 없다. 1학년 마치고 기업체 병역특례를 준비했다. 군대 문제는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역특례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휴학하고 기업체 병역특례 조건을 만들기 위해 웹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공책으로 보드 게임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친구들이 재밌어 했어요. 친구들이 제가 만든 게임을 하며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더라구요. 그 생각으로 웹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그만 푹 빠지고 말았죠. 그러다보니 입사는 못하고 영장이 나왔죠.” 제대하고 나서 1인 창업으로 웹게임 개발 회사를 만들었다. 입대 전 만든 웹게임을 그때까지 즐겨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출까지 받아 창업을 한 것이다. 하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접었다. 이후 지인들과 함께 건축IT 관련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만두어야만 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던 것이다. ■“1년 준비 끝에 좋은 기회가 생겼어요” 2015년부터 게임 회사 설립을 위한 재도전에 나섰다. 준비기간은 약 1년이었다. 2016년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준비 기간 중에 만든 모바일 게임 '레드브로즈'가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게임으로 선정됐던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우리가 만든 게임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투자 제의도 들어온 만큼, 2010년에 했던 1인 창업과 달리, 함께 할 동료가 있는 제대로 된 법인을 세웠죠. 대학에 들어갈 때 창업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병역특례를 위해 웹게임을 개발하면서부터 창업은 필연적인 길이었던 것 같아요.” 창업이후 '레드브로즈'는 2017년 4월에 '레드브로즈 : 붉은두건용병단'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됐다. 플레이하드의 첫 게임이다. ■“매년 150% 이상 성장하고 있어요” 2017년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해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작년 매출은 85억 원이었요. 2021년에는 30억원대였구요.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작년의 2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어요. 연말까지 3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와 작년에 약간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매년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올해도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상태구요.” 플레이하드의 최근 주력 게임은 '우르르용병단'과 '억만장자 키우기'다. 우르르용병단은 캐주얼 수집형 RPG 게임으로,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여러 용사들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원터치로 여러 명의 캐릭터를 쉽게 조작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플레이하게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몰입감도 높다는 평가다. ■“캐주얼과 미드코어가 우리 타깃이죠” 플레이하드의 타깃은 캐주얼과 미드코어 게임이다. “우리는 하드코어보다 캐주얼과 미드코어 게임에 집중합니다.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한국과 달리 미국 등 해외는 캐주얼 및 미드코어 시장의 파이가 더 크기 때문이죠. '하비'와 비슷한 전략이죠.” 플레이하드는 소팀 개발조직을 선호한다. “우리가 개발한 가장 최근 게임이 '우르르용병단'인데 이게 열다섯 번째 게임이에요. 게임을 만들어가면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이용자의 피드백입니다. 게임을 설계할 때 우리가 생각한 의도가 이용자한테 제대로 전달되는지, 혹은 우리의 의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 본질을 빠르게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하지요. 빠른 피드백과 의사결정을 위해 한 팀을 4~5명이 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게임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팀들이 연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요.” '작지만 단단하고 빠른 조직'이 플레이하드의 지향점이다. ■“우리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게임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특히 흉악범죄가 일어나면 그 원인을 게임과 연결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다. 이런 견해는 편견일 지도 모른다. '루딕 오류'일 수 있다. '루딕 오류'는 경우의 수가 제한된 게임의 법칙을 경우의 수가 무한한 현실에 무리하게 적용할 때 발생하는 오류를 뜻한다. 게임 내에서만 정답이지 현실에서는 정답일 수 없는 것을 정답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면 그렇게 된다. 게임을 비판하는 논리가 게임의 법칙에서 비롯된 루딕 오류일 수 있다니 참 역설적이다. 신중혁 대표는 게임이 즐거움의 수단으로 인식되기를 희망한다. 여유 시간이 있다면 즐길 수 있는 많은 콘텐츠 중 하나로. “우리는 게임 이용자한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이 즐거우면 더 좋겠지요. 우리가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에 주력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또 단순히 쉬운 게 아니라 10년 이상 오래 기억에 남을 재미와 즐거움을 창조하는 게 우리가 꿈꾸는 바죠.” 신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대학을 1년 만에 그만 두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 건 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그걸 결행하는 사람은 드물겠기 때문이다.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생각해보니 막연히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가까운 미래는 온갖 불안요소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는데 정진하다보면 결국 언젠가는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죠.” 덧붙이는 말씀: 신중혁 플레이하드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게임 개발 환경을 혁신하고 있는 뒤끝의 권오현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