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접목된 최강 전문 챗봇 될 겁니다"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챗GPT 접목된 최강 전문 챗봇 될 겁니다”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는 전문경영인이다. 창업 주주들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회사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런데 방점은 '발전'에 있다. 지키는 것만으로는 영원히 지킬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게 많아지고 거기에만 연연하면 오히려 졸아든다”는 게 그가 아는 세상의 이치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오히려 전복(顚覆)시켜야 지켜질 때가 있다. 세상, 특히 기술이라는 토대 위에서 굴러가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그 위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나를 버리고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입에서 더 이상 새로운 게 나오지 않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때, 다른 사람을 안 만나고 있다고 느껴질 때, 그 때 말씀해주십시오. 그 때가 내가 내려갈 때입니다.” 강 대표가 사내 임원들한테 늘 강조하는 말이다. 강 대표는 그런 점에서 '전복(顚覆)하는 파수꾼'이다. ■ 첫 직장에서 파산의 아픔을 겪다 강 대표의 독특한 경영관은 두 가지 경험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대학 때 철학을 전공하고 기술 중심의 IT 업계에서 오래 일했다는 사실과 첫 직장이 어느 날 갑자기 파산해 거품처럼 사라져버린 사실이 그것이다. 강 대표의 첫 직장은 L사다. 지금은 검색조차 잘 되지 않는 회사지만, 새로운 밀레니엄에 즈음하여 IT 업계에서 꽤 소문난 회사였다. 하지만 회사는 파산하였고, 그의 부푼 꿈도 그야말로 뜬구름처럼 흩어져 버렸었다. 강 대표가 와이즈넛에 입사한 것은 2001년이었다. 당시 와이즈넛 대표는 창업자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이었다. 추호석 당시 와이즈넛 대표 또한 파산의 아픔을 몸소 겪은 인물이다. 그는 대우그룹 출신으로 대우중공업 종합기계부문 대표이사까지 지냈지만, 환란 위기에 따른 대우 그룹 몰락을 지켜봐야만 했었다. 강 대표의 직장 초년 생활은 파산의 훈육 기간이었던 셈이다. ■ 영업을 통해 IT를 깊이 이해하다 회사에서 강 대표의 전공은 '영업'이라 할 수 있다. “2001년에 과장으로 입사해 2013년에 대표가 된 뒤 11년째 대표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로 선임될 때 영업 능력을 인정해준 것 같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엔지니어는 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개발하려 하고, 문과 출신은 남(고객 혹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걸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아요. 특히 영업을 하다보면 더 그렇지요. 그러다 보니 필요한 기술에 대한 이해가 쌓이는 것이고요.” 그래서 그럴까. 대학 때 철학을 전공하고, 회사에 들어와서는 주로 영업을 했지만, 그는 IT 기술을 풀어내는 데 달변가였다. 와이즈넛의 고객사는 현재 4천여 곳에 이르고, 각각의 현장마다 그의 달변이 스쳐갔을 법 하다. ■ “국내에서 가장 저력 있는 챗봇 회사” 진실은 파편에도 담겨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온전하게 인식될 수 없다. 맥락을 파악해야 온전한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강 대표가 이해하는 챗봇 사업 또한 그러하다. “챗봇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신기술이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과 필요의 확장 속에서 진화하고 완성되어 간다고 봐야 하지요. 기술을 통한 자연어처리 또한 그렇습니다. 키워드 검색에서 시작해 텍스트 마이닝을 거쳐 인공지능(AI) 챗봇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죠. 와이즈넛은 20년이 넘는 긴 업력을 통해 이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3단계에 걸쳐 진화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AI 전문 챗봇 업체입니다.” ■ 와이즈넛의 뿌리, 기업용 검색엔진 와이즈넛의 창업자는 윤여걸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윤 CTO는 1998년에 미국에서 가격비교 사이트인 '마이사이먼'을 세운 뒤에 나스닥 상장기업인 씨넷에 7억 달러에 매각해 한국 벤처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인물이다. 와이즈넛은 윤 CTO가 마이사이먼 매각 이후 1999년에 미국에 다시 세운 기업이다. 또 2000년에는 코리아와이즈넛을 만들었다. 이후 미국 와이즈넛은 정리되고 2009년에 코리아와이즈넛이 사명을 와이즈넛으로 바꾸게 된다. 독특한 점은 와이즈넛(당시 코리아와이즈넛)의 경우 창립 이듬해인 2001년부터 철저하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지분의 24%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인 윤 CTO는 대표를 도와 기술적인 조언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경영은 대표이사가 맡는 구조다. 윤 CTO는 국내 경영보다는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와이즈넛 중국 법인의 대표를 맡아 중국 사업을 하고 있다. 와이즈넛 1기는 설립초기부터 2006년까지 할 수 있다. 이때 주력 아이템은 기업용 검색엔진인 '서치포뮬러1'이다. 이 아이템으로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강 대표는 당시 과장으로 시작해 영업으로 잔뼈가 굵었다. ■ 텍스트 마이닝으로 한 단계 진화하다 와이즈넛 2기는 2007년부터 2012년이다. 이 시기는 단순 키워드 검색에서 벗어나 빅데이터를 통한 소셜 분석이 떠오르고 요구되던 때다. 소셜 분석은 비즈니스 활용을 목적으로 비정형화된 소셜 데이터를 분석해내는 일을 가리킨다. 인터넷(웹)에 흘러 다니는 수많은 글 속에 숨어 있는 뜻을 컴퓨터를 이용해 비즈니스 목적으로 해석해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업계 전문용어로 이를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이라 한다. 마이닝이란 데이터로부터 통계적인 의미가 있는 개념이나 특성을 추출하고, 이것들 속에 존재하는 패턴이나 추세 등의 고품질 정보를 찾아내는 일이다. 특히 고정된 구조를 갖지 않은 데이터, 즉 인간이 쓴 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대상으로 마이닝한다. 와이즈넛은 이 사업을 통해 매출을 200억 원 대로 확대한다. ■ 강 대표 취임과 함께 3기 와이즈넛을 열다 강 대표가 취임한 것은 2013년이다. 이 때부터 와이즈넛은 인공지능 회사로 변신해간다. 3기 와이즈넛이 열린 것이다. 강 대표가 취임할 때 강조한 말은 “익숙한 것으로부터 멀어지자”였다. '전복(顚覆)하는 파수꾼' 다운 말이다. 2013년은 알파고가 세상을 흔들기 3~4년 전이다. “와이즈넛의 진화과정을 보면 사람의 두뇌가 발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이였을 때 키워드를 습득하고, 조금 더 자라나 문맥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성인이 되면 풍성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듯, 컴퓨터의 자연어처리도 그렇게 발전해왔습니다. 자연어 처리(혹은 분석)를 통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필연이라 할 수 있죠.” 와이즈넛은 이 과정을 통해 '와이즈아이챗(WISE iChat)'과 '현명한 앤써니(WISE Answerny)'라는 걸출한 챗봇 솔루션을 선보여왔다. 전자는 구축형(On-premise)이고 후자는 클라우드(SaaS)형이다. 현재 와이즈넛의 챗봇을 이용하는 고객은 300여곳으로 서울대의 '스누봇'이나 쏘카의 챗봇이 이 회사 챗봇이다. 와이즈넛은 이 사업을 통해 매출을 300억원대로 다시 끌어올렸다. ■ 챗GPT와 협력하는 최강 전문 챗봇 주지하듯이 지금 IT 업계에는 챗GPT 열풍이 불고 있다. 챗GPT는 오픈AI가 개발한 초거대AI로, 사람이 언어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기대 이상으로 해결해냄으로써, IT 업계에 알파고 이후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챗봇 업체인 와이즈넛에겐 그 충격이 더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강 대표는 그러나 그 설자리와 쓰임새가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구글 검색이 있어도 각 기업과 기관에서는 특화된 업무에 쓰일 기업용 검색엔진이 필요합니다. 외부에 공개될 수 없는 자료나 정보가 많기 때문이죠. 챗GPT 같은 초거대AI와 기업용 챗봇도 그와 비슷한 협력 관계를 갖게 될 것입니다. 초거대AI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기업과 그들의 고객 사이에서, 또 기업 내부 관계자 사이에서 기업용 챗봇이 해야 할 일은 아주 많고 더 많이 쓰이게 될 겁니다.” 기업용 챗봇은 특히 기업과 고객 접점 이외에도 기업 내부 관계자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가고 있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이를 테면 내무 업무 매뉴얼을 숙지한 챗봇이 직원 업무 교육용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 개선 사항을 도출해내기도 한다고 한다. 세상 모든 것과의 소통. 검색으로부터 시작해 챗봇까지 진화한 와이즈넛과 이를 이끌고 있는 강용성 대표가 인공지능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그것이다. 인간의 사무적인 업무는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데 강 대표와 와이즈넛이 하는 일은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인간처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인간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세상 모든 것과의 소통'은 바로 그것이다. 덧붙이는 말씀: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소개한 사람은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 이스트소프트의 정상원 대표입니다