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는 기우였나?…中기업과 협력 강화하는 'K배터리'
국내 배터리·이차전지 기업들이 당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 당시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해외우려기관(FEOC) 발표 역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실상 미국 정부도 중국 위주의 공급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기업과 협력을 발표한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SK온,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홀딩스 등 7개 기업이다. 이들은 양극재 사용에 활용되는 전구체 혹은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대거 끌어들였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현지에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등 중국 현지기업과 활발한 협력을 진행하는 추세다. 국내 기업과 협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거린메이는 전구체, 배터리 재활용 분야서 발군의 기량을 갖춘 기업이기도 하다. 화유코발트의 경우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중 유일하게 코발트, 리튬, 니켈, 니켈광산-전구체-양극재 등 전체 통합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이다. 중국의 CATL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론바이 신에너지는 지난달 새만금 현지에 이차전지 신규 공장 건립 관련해 연 8만톤(t) 규모의 양극재와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승인 받았다. 이어 충청북도 충주에 배터리 소재 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3억6천110만 달러(약 4천844억원)의 대단위 투자 계획도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 중국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종합하면 5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국내에 생산거점을 마련할 경우 IRA상 세제혜택 규정을 우회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IRA 규정상 미국 혹은 자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굴되지 않은 국가더라도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론바이 역시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IRA 법안의 적격 핵심 광물에 대한 관련 요건을 충족하고, 유럽과 미국 시장 수출 시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중 기업의 협력 확대는 가속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FEOC 가이드라인 발표는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 8월 IRA를 발효하고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을 FEOC로 지정했지만 해당국의 기업을 특정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상세 규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6월에서 7월 경에는 FEOC 조항이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9월이 다 돼가는 이 시점에서도 이렇다할 소식이 없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미 정부도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힘들 것이라는 속내를 읽어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방증하듯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선 최소 20년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를 비롯해 망간 제련, 코발트 제련 등은 중국이 독식하는 추세다. 양극재와 음극재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각각 77%, 92%의 생산 비율을 중국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