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상호작용 예측에 널리 쓰이는 FDA 수식 "틀렸다"
여러 약을 동시에 먹으면 약물 간 상호작용에 의해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 먹은 약물은 간 등 여러 장기의 효소에 의해 대사돼 몸 안에서 사라지는데,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한 약이 다른 약의 대사를 변화시켜 체외 배설을 촉진하거나 억제해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같은 '약물 상호작용(DDI)'을 신약 후보 물질을 만들 때마다 기존 모든 약물을 대상으로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하기 위해 만든 수식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평가한다. 문제는 FDA 수식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장 연구자들은 수식을 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보정해 적용해 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FDA 수식이 부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정확도를 2배 이상 높인 새로운 수식을 제시했다고 4일 밝혔다. 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김재경 CI 연구팀과 충남대 약대 채정우·김상경 교수 연구팀은 간에서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농도가 FDA 수식이 적용하는 값보다 1000배 이상 높음을 확인했다. FDA 수식은 효소의 반응 속도를 설명하는 미카엘렌스-멘텐 식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수식은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체내 효소의 농도가 낮다는 것을 전제로 해 정확도가 낮았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수학-약학 협력연구를 통해 약물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새로운 수식을 개발했다. 효소의 농도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약물의 대사 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유도했다. 새 수식으로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실제 실험으로 측정된 값과 비교한 결과, 인위적 보정 없이도 예측 정확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FDA 수식은 약물 상호작용을 2배의 오차범위 내에서 예측한 비율이 38%인데 반해, 수정된 식은 80%에 달했다. 김상겸 교수는 "약물 상호작용 예측 정확도 개선은 신약 개발 성공률과 임상에서의 약물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 IBS CI는 "수학과 약학의 협력 연구 덕분에 당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수식을 수정하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라며 "미국 FDA 가이던스에 'K-수식'이 들어가길 꿈꿔본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임상약리학 및 약물치료학(Clinical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온라인 판에 최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