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콘서트 200만원, 야구장 20만원…티켓 1장에 웃돈 붙던 암표, 이것 때문?
이달 말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운동경기 입장권을 구입해 부정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됨에 따라 암표가 완전히 사라질 지 주목된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으로, 그간 임영웅, 아이유 등 톱스타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을 대량 구매하던 암표상들의 도구로도 활용돼 왔다. 4일 법제처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운동경기 입장권·관람권 등을 구매한 뒤 웃돈을 붙여 판매하게 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전까지 암표 단속의 근거가 됐던 '경범죄처벌법'은 1973년에 제정된 데다 현장 암표 매매에 대해서만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 온라인상 거래 암표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 한계가 있단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등 인기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암표가 기승을 부려 골머리를 앓았다. 실제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중고 거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입장권을 사고 파는 게시글이 줄줄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가장 비싼 좌석인 잠실야구장의 프리미엄석(14만원)보다 더 비싸게 일반석 티켓이 10만~2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운동경기뿐 아니라 많은 팬이 있는 연예인들이 공연을 할 때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다량의 티켓을 입도선매한 후 비싸게 되파는 암표상이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 등에 대해서도 지난 3월 22일부터 개정 공연법을 적용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매한 후 다시 판매하는 부정 판매 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법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기 연예인들의 공연 티켓이 법 시행 후에도 중고 거래에서 고가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진행된 임영웅 콘서트 VIP 좌석은 정상 가격이 18만7천원이었지만, 중고 거래와 티켓베이에서 최고 150만~200만원에 판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2년 만에 공연하려던 가수 장범준은 암표 때문에 공연을 취소했다. 대신 현대카드와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 NFT(대체불가토큰) 티켓을 발행해 매크로 이용과 양도를 원천 차단하는 해결책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암표를 막기 위한 솔루션을 내놓은 기업도 있다. 스타트업 에스티씨랩은 최근 공연 티켓 예매 등에 악용되고 있는 매크로를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엠버스터(Mbuster)'를 내놔 주목 받았다. 엠버스터는 서버에 접속하는 악성 '봇'이 만들어 내는 매크로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추적해 차단해준다. 기존 매크로 차단 솔루션인 '정적 분석'과 '동적 분석'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접속자의 행동 패턴과 접속 기록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과거 데이터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매크로까지 추적할 수 있다. 업계에선 좋은 곳에도, 나쁜 곳에도 쓰일 수 있는 매크로의 이중성 때문에 매크로 프로그램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에도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고만 규정해 놓고 있을 뿐 매크로 자체를 불법 악성 프로그램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갈수록 악용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보안 기업 임퍼바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49.6%는 사람이 아닌 봇(Bot)에 의해 발생했다. 특히 악성봇에 의한 트래픽인 '매크로'가 전체의 32%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도 1.8%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해킹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없듯 모든 매크로를 막을 수 있는 기술도 없다"며 "매크로를 사용해 불법을 저지른 행위자를 신속히 찾아내고, 필요 시 국제 공조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국가 시스템 마련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