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K-양극재', 회복기 대비해 내실 다지기 총력
배터리 양극재 업계가 최근 크게 악화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올해도 당분간 악조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은 양극재 주 재료인 리튬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영향이 크다. 지난 1년간 리튬 가격이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리튬을 비싼 값에 매입하고, 이후 가공한 제품은 떨어진 리튬 가격을 반영해 더 싼 값에 파는 구조가 지속됐다. 리튬 가격 하락세를 이끈 전기차 수요 둔화도 당분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올해도 이런 경향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극재 업계는 일단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사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에 집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극재 주요 업체인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전년보다 악화된 실적을 발표했다. 동종 업체인 에코프로비엠도 작년 실적이 악화됐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리튬 가격 1년새 폭락…양극재 판가에 직격타 엘앤에프는 지난해 매출 4조 6천441억원, 영업손실 2천2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9.5% 증가했지만 영업손익 측면에선 적자전환했다. 분기 실적으로 보면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47.6% 감소한 6천576억원,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해 2천80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실적 기준으로는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매출 4조 7천599억원, 영업이익은 359억원을 거뒀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4.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8.4% 감소했다. 내달 7일 실적 공시를 앞둔 에코프로비엠도 전망이 좋지 않다. 지난 22일 삼성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 5천억원,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해 491억원 손실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날 유진투자증권도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예상으로 매출은 1조 4천억원, 영업손실 426억원을 제시했다. 전분기 회사가 매출 1조 8천억원, 영업이익 458억원을 거둔 데 반해 동기간 실적이 하락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 모두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잠정실적 설명자료에서 리튬 가격 폭락으로 인한 대규모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반영됐다며, 이는 2천503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영업이익 감소 배경 중 하나로 원재료 가격 약세에 따른 재고 평가를 들었는데, 리튬도 관련이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 2022년 11월 경 1kg 당 581.5위안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그려왔다. 지난해 2분기 들어 잠시 가격이 반등해 1kg 당 300위안까지 올랐으나 이후 거듭 하락해 29일 현재 1kg 당 가격이 86.5 위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리튬 하락세는 단시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23일 발표한 포스코퓨처엠 관련 보고서에서 2024년 3분기를 기점으로 양극재 판가 하락이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바꿔 말하면 상반기까지는 리튬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2026년 수요 회복 전망"…생산 능력 확대 투자 지속 업체들은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계획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변화에 따른 제품군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현 시점에서 생산능력(CAPA) 확대 계획 상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엘앤에프는 오는 2026년까지 CAPA를 40만톤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6개월~1년 정도 지연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하이니켈 양극재의 경우 올해 3공장이 추가되고, 예상보다 수요가 좀 줄었기 때문에 투자에 조금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약 현재 검토 중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업에 진출을 확정할 경우 현 계획보다 CAPA 증설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22년과 작년 전기차 신규 모델이 다수 출시됐고, 이후 신규 전기차 모델 다수가 오는 2026년 출시될 예정"이라며 "공장 증설에 약 2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미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오는 2030년까지 양극재와 음극재를 각각 연 100만톤, 37만톤 생산 공급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 생산 규모 대비 양극재는 10배, 음극재는 5배 가량 확대하는 것이다.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생산 능력도 같은 시점까지 46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4만5천톤 대비 약 9배 증대를 꾀한다. 회사는 현재 가진 로드맵 하에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최근 인수합병(M&A) 전담 조직을 확대하는 등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이차전지 시장에서 새 사업 기회를 찾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M&A 목적은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전보다 (전기차 시장이)둔화됐다고는 해도 지속 성장하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