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와 공간의 '윈윈' 방법을 연구하죠"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팝업스토어와 공간의 '윈윈' 방법을 연구하죠” 스위트스팟은 상업용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리테일 프롭테크 스타트업이다. 김정수 대표가 영국의 공간 공유 플랫폼인 어피어히어(appear here)를 벤치마킹해 2015년에 설립했다. 창업 이후에는 영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반영해 나름 독자적인 방식으로 피봇(사업 방향 전환)했다. 상업용 공간과 이를 필요로 하는 브랜드를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연결시켜주는 게 이 회사의 핵심역량이라 할 수 있다. 미션은 더 높은 곳을 지향한다. 부동산 임대 중개를 기반으로 공간과 브랜드에 대한 데이터를 쌓고 분석함으로써 유통의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 김 대표는 그래서 스위트스팟의 장기 미션을 'The Future of Retail'로 삼았다. “소매유통을 혁신하는데 스위트스팟의 방식이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생의 목표가 된 창업의 길 김정수 대표는 중학교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에서 토목공학(civil engineering)을 전공하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편입했다. 졸업 후에는 부동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첫 직장은 글로벌 부동산 중개 기업인 CBRE그룹이었다. 이후 IB투자증권, 하나대투IB, 홍콩계 사모펀드(PE)인 거캐패탈(Gaw Capital) 등에서 주로 부동산 투자 관련 업무를 맡아 진행했다. “거캐피탈 입사는 제 인생의 목표에 바짝 다가선 것이었죠. 어떤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글로벌 금융회사의 한국지사장이 되고 싶었어요. 맥길대학교를 그만 두고 연세대에 편입한 것이나 취업 후 여러 투자회사를 거친 것도 그 때문이죠. 목표에 다가서는 만큼 열심히 일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잘 닦이고 정해진 틀에 자신을 끼워 넣는다는 느낌이었죠. 열심히 한 만큼 익숙해졌지만 흥미를 잃은 일에 자신을 묶어놓아야 한다는 답답함에 갇힌 거죠.” 그 탈출구가 김 대표에게 창업이라는 도전이었다. ■영국 어피어히어에서 힌트를 얻다 2014년에 창업을 결심한 뒤에는 멘토를 만나 과외를 받기도 했다. 웨딩홀 폭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해결할 앱을 테스트 삼아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영국 공간 공유 플랫폼인 어피어히어를 알게 됐다. 어피어히어는 상업용 공간의 임대를 중개해주는 앱이다. 특히 단기 임대에 특화돼 있다. 부동산 분야에서 주로 일한 만큼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매매나 장기 임대보다 단기 임대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갖게 하였다. “당시에는 어피어히어 모델로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사업자는 없었어요. 그리고 영국에서 되는 게 한국에서 안 될 리 없다고 판단했죠. 2015년 초부터 한국형 어피어히어인 스위트스팟을 개발하기 시작해 10월에 처음으로 출시했죠. 하지만 이를 운영하면서 한국과 영국의 문화에 차이가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영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와 피봇 결정 김 대표의 생각과 달리 스위트스팟은 초창기에 순항을 했다고 할 수 없다. 어피어히어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이식했으나 공간과 리테일에 대한 풍토가 달랐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의 건물주들은 임대라 하더라도 중개인 없이 수요자와 직거래하는 것에 낯설어했다. 이는 스위트스팟이 중개할 임대 매물을 쉽게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하나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팝업 스토어 개념이 약했다. 단기 임대 매물이 부족할뿐더러 이를 활용할 브랜드도 많지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스위트스팟의 성장은 상업용 공간의 단기 임대 매물 숫자와 이를 활용할 브랜드 숫자를 늘리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당분간 영국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어요. 그래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공간을 스위트스팟이 장기로 빌리고 이곳을 브랜드들이 단기로 활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어요. 최소한의 단기 임대 매물을 확보하고 이곳을 활용하는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늘려가려 한 거죠.” ■“스위트스팟 존재이유를 확인하고 있어요” 피봇 이후 스위트스팟의 존재 이유는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공간을 스위트스팟에 맡기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를 활용하려는 브랜드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100여 곳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3천개 이상의 브랜드가 스위트스팟을 이용하고 있다. 성장세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공간을 스위트스팟에 맡기는 까닭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그게 공간 활용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죠. 또 브랜드가 스위트스팟을 찾는다는 것은 단기로 운영할 팝업 스토어의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는 뜻이구요. 이 둘의 필요가 지금 스위트스팟에서 만나고 있는 거죠.” 그 덕분에 스위트스팟의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2022년에는 2021년 대비 300%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에도 매출 성장세는 순항 중이며 작년 대비 200%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도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팝업 스토어의 성장에 주목합니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는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을 뜻한다.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역설적으로 팝업스토어 수요도 늘어나게 됐다. 주로 온라인에서만 판매되던 상품이라도 전시 홍보 체험 판매 등의 이유로 오프라인 공간으로도 끌고 나와야 할 상황이 생기는데 이때 팝업스토어가 필요하다. 팝업스토어는 재고처리 등 다른 이유로도 그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팝업스토어가 전체 소매판매의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를 국내 시장에 대입하면 한국 팝업스토어 시장은 약 5조원 규모로 추정되죠. 스위트스팟은 이 시장에서 주요한 지위를 얻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공간과 브랜드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워가고 싶습니다. 공간과 브랜드의 '최적 조합'이 답이죠.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적 방법으로 그 최적 조합을 성사시키는 게 공간의 주인과 브랜드 그리고 스위트스팟 3자가 윈윈(win-win)하는 거죠.” 스위트스팟이 “다양한 '리테일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고 말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상업용 공간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사람에 의해 활용돼 부가가치를 만들어야만 상업용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획득한다. 스위트스팟은 개별 브랜드들의 역사를 쌓고 분석해 공간의 의미를 키우고자 하는 거다. 데이터로 쌓이는 그 역사가 '리테일 콘텐츠'이고 그 '리테일 콘텐츠'로 인해 소매의 혁신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씀: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피트니스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는 버핏서울의 장민우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