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약 배달비 0원? 배달음식도 처음엔 그랬다"
약사들이 약 배달 합법화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내며 대한약사회가 관련 입법 저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은 이날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약사회 제69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피켓 시위를 통해 “약 배달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들은 비대면진료와 약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또 플랫폼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마냥 '밥그릇 지키기'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드름 치료 전문의약품인 '이소티논'은 작년 1월부터 4월까지 석 달간 비대면진료에서 1만2천797건의 급여 처방이 이뤄졌다. 이는 전부 건보재정에서 지출된다. 이소티논은 중증 낭포성과 응괴성 여드름에만 급여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약배달이 도서지역과 격오지 등 의료취약지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약준모는 이러한 주장이 과장됐거나 왜곡됐다고 반박한다. 그 근거로 앱 이용자들의 84%가 수도권 및 광역시에 거주한다는 점, 이용자가 40대 이하가 90% 이상인 점, 의료취약계층의 진료와 감염병과 관련이 없는 피부미용과 탈모약 등에 대한 광고가 많다는 점 등을 들었다. 다만, 이용자 연령이 낮다는 점은 디지털 접근도가 고령층 대비 높은 자녀 등의 대리 사용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또 약사들은 앞서 카카오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를 거론하며 플랫폼 의존을 경고했다. 약준모는 “플랫폼의 부작용은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반감이 상당히 크다”며 “플랫폼의 부작용은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입점업체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고 갑질을 일삼았다”면서 “약 배달 플랫폼도 처음에는 가맹약국을 늘리기 위해 혜택을 주겠지만 나중에는 다른 사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수수료를 요구할 것이다. 플랫폼에 종속되면 끝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약품 배달이 합법화되면 도난·분실·오배송·배송지연·배송 중 변질·제3자 대리수령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